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속에 돌고도는 단어들이 한정적이라
같은 생각, 같은 어휘, 같은 표현.
기억, 계절, 생각, 바람, 나, 그리움, 삶, 여행, 등등.
그랬고, 저랬고, 그런 것 같았다는 둥.
이런 게 지겨워서
잠시 탈출하고 싶었다.
그냥 라디오를 켰다.
많은 것들이 들리는데, 역시
내가 좋아하는 채널, 내가 좋아하는 단어만 크게 들려온다.
무의식적으로 필터링이 일어나고 있다는 증거.
낯선 글들을 꼼꼼히 읽어보기 시작했다.
정제된 글이 교정을 거쳐서 출판된 작가들의 멋진 글 말고
요기 요기 글쓰기 모임의 글들
모든 단어를 하나씩 꼭꼭 씹어서
아 편식 왕.
쓴 나물도 있구나. 일본식 카레는 싫은데
견과류 사양합니다. 밥에 잡곡 넣지 마세요.
어디까지 참고 먹지?
그런데
우리 몸은 우리에게 필요한 걸 먹으라고 신호를 보내는 것 같은데
먹고 싶은 걸 먹자고, 맛있는 걸로,
듣고 싶은 걸 듣고, 쓰고 싶은 걸 쓰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