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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우진 May 30. 2021

피카소展_한가람미술관(~'21.8.29)

전시 후감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쓰듯이, 미술 또는 사진전을 본 후 개인적인 소감을 전하는 <전시 후감>,

오늘은 서울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진행 중인  <피카소_탄생 140주년 특별전> 소식입니다.




실은 이번 글을 써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했어요.

'21년 5월 말 현재, 코로나 백신 잔여분 접종이 시행되고 있지만, 한편으론 확진자가 5백 명 이상 나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은 인산인해(人山人海)를 이루고 있습니다.

오전 10시 개장이어서 일요일 9시 50분경에 매표소로 갔는데, 이미 200여 명의 관람객들이 줄 서 있었어요.

전시장을 찾으시는 분들이 이렇게나 많은데 전시 스포일 할 것도 아니고 굳이 '전시 후감'을 쓸 필요가 있겠나 싶었어요.

결론적으로는 그래도 몇 자 적어 보기로 했습니다.  전문적인 미술 평론을 하려는 것도 아니고 그저 피카소와 관련된 추억이 있는 개인이 전시를 본 소감을 적는 것이니까요.  


이번 피카소 특별전은 촬영 금지입니다. 작품은 물론 전시를 설명하는 글도 촬영 불가합니다. 스마트폰이든 카메라든 무조건 촬영 금지입니다. 그래서 전시 작품 이미지를 <파리 국립피카소미술관> 홈페이지에서 캡처해 사용함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제 기억으로는 198△년 서울 덕수궁 미술관에서 <피카소 전>이 열렸습니다.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저는 부모님의 손에 이끌려 전시를 봤는데요, 사람의 신체가 이상하게 그려져 있는 피카소의 그림을 보고 충격을 받았어요. 당시 '마징가 Z'라는 만화가 인기였는데 거기에 나오는 남녀 반반 인간  '아슐라 백작' 같다는 생각에 '뭐 이런 그림이 다 있어?' 싶었죠.

이번 특별전에서 제 기억 속에 남아 있는 그 시절의 전시 작품도 볼 수 있을까 기대했는데요 아쉽게도 그 작품들은 없는 것 같았어요.

그러나 그동안 제가 보지 못했던 많은 작품들을 봤기에 매우 만족합니다.  전시 정보에 의하면 <파리 국립피카소미술관>에 소장된 4천3백 여점 중에서 110점을 추린 것이라 하네요.


   ▲Minotaure aveugle guidé par Marie-Thérèse au pigeon dans une nuit étoilée_

     별이 빛나는 밤에 비둘기와 함께 마리아 테레지아가 안내하는 눈먼 미노타우로스



평소 저의 무지(無知)를 잘 알고 있었습니다만, 피카소가 판화 작품도 남겼다는 걸 이번에 처음 알았습니다.

전시되어 있는 대부분의 판화 작품은 99% 가느다란 선으로 표현된 것이었어요 (대부분 에칭 기법)

다만 위 그림과 같이 한두 점만 흑백사진 같은 작품이 있었습니다.  

판화 속 남성의 얼굴을 보면 마치 그리스 로마 신화의 '제우스' 같기도 하고요 미술 시간에 그렸던 석고상처럼 생겼어요.  저는 판화 작품의 주제를 단 하나도 이해를 못하겠더라고요.  가느다란 선으로 표현돼 있으니 잘 보이지도 않아서 작품을 가까이 들여다보느라고 힘들었어요. 판화 작품도 전시됨을 미리 알았더라면 예습을 했을 텐데요. (^^;;; 과연 그럴까요?)  


▲Pichet décoré de faunes_파운스 신으로 장식된 물 주전자

                                   

또 한 번 저의 무식함이 탄로 났던 것은 피카소가 도자기도 만들었다는 점입니다. 피카소는 정말 '천재'인가 봅니다.  회화와 조각을 같이 하는 예술가는 많이 봤습니다만,  판화와 도자기까지 만드는 예술가가 있다는 것은 처음 알았습니다.

피카소의 작품을 실제로 물 주전자로 사용하면 물이 더욱 맛있을까요? 한 손으로 들기에는 무거워 보입니다만... 이번에 전시된 도자기 작품 중에서는 '접시' 종류가 있는데요, 스파게티나 뇨끼 담아 먹으면 딱이겠다 싶은 것도 있었어요.



▲La Lecture de la Lettre_편지 읽기



피카소는 <큐비즘>의 대표잖아요? 그런데 1921년에 그린 <편지 읽기>라는 작품에서는 '신 고전주의'로 화풍이 바뀌었다고 합니다. 저는 이 작품에서 피카소의 입체파적인 기질이 남아 있다고 느꼈어요. 제가 동그라미로 색칠해 놓은 손을 봐주세요. 주황색 동그라미 안의 손가락은 기하하적으로 보이고요, 보라색 동그라미 안의 손가락은 사실적으로 보입니다. 피카소가 실수했을 리는 없겠고요, 일부러 그런 것 같은데요, 제 추측이 맞다면... 왜 그랬을까요? 그 이유까지는 추측이 안되네요.  우리나라 영화 '박하사탕'에서처럼 피카소는 '나 큐비즘으로 돌아갈래~'라고 메시지를 숨겨 놓은 것일까요?



