5월은 계절의 여왕, 신록의 계절이라고 하지요. 이 좋은 계절에 대한민국에서는 여전히 코로나 바이러스로 고통받고 있네요. 백신 접종 시작되면 조금이라도 나아지려니 했는데, 세상은 여전히 암울하네요. 어려운 시기입니다만 집 안에서만 지내기엔 초록의 유혹을 떨치기 어렵습니다. 이러한 신록을 노래한 시(詩), 임강빈 시인 작(作) <신록에>를 감상해 보실까요?
신록에
임강빈
이 맑은 눈동자이고 싶다
이 여린 마음이고 싶다
바스스 일어나는 신록을 보아라
가벼이 손짓하는 신록을 보아라
바람과 만나
햇살과 만나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한결 싱그럽구나
아장장장 걸어가는
걸음마같이
넘어져도 방긋 웃는
아기와 같이
신록은 동심
이 눈부신 푸르름
때가 묻을 겨를이 없네
-출처 : 시요일 App -
서울 지하철 1호선 도봉산역 2번 출구로 나가 100m 정도 걸어가면 <창포원>이라는 생태공원을 만나게 됩니다. 약 1만 6천 평 규모라 하는데요, 붓꽃원, 약용식물원, 습지원 등 12개 테마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특히 '붓꽃'이 유명해요.
<창포원> 근처에 아파트 단지가 있습니다만, 탁 트인 풍경이 초록초록해서 그런지 눈이 맑아지는 것 같아요. 산들산들 바람에 장단 맞추는 나뭇잎이 '바스스 일어나서 가벼이 손짓' 하는 것 같아요
▲타래붓꽃
▲이팝나무
▲층층나무
▲골담초
그동안 어디에선가 봤을 성싶지만요, '붓꽃'이라는 이름을 저는 이번에서야 처음 알았고요, '이팝나무'와 '층층나무'가 어떻게 다른지 또한 처음 알았어요. 골담초도 처음 봤는데 잎보다 작은 꽃이 애잔해 보였어요. 서울 촌놈이라는 말이 있는데, 제가 딱 그 짝이네요. 임강빈 시인이 '신록은 동심'이라 했으니, 제가 식물 이름을 잘 모른다 하더라도 '동심'을 가진 사람이라고 양해해 주시길요.
▲좌측 : 시든 할미꽃 / 우측 : 피어나는 할미꽃
▲할미꽃은 시들어도 예쁘네요. 여러분의 부모님도 그러하시지요?
실은... 이번에 할미꽃도 처음 봤어요. 할미꽃이 지면 꽃잎이 실타래처럼 흐늘흐늘 해진다는 걸 이제야 알았어요. 신록의 계절 5월은 꽃이 교태를 부리고 나무가 튼튼해지는 때인데 할미꽃은 벌써 시들어 가네요. 5월 달에 어버이 날이 있는 것은 할미꽃을 보면 부모님이 생각나서 그런 걸까요? 저는 그동안 뭘 보며 살아왔는지 모르겠네요. 요즘 대세 중의 대세인 유튜브에 할미꽃 피고 지는 장면도 나오나요? 제가 유튜브를 잘 안 봐서 모르는 걸까요? 누가 할미꽃 보지 말라고 막은 것도 아닌데, 수 십 년 살아오면서 이제야 할미꽃을 본 제 스스로가 한심하고, 답답하네요.
<창포원> 길을 따라 걸으니 눈부신 풍경을 만나네요. 정말 때 묻을 겨를이 없겠어요. 내 마음에도 우리 모두의 마음에도 때가 묻지 않으면 좋겠어요. 어느 노래 가사가 생각나네요. '세상이 날 철들게 해, 날 물들게 해...' 꽃과 나무는 자라면서 때가 묻을 겨를이 없는데, 사람은 성장하면서 왜 때가 묻을까요? 인생이란 초록의 계절이 아니라 눈보라 몰아치는 겨울이라서 그런 걸까요?
쓸데없는 생각이겠죠? 그래요, 그렇겠죠.
하지만 저는 이 계절에 잠시만이라도 맑은 눈동자를 갖고 싶어요.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고 싶고요,
단 한 번이라도 눈부시고 싶네요.
신록의 계절이 다 지나기 전에 서울 <창포원>에 가 보시면 좋겠어요. 서울 도봉산 근처까지 오기 어려우시면 동네 뒷산에라도 올라 보시길요. 바람과 함께, 햇살과 함께, 아장아장 걸어오는 '신록'을 만나 주시길요. '신록'을 외면하기엔 이 계절, 매우 아름다우니까요.
※사진은 모두 필자가 직접 촬영했습니다. 창포원 마케팅 글 아니오니 오해 없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