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딩턴 앤틱 숍을 다녀오는 길
브리즈번 다운타운에서 가까운 듯 먼 듯한 곳에 있는 패딩턴에는 빈티지 샵이 많고 앤틱한 거리가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빈티지를 그렇게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동네마다 다른 분위기가 있고, 그 다른 분위기 속에서 살아가는 또 다른 사람들이 있기에
잠깐이라도 그걸 살펴보고 구경하는 게 좋아서 오늘도 책 한 권을 들고 버스를 탔다.
패딩턴 메인 거리를 쭉 걸어가다 보면 한 끝에 앤틱 가게들이 모여있는 큰 건물이 나온다.
마치 고속버스터미널 몰처럼 큰 건물 안에 수십 개의 빈티지 가게들이 삼삼오오 모여있다.
열심히 갔는데 오후 3시가 넘어가는 시간이라 그런지 문 닫는 시간이 거의 가까워졌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세상 잡동사니를 다 모아놓은 것처럼 가구, LP판, 장식품, 옷 등등 집안 살림들이 다 펼쳐져 있다.
이 앤틱 가구 건물조차 너무나 앤틱하기도 하고 맥시멀리즘의 끝판왕처럼 보여서 정신없기도 했지만
그래도 찬찬히 둘러보다 보면 이렇게 예쁜 찻잔 가게가 있다.
항상 빈티지 가게는 제각각 다른 곳에서 온 물건들이 한데 모여있을 때
그 위력과 힘이 커지는 것 같더라.
그 안에서 보석을 알아보는 눈을 가지는 것도 능력인 것 같다.
내가 그중 가장 마음에 들어했던 가게는 문고리, 서랍 고리 가게였다.
내 손에 잡힐듯한 작은 고리들. 꼭 사야 하는 필수 아이템이 있는 건 아니어도 추억으로 하나쯤은 가지고 있어도 좋을 것 같은 느낌이다.
내 생각보다는 앤틱 샵의 규모가 크지 않아서인지, 아니면 빈티지의 가치를 알아보는 눈이 아직은 없어서인지 몰라도 한 바퀴 둘러보고 밖으로 나와 밥을 먹으러 왔다.
주말이라 그런가 -
패딩턴 거리가 왠지 모르게 한산한 느낌이었다. 처음 오는 곳이 나에게 주는 낯선 느낌 때문인지도 모른다.
아니나 다를까 집에 돌아오는 길에 여자 노숙자를 만났다.
안 그래도 낯선 곳에서 버스정류장을 찾기도 어렵고 버스가 안 와서 두리번거리고 있었는데
조깅 차림의 여자가 와서 버스 시간, 노선 같은 걸 묻더니 급기야 누구랑 사는지, 너희 집에서 재워줄 수 있는지, 목걸이가 예쁘다는 둥 본격적으로 의도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겁을 잔뜩 먹었지만 한 손으로 핸드폰을 꼭 쥐고 혹시 큰일이 나면 쇄골을 내리쳐야지 하는 본능적인 생각이.
그래도 그 타이밍에 버스가 와줘서 후다닥 버스에 올라타 사람들 사이로 숨어 앉았다.
그 여자 노숙자도 같이 탔지만.
그 상태로 집에 오니 온갖 긴장이 다 풀리면서 모든 주변 환경이나 모든 사람들이 다 낯설고 무섭게만 느껴지더라.
침대에 폭 - 들어가
좋아하는 유튜브를 보면서 마음을 진정시켜보지만
오늘 같은 날은
왠지 모르게
마음 토닥거릴 사람을 찾게 된다.
못 말려 진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