▲La Chèvre_염소

 


위 작품의 동물은 <염소>라 합니다. 저는 이 작품을 봤을 때 이중섭 님의 <황소>가 생각났어요.

생김새, 특히 뿔 모양이 딱 염소이긴 하지만요.  예술가란 서로 다른 공간에 살았거나 다른 시대에 살았다 하더라도 무엇인가 공통된 관점이나 철학을 갖고 있지 않을지요?




▲Massacre en Corée_한국에서의 학살



<한국에서의 학살>은 최근 우리나라 언론에 보도되었죠? 이 작품은 피카소가 공산당에 입당한 후에 제작했다고 합니다.  당시 프랑스 공산당은 총을 든 군인들이 확실하게 미국인으로 보이지 않아서 불만이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공산당에 가입해 정치적으로 논란이 되는 그림을 그리는 피카소를 위험인물로 분류했습니다. 피카소는 특정 국가나 이데올로기를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전쟁의 참상을 고발하려는 의도였을 뿐이라고 밝혔고요.

무지몽매한 제가 보기에도 피카소가 특정 국가를 비난한 것 같지는 않아요. 그걸 이용하려 든 프랑스 공산당이나 후대의 평론가들이 싫습니다. 예술은 예술로 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예술에 정치가 개입되면 그때부터는 예술이 아니라 선전(propaganda)이 됩니다. 저는 <한국에서의 학살>을 피카소 본인이 말한 그대로 해석하고 싶습니다.



▲Portrait de Marie-Thérèse_마리 떼레즈의 초상



<마리 테레즈의 초상>은 매우 유명한 작품이죠? 피카소의 연인 마리 떼레즈, 17살 때 피카소를 만나 성인이 된 후 피카소와 동거를 했다니 정말 대단합니다. 테레즈의 얼굴을 입체적으로 묘사했어도 다른 이들의 초상화 대비 예쁘게 그린 것 같아요. 피카소의 진심이 드러난다고 해야 할까요?  

제가 기억하고 있는 1980년대 피카소 한국 전시회 때 봤던 작품들과 가장 비슷한 스타일의 작품이라서 더욱 애정이 갑니다.   




"나는 보는 것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생각하는 것을 그린다."

"그림은 단지 집안 장식을 위한 것이 아니다."

"그림은 보는 사람을 위해 존재한다."

                                              - 파블로 피카소 -


전시장에서 피카소의 명언을 읽으면서 저는 또 고민에 빠졌습니다.

그림은 생각하는 것을 그릴 수 있는데요 사진은 어떻게 할까요?

전 사진 합성 하기는 싫거든요. 합성 사진도 예술의 영역임은 인정하나 제가 합성 사진을 만들고 싶지는 않아요. 그러면 제가 생각하는 것은 어떻게 찍을 수 있나요?  자신이 꾼 꿈속의 한 장면을 연출해서 촬영한 사진작가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만. 무의식 세계에서 나타나는 꿈이 매번 촬영 거리가 될 수는 없겠고요 그렇다고 매번 연출해서 사진을 찍을 수는 없잖아요. 사물이나 풍경에 제 마음을 투사하는 것은 이미 오래된 기존의 방법이고요. 지금이라도 회화나 조각을 배워야 할까요?  고민이네요.


 이번 전시 작품은 <파리 국립피카소미술관>의 소장품들이라서 우리가 알고 있는 몇몇 유명한 작품들은 볼 수 없습니다. 예를 들면 <게르니카> 같은 작품.  그러나 110점의 작품이 전시 중이라서 볼거리풍부하고요, 그동안 잘 몰랐던 피카소의 천재적 재능을 살펴보실 수 있습니다.


요즘 날씨가 변화무쌍합니다. 비가 내렸다가 개이면 여름날처럼 뜨겁고 아침저녁으로는 바람이 불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피카소 전에는 많은 관람객들이 몰리고 있으니 주말에 관람 계획이 있다면 부지런히 서두르셔야 할 것 같습니다.

예매 티켓을 집으로 우송받으면 더 편하실 거예요. 현장 발권 대기 줄에 서지 않아도 되고요 입장 대기 등록을 빨리 할 수 있어요.


전시 관람 전에  <파리 국립피카소미술관> 홈페이지도 참고해 보시길요~

https://www.museepicassoparis.fr/en/collection-en-ligne#/artwor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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