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젊고 사랑하고 있구나

by Autumnlim

젊은 날엔 젊음을 모르고

사랑할 땐 사랑이 보이지 않았네

하지만 이제 뒤돌아보니

우리 젊고 서로 사랑을 했구나


내가 태어나가도 전에 발매된 가수 이상은 씨의 '언젠가는' 노래가 계속 머릿속에 맴도는 요즘이었다.

이 지나간 소중한 것들을 향한 아쉬움, 그리움.

그리고 다시는 돌아갈 수 없기에 더 사무치는 '언젠가는'.


하고 싶은 것은 많은데 '적기'라고 하는 것은 정해져 있는 것만 같고, 모두 다 하기에는 내 젊은 날이 너무나 짧게만 느껴졌다. "인생은 한 번뿐"이라는 그 뻔한 멘트가 사무쳐서 잠을 이루기 힘든 날도 있었다.


그러다 이금희 방송인의 영상을 보게 되었는데, 그분이 40대가 되었을 때 50대가 된 지인이 '50대가 되니 정말 좋다!'라고 이야기해 줘서 40대를 보내는 10년 동안 다가올 50대를 기대하며 살았고, 50대가 되었을 때 60대가 된 그분을 다시 만나니 '60대가 진짜다. 지금부터가 인생의 황금기다.'같은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이 이야기를 듣다 보니 나는 아직 30대이고, 이제 뭔가를 새롭게 시작해서 10년을 해도 40대다. 돌아보니 나는 10대보다 20대가 좋았고, 20대보다 지금이 훨씬 좋다. 누군가는 과거로 돌아가고 싶다는데, 나는 전혀. 지금 나의 삶은 내가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좋고 만족스럽다. 그렇다면 나의 40대는 지금보다 더 좋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생긴다.

20대 때 이걸 했어야 한다는 아쉬움보다 현재의 젊음을 누리며 산다면 40대는 좀 더 기쁘게 맞이할 수 있을 것 같다.


어제 남편과 저녁을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지난 결혼 생활을 돌이켜보니 참 감사한 것이 많았다. 보통은 겪지 않을 법한 어려움들을 여러 차례 넘기는 시간이 있었는데, 지금 보니 그때 그 시간이 우리를 얼마나 단단하게 만들고 깨어나게 했는지, 없었으면 안 됐을 시간이었다. 연애 때부터 돌아보며 이것이 있어서 우리가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다, 그 일이 있어서 우리가 이것을 깨달았다. 같은 이야기들을 나누다 보니 이런 대화를 할 수 있는 우리가 한 가족이고 내 평생의 반려자라는 것에 얼마나 감사하던지. 당신 같은 사람이 내 남편이어서 나는 정말 만족스럽다고 그 앉은자리에서 셀 수 없이 이야기한 것 같다. 잘 글썽이는 남편도 몇 번을 눈시울을 붉히며 감사하다 감사하다 이야기하는데, 우리 정말 잘 살고 있구나 싶었다.


우리의 결혼생활이 아직 4년도 채 되지 않았는데, 함께하는 시간 동안 이렇게 많이 배우고 성장했다는 것에 감사했다. 고난이 우리를 단단하게 했구나, 그래서 우리가 이렇게 대화할 수 있는 사이가 되었구나, 한 방향을 바라보며 응원할 수 있는 존재들이 되었구나 싶어 감회가 새로웠다.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3년 넘게 운영하다 보니 별 것 없는 내용이어도 워낙 일상 정보가 없는 나라라 고마워하시며 보시는 분들이 많아졌다. 덕분에 블로그를 통해 얻게 되는 재밌는 기회들도 생기고 있다. 나쁜 게 아니라면 뭐든 쌓으면 좋구나를 배웠다. '인생은 복리다'라는 문장을 보았다. 작은 것이라도 시간을 들여 쌓고 굴려야 큰 것이 된다. 유튜브도 꾸준히 해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본업이 있는지라 잘 되진 않지만 숏츠라도 짧게 올리려고 애쓴다.


일도 그렇다. 20대에 방황하며 미얀마에 왔다 갔다 하느라 또래보다 늦은 나이에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그마저도 1년 만에 그만두고 다시 미얀마에 와서 처음으로 사무일을 시작했다. 이제 3년이 되어가는데, 벌써 내가 이만큼 자랐나? 싶을 정도다. 10년 차가 되었다고 해서 1년짜리 일을 10번 반복하는 사람이 되지 말자, 10년 치의 경력을 쌓는 사람이 되자고 다짐했는데, 지금 하고 있는 일들이 전에 비해 많이 발전했고, 포지션이 생겼다는 생각이 든다. 하다못해 지난 6개월 전보다 지금의 나는 성장해 있다.


