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다 자신을 더 아껴주려고 이 자리에 모였다.
봄이 되면 우리나라에 벚꽃 나무가 흐드러지게 피듯이 호주에는 자카란다 나무가 있다.
처음 봤을 때 어떻게 자연에서 저렇게 예쁜 연보라색 잎이 만들어지는지 한참을 쳐다보고 신기해했던 기억이 난다.
아침 meditation (still) 수업을 들으러 가는 길. 조금 일찍 나서서 스튜디오 근처를 산책한다.
연보라색 잎들이 하나 둘 떨어지더니 그림 같은 풍경이 만들어졌다.
일어나 눈 비비고 옷만 갈아입고 나와 아직은 멍- 하지만 아마 수업이 끝나고 나면 정신이 번쩍 들겠지.
오늘 하루도 무사히, 좋은 하루가 될 수 있었으면 하고 바랬다.
항상 운동은, 특히 요가 같은 종류의 운동은 다급한 마음으로 가기보다 느긋하고 차분한 마음으로 여유 시간을 충분히 두고 갈 때 효과가 제일 좋은 것 같다. 가끔 준비를 하다가 촉박하게 뛰어가 운동을 하면 심장이 두근두근거리는 게 마치 밥 먹자마자 뛰어가는 느낌이라 스스로 진정시키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
나뭇잎은 꼭 초록색이어야 한다는 편견을 깨 주는 나무. 근데 꼭 초록색이지 않아도 그냥 있는 그대로의 색이 너무 예쁘더라. 화사하고.
잎들이 떨어져 길거리가 온통 연보라 색인 게 익숙해질 법도 하지만 나는 여전히 볼 때마다 이 풍경을 사진으로 남겨두게 된다.
가끔 매트 위에 베개를 두고 다 같이 담요 덮고 안대 쓰고 누워있다 보면 어른용 어린이집에 와있는 것 같은 상상을 혼자 할 때가 있다.
가장 흐뭇한 건
이 자리에 모인 모든 사람들이
다 자기 자신을 위한 시간을 마련해서,
자기를 가꾸고 예뻐하려고 모여있다는 사실이다.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이른 아침마다, 늦은 저녁마다 꾸준하게 모일 수 없다.
머나먼 브리즈번으로 와서 마음 붙일 수 있었던 것도 다 soba (스튜디오) 덕분이다.
별 거 아닌 것 같아도,
분명히 별 거 아닌 것들로 우리는
행복해지는 법을 차근차근 배워간다.
이 곳이 바로 soba에서 운영하는 뒷마당 카페 soba social이다.
낮에는 브런치 카페로, 저녁엔 테이블과 의자를 걷어 야외 요가 공간으로 쓰고 있다.
보통 보면 운동 끝나고 곧바로 커피나 식사를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 외의 동네 주민들도 많이 보인다.
항상 커피를 시키고 나면 물 한 병과 컵을 통째로 함께 준다.
바리스타도, 홀 직원들도 항상 활기차고 친절하게 손님들을 챙겨주는 이미지다. 항상 아이스 음료를 마시다 보면 저 제각각 다른 얼음들은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서 넣어주는 건지 신기했다.
여유롭게 soba 카페에 앉아있다가 집에 와서 씻고, 냉장고에 남아있던 재료들로 간단하게 아침을 차려 먹었다.
그냥 굽기만 하면 되는 간단한 음식이지만 직접 해먹은 경험이 별로 없는 나에겐 부엌에 있는 시간 자체가 셰프처럼 진지하게 임하게 되는 매 순간이다.
지켜봐 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 매일 나서기 전 찍어두는 나의 모습.
가끔 사진첩을 들춰보면 내가 이런 표정을 짓고 있었구나 싶을 때가 있었다.
나도 모르는 나의 모습 같기도 하고 불과 몇 개월 지났다고 좋은 일이 생기기도, 나쁜 일이 생기기도 하는 걸 사진으로 보면서 그걸 남겨두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물론 힘들 땐 사진이고 뭐고 찍을 틈도 없지만 시간이 지난 후 되돌아보면
다 추억이 되고 깨닫는 바가 생긴다는 걸 어렴풋이 알게 됐다.
좋은 날의 나도 나고,
그렇지 못한 날의 나도 나라는 걸
잊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