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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전시 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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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우진 Jul 01. 2021

서울역사박물관,여의도展 나들이

전시 후감



*책을 읽고 쓰는 독후감처럼 전시 관람 후 개인적인 감상을 쓰는 '전시후감'입니다.



'꽝~'

"다친 데 없어? 이봐 학생, 얼굴이 이게 뭐야?"

"어휴, 아저씨~ 저희는 잘못한 거 없어요. 저 누나가 와서 들이받았단 말이에요"

"맞아, 쟤네들은 잘못한 게 없어"

비틀거리던 자전거가 저와 친구가 탄 자전거를 들이받았습니다.

사고를 낸, 대학생으로 보이는 여성의 얼굴엔 푸르스름 멍이 들었고 그녀를 부축한 남성은 피해자인 제게 원망의 눈길을 보냈습니다.


이 사연은 제가 초등학생이었던 1984년 어느 봄날, 여의도 '광장'에서 실제 벌어진 추억인데요, 여러분도 '여의도'에 대한 추억을 갖고 계시겠죠? 그 추억을 '서울역사박물관'에서 떠올려 보시면 어떨까요?



<여의도> 전은 ‘모래섬', '비행장’, '빌딩 숲'으로 주제를 나눠 전시되고 있습니다.

전시장 입구 바닥에서는 영상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여의도 전경 사진 위에 연대별로 여의도의 역사가 나타납니다.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감상해 보시기 바랍니다. 영상물이 매우 실감 납니다.




'여의도'는 언제부터 '여의도'라고 불렸을까요?

전시된 연표와 옛 문헌을 살펴보면요, 세종 3년인 1421년 '세종실록'에 '잉화도' 관련 기록이 있고 중종 때인 1530년에 편찬된 '신증동국여지승람'에도 '잉화도’에 대한 기록이 있는데요, 이 '잉화도'가 바로 오늘날 '여의도'라 합니다.

위 사진에 '여의도계'라고 쓰인 부분 보이죠? 1751년에 발행한 '수성윤음'이라는 책인데요, 이런 문헌 자료로 판단해 보자면, 조선 후기부터는 '잉화도'가 아니라 '여의도'라 불렸음이 확실합니다.



여러분, 혹시 1980년대 여의도 광장에 커다란 비행기가 항상 전시되었던 일 기억하시는지요?

이번 전시를 관람하고 나서야 알았는데요, 여의도는 일제 강점기 때에도 '비행장'이었더라고요. 놀라운 건, 군용 비행기뿐만 아니라 민간 비행기도 있었고, 당시 경성(서울)과 대구, 광주, 함흥 등을 오갔다고 합니다.

그리고 1928년에 '경성 비행장'이 되었고 1945년부터 1955년까지는 USA 공군이 사용했으며, 1954년 서울-타이베이-홍콩 항로를 열어 '여의도 국제공항'이 되었다고 합니다.

예전에는 서울이 지금처럼 복잡하지는 않았지만 도심 한복판에 국제공항이 있었다니 상상이 잘 안 되네요. (대만에 있는 송산 공항과 비슷하네요)




요즘 아파트 가격이 자주 화제가 되는데요, 여의도 개발 역사를 보니 그 당시에도 요즘 못지않게 부동산 개발 붐이 어마어마했더라고요.

'여의도 시범 아파트'는 강남 아파트보다 5년이나 앞서 준공됐다고 합니다.

'여의도'전에는 당시의 도시 개발 계획서, 부동산 개발 사진 등 평소에 보기 힘든 사료들이 많이 전시되어 있으니 그냥 지나치지 말고 자세히 확인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여의도'하면 무엇보다 '방송국'이 떠오릅니다.

저는 친구와 함께 KBS2TV에서 방송했던 '퀴즈로 배웁시다' 예심에 나간 적이 있어요. 공개 스튜디오 객석에 앉아 10문제 쪽지 시험을 봤는데요, 그만 똑~ 떨어져서 방송에는 출연하지 못했어요.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제가 대학생 때, 아나운서 시험 보느라 모 방송국에 간 적도 있어요.(물론 또 떨어졌지요)

지금은 대부분의 지상파 방송사 사옥이 상암동, 목동 등에 있습니다만, 1976년 KBS 개국 이래 1991년 SBS 개국까지 '여의도'는 방송의 메카였습니다.



여러분, 이 노래를 기억하시나요?

'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얌전한 몸매의~~ '

예, 맞습니다. 가수 '패티 김'이 부른 <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의 한 구절이었습니다.

1983년 6월 30일 밤, 첫 전파를 탄 '남북 이산가족 찾기' 방송은 '여의도'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지 모릅니다.

당시 KBS는 여의도 광장을 꽉꽉 채운 이산가족들의 '공고문'을 계속해서 비췄고 간신히 만난 이산가족들을 보면서 전 국민이 울음바다 속에 빠졌습니다. '여의도'는 그렇게 남북 분단 역사의 한 점이 되었습니다.

전시장에서 '패티 김'의 노래를 들어 볼 수 있고 QR코드로 당시 방송을 볼 수 있으니 꼭 체험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그리고요, 위 사진 오른쪽 아래에 보이는 방송용 테이프요, 저래 봬도 디지털 테이프랍니다. 1980년대에 디지털 테이프가 있었다니 놀랍죠?)


지금은 공원으로 바뀐 구 '여의도 광장' 앞을 지나가다 보면, 그 옛날의 추억들이 영화처럼 지나갑니다.

국군의 날 퍼레이드, 국풍 81,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방문 등 우리나라의 굵직굵직한 역사가 '여의도 광장'과 함께 했습니다.




'여의도'에는 모래섬, 비행장, 빌딩 숲, 100년의 역사가 담겨 있습니다.

저와 친구가 탄 자전거를 들이받았던 그 누님은 요즘 어떻게 지내고 계실까요?

그 당시 남자 친구분과 결혼하셨을까요?

서울 역사박물관 '여의도' 展을 관람하셨을까요?

관람하셨다면 그때 자전거 사고를 추억하셨을까요?


지금은 손주를 보신 할머니가 되셨을 그 누님도, 아직 서울 역사박물관에 방문해 보지 못하신 독자님도, 이번 '여의도' 전(展)을 꼭 관람하시면 좋겠습니다. 우리에게는 '여의도'의 추억이 소중하니까요.



□ <여의도> 전시

- 기간 : '21.5.21.~9.26.

- 장소 :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 55 서울역사박물관 1층 기획전시실

- 시간 : 오전 9시~오후 7시 (단, 매주 월요일 휴관)

- 입장료 : 무료

- 사전예약 : https://yeyak.seoul.go.kr (서울시 공공서비스 예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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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코로나 #모래섬 #비행장 #빌딩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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