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유미의 세포들> 이야기
주인공인 유미가 구웅(전 남자 친구)과 아픈 이별을 하고 난 뒤 마음을 다잡고 출근을 해보지만
별 거 아닌 것들로 함께했던 기억들이 떠올라 눈물이 왈칵 나는 걸 애써 숨기려고 할 때,
같은 회사에 다니고 있는 유바비 대리는
그녀가 무안하지 않도록 먼저 알레르기 핑계를 대면서 휴지를 가져다주는 사람이었다.
웹툰 사상 단연 최고의 남자 친구 캐릭터라며 많은 사랑을 받아온 유바비는
누구에게나 자상하고 다정한 말을 건네줄 줄 아는 사람이었고
덕분에 가끔은 그 다정함이 과했던 과거도 가지고 있었다.
이동건 작가님은 이 웹툰에서 사람 심리를 나노 단위로 쪼개서 세포로 설명하다 보니
정말 섬세하게 캐릭터를 잘 묘사하는 작가님이다.
그가 그리는 유바비는 남에게는 다정하고 친절하고 자상하지만
본인의 감정에 있어서는 늘 쿨하고 적당한 선을 잘 지키며 (개오바 세포를 가둔 탓)
구웅(전 남자 친구)처럼 찌질하지도, 혹은 지나치게 능글맞지도 않은 최고의 균형감을 보여준다.
그런 바비가 유미랑 사귀기까지의 과정만큼 사람을 설레게 하는 서사는 없다.
그런 그가 회사를 나와 아버지를 이어 떡볶이 가게를 하면서 유다은(알바생)을 만나게 되는데
한참 나이 어린 다은에게 알게 모르게 귀엽다는 마음을 갖게 되고 그만큼 무의식적으로 다은을 챙겨주게 된다.
그리고 그걸 알아차리지 못할 리가 없는 유미는 바비의 흔들리는 모습에 이별을 고하게 된다.
유미의 프라임세포(가장 영향력이 큰 세포)인 사랑 세포에게 이별 후 유미가 하는 말.
그동안 너 애쓴 거 알아.
당장이라도 울어버릴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는 사랑 세포가 너무 귀여우면서도 안타깝다.
그냥 행복하고 싶을 뿐인데
누군가와의 만남에는 늘 헤어짐이 패키지로 같이 들어있다.
바비에게 미련 남은 거 아니냐며 놀리는 직장 동료에게 솔직하고 당당하게 이야기하는 유미가 예쁘다.
내 감정은 내 거니까.
웹툰의 매화에 달리는 댓글들을 보고 있어도 정말 공감 가는 내용이 많아서 신기했다.
한참의 시간이 흘러 우연히 동네에서 마주친 바비는
여전히 너무나 친절하고 다정했으며 무엇보다 여유롭고 자신감 넘쳐 보인다.
현실에서는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늘 당당하고 속을 잘 내비치지 않는 캐릭터다.
그래서 사랑받는 거고.
3년 뒤 어느 날로부터 과거로 가장 많은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
우리가 막상 어떤 폭풍우 안에 있을 땐 급속도로 판단력을 잃기 시작하는 것 같다.
잘하고 있는 건지, 아닌 건지,
나중에 잘될지, 안될지,
괜찮을지, 안 괜찮을지를
판단할 수 없는 거다.
보통 그렇게 판단력을 잃기 시작하면 불안한 마음과 비관적인 생각들이 스멀스멀 차올라
머릿속과 마음속을 헤집는 듯한 기분이 들 때가 있다.
그럼 보통은 아주 괴롭거나 힘들다.
근데 지금 와서 이렇게 되돌아보면
심지어 나 또한 정말 큰 고비라 여기며 겪었던 일들을 무난 무난히 잘 견뎌왔고,
심지어 그렇게 견뎌온 나날들이
오히려 결과적으로는 매우 잘된 일이었다.
지금은 제대로 판단할 수 없이 흔들리겠지만
오늘의 나에게 열심히 시그널을 보내주고 있는 미래의 나와 한 팀을 만들어서,
서로서로 힘을 주고 믿어주면 좋겠다.
<유미의 세포들>을 보고 있으면
어떻게 사랑을 처음 시작할 땐 저렇게 완벽했던 바비가
사랑이 끝나가는 시점엔 이렇게 현실적으로 그려질 수 있는지 그걸 보는 게 재밌었다.
그리고 어쩌면 그게 모든 남녀관계의 시작과 끝을 내포하는 느낌이라 더 감정이입이 잘 됐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적이고, 현실적이어도, 늘 소중한 사람에게는 좋은 사람으로 남고 싶은 욕심도 들었다.
출처 : 네이버 웹툰 <유미의 세포들>, 이동건 작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