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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에깃들어 Jun 16. 2020

변명

글에 기대어

마음을 꿰매는 습관이 생겼다. 


터져 나오려는 생각을 단어로 막고, 

글로 이어 붙여서 적당한 긴장을 만들고, 

새어 나온 감정 한 줄기는 

안개에 뿌려 희석시키는 작업. 


한꺼번에 쏟아지지 않도록 단단한 단어가 필요했고, 

굵고 질긴 접속사가 필요했다. 

그리고 구름같이 가볍기 위해 

감정의 언어는 희미할 수밖에 없었다. 


반복하여 글을 쓰는 것은 일기처럼 느껴졌고,

정말 날 것의 일기를 써 내려가기도 했다.


그저 생긴 대로, 마음이 놓인 대로, 생각이 흐르는 대로

놓아두지만,

기억의 돌부리에 몇몇 걸리는 단어만

다른 것으로 교체되었다.


마지막 즈음에 쓰려던 글을 미리 쓰게 되었다. 

이것도 충동이라고 해 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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