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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에깃들어 Jun 16. 2020

아마 지금, 이유는 묻지 말자.

심장을 둘러싼 근육은 손으로 만져지지 않고, 핏속을 부유하는 기름덩이는 형체가 없다. 손바닥은 이유 없이 쥐어졌을 테고, 땀은 기어이 살을 뚫고 헤쳐 나온 것이다. 긴장은 값싼 테이블 와인 같지만, 설렘은 부르고뉴의 그랑크뤼 와인 같다. 설레는 날엔 그렇게 심장이 고생이다. 


설렘을 감추기 위해서라도 오늘은 무척 추워야겠다. 


사람을 만나서 얼굴을 마주 보는 건, 눈높이 때문일까, 오로지 드러난 살에 대한 예의일까, 변하는 표정에 대한 염탐일까. 유독 넓은 면적의 양쪽 볼은 색이 자주 변하는 곳이기도 하다. 설레거나, 흥분되거나, 혹은 마셨거나. 


설렘을 감추기 위해서라도 오늘은 무척 마셔야겠다. 


이유를 알 수 없는 기분들. 적어도 머리는 구름과 같은 높이에 있고, 발끝이 까마득히 멀다. 기다림은 죄가 되고, 시간은 롤러코스터를 기어 올라간다. 산을 뛰어 내려오는데 걸리는 시간은 단 10분. 어떤 꿈을 빨리 깨는 게 두려워서, 오히려 생각을 자꾸 눕힌다. 눈을 흐린다. 


설렘을 감추기 위해서라도 오늘은 무척 놀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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