올해 초에 남편과 아파트 단지를 산책하며 '공부를 해야겠어'라고 여러 번 이야기했었는데, 사실 그때는 뭘 어떻게 공부를 해야 할지 감도 안 왔었다. 뭔가 내가 잘 모르는 것 같은데, 뭘 모르는 건지, 어떤 걸 배워서 어디에 적용해야 하는 건지, 무슨 문서를 읽어야 하는 건지, 뭘 물어봐야 하는 건지도 잘 몰랐는데 이제는 내 눈앞에 막이 하나 벗겨진 것 같다. 이런 걸 공부해야 하는 거구나, 내가 이걸 알았더라면 같은 현장에서도 이런 정보를 얻고 이런 결과를 도출할 수 있었겠구나 싶은 부분들이 보인다. 나의 무지함이 낱낱이 드러나는 요즘이다.


참 부끄럽고 여태 이런 거 공부 안 하고 뭐 했나 싶지만, 이제 나는 후회하지 않는다.


나는 젊은 날에 젊음을 모르고 사랑할 때 사랑이 보이지 않는 인생을 살고 싶지 않다.

지나간 날을 뒤돌아보지 않고 지금 소유한 젊음을 만끽하며 사랑을 정시하는 삶을 살고 싶다.


나는 30대 초반이다. 지금부터 시작해서 10년을 해도 40대 초반이다. 주위에 계신 40대 초반 분들을 보면 얼마나 창창하고 젊은가 생각해 본다. 그때부터 10년이 지나도 아직 50대일 것이다.


엄마가 생각이 났다. 우리 엄마는 늘 '난 지금이 너무 좋아. 나 같이 행복한 50대 있으면 나와보라고 해!'라고 말한다. 어디 가서 본인 사는 얘기 하면 욕먹을 것 같아서 말 못 하겠다 할 정도로 엄마는 삶에 만족도가 높다. 그렇다고 우리에게도 가정사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것들을 지나며 늘 성장하고 배우고 더 여유로워진 부모님은 지금의 삶에 아주 만족하신다. 이렇게 복을 누리는 삶을 살아도 되는 건가 싶을 정도라고 한다. 지금도 문제들은 있다. 문제없는 가정이 어디 있는가. 하지만 쌓아온 삶의 내공이 무엇에 집중해야 하는지, 무엇이 그들의 삶을 빛나게 하고 만족스럽게 하는지 깨닫게 했다. 부모님의 행복한 5,60대를 보며 나의 행복한 5,60대도 꿈꿔본다.


그렇다면 이 시점, 나는 무엇을 쌓을 것인가를 고민한다. 몇 가지 정한 것들이 있다. 건강을 쌓고, 공부를 쌓을 것이다. 40대가 기대가 된다. 그때엔 얼마나 더 성장해 있고, 내가 꿈꾸는 전문가의 모습에 얼마나 더 가까워져 있을까. 지금까지 그랬듯,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좋겠지 싶다. 지금의 나의 미숙함과 무지함을 부끄러워하지 말고 앞으로 내가 더 자랄 수 있는 가능성으로 생각하려 한다.


2025년 초 허공에 뿌리던 것들의 윤곽을 잡았고, 힘들고 어려웠던 고비를 지나 이제 좀 할만하다. 어떻게 하면 더 잘하겠다가 조금씩 보인다. 그리고 이제 덜 외롭다. 길이 뚜렷하게 보이니 연연하던 것들이 줄어들고 누구와 함께 가야 할지 가려진다. 이만하면 1년 새 큰 수확을 했다 싶다.


참 만족스러운 연말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엉망진창 혼미함이 가득한 어떤 사건 속에서 내 윤곽이 또렷하게 보였다. 나는 멈춰 있는 사람이 되지 않을 것이다. 10년 동안 1년짜리 일을 10번 반복하는 사람이 되지 않을 것이다. 나의 30대의 시작이 명확한 이유는 20대 때 나의 소명을 찾기 위한 치열함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의 30대도 치열할 것이다. 10년 동안 양질의 것을 차곡차곡 잘 쌓을 것이다. 그리고 나의 40대는 정말 멋질 것이다.


인생의 시간에 속절없이 끌려가는 사람이 아니라 목적이 있는 인생을 살아내는 사람이 될 것이다.

젊은 날에 젊음을 알고, 사랑할 때 사랑을 보는 삶을 산다면, 우리의 인생이 얼마나 빛날까.

이 글은 기록이자 다짐이며 울리는 경종이다.



작가의 이전글누군가의 처음을 함께한다는 영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