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도 잎은 떨어지고, 여름에도 시드는데, 왜 가을 잎만 낙엽이 되었나. 나는 바람을 머금고 햇살에 뛰노는 당당한 가을 잎이다. 물기가 마르고 형형 색색 매일 변해가지만, 떨어져 밟히거나 썩어 들기 전까지는 멀쩡한 잎사귀이다. 하지만 나는 지난 계절의 굴곡을 품고 매달려있다. 희로애락의 주름살이 깊이 고여 있다가, 몸이 말라가며 드러낸다. 어쩌면 화석처럼, 그렇게 흔적을 남기겠지. 오늘은 본디 재즈를 들어야 하는 분위기이지만, 나는 그저 바람의 노래를 듣는다. 햇살 아래 흔들, 즉흥적인 바람 한 가닥, 어쩌다 침묵, 격정의 몰아침과 적당한 너울. 가을이 될 즈음이면, 봄날의 설렘도, 여름의 열정도 적당히 희미해져, 담백한 색깔만 남는다. 파아란 하늘에 오래 젖어 파랗게 익어갈 줄 알았지만, 나는 누렇게 변해간다. 이제 곧 공기를 가르며 떨어지겠지. 조금 더 살을 빼고, 가볍게 날리다가 쉽게 바스러지고 싶은 마음. 아, 나는 플라타너스 나뭇잎이다. 가을에 갈. 갈색 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