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내가 사진일기를 쓰는 이유

포티튜드 밸리를 산책하며

by Minah
IMG_7217.jpg?type=w966 왠지 모르게 한껏 신나 있다.


오늘은 집에서 좀 먼 곳까지 진출하는 날이다.

그래 봤자 버스로 몇 정거장 더 가면 나오는 곳이지만 나는 집에서 멀리 떨어지면 떨어질수록 약간의 경계심이 커지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늘 마음을 크게 먹어야 나의 안전한 zone에서 한 발짝 한 발짝씩 벗어날 수 있다.

IMG_7232.jpg?type=w966 제각각의 방식으로 꾸며놓은 베란다


오늘 내가 가는 곳은 포티튜드 밸리 근처의 동네다.

사실 최종 목적지는 벨리시모 커피(Bellissimo coffee)라고 하는 카페인데 호주에서 로스팅 커피로 큰 상도 받은 이력이 있다고 한다.

카페로 가기 위해서는 브리즈번의 가로수길로 불리는 제임스 스트리트(james street)도, 브리즈번의 가구거리도 지나쳐가야 한다.

느긋한 마음으로, 보석 같은 상점들을 하나하나 구경하는 마음으로 천천히 걸어가야지.

IMG_7238.jpg?type=w966 가구 부티크에서.


포티튜드 밸리에서 대충 내리고 나서 걸어가다 보면 가장 눈에 띄는 곳들은 가구 부티크들이다.

편집숍처럼 큰 매장 안에 여러 디자인의 가구, 품목들을 넣어놓고 전시하고 있어서 편하게 들어가서 둘러볼 수 있다. 내가 좋아하는 나무 의자들도 잔뜩 있다.

IMG_7241.jpg?type=w966 따뜻한 조명들


그리고 뭐니 뭐니 해도 제일 눈길이 가는 건 조명들이다. 어떤 조명을 쓰느냐에 따라서 공간의 분위기도, 인상도 달라지곤 한다. 사람으로 따지면 안색이나 얼굴빛이라고 해야 할까.


안색이 어딘가 모르게 어두우면 그 누구도 빛이 나지 않는 것처럼 어디서나, 언제나 평온하고 온화한 빛을 지닐 수 있는 건 아주 중요한 부분인 것 같다. 그런데 그 빛이라는 게 마음먹는다고 쉽게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니라

늘 좋은 음식 먹고, 좋은 생각 하고, 잘 가꿔주어야 하는 것이더라.


화사하고 평온하기를 늘 염원하고 기도한다.

IMG_7242.jpg?type=w966 서랍들을 겹쳐 올려놓은 작품


요즘은 '퍼스널 컬러' 찾는 것도 하나의 트렌드가 된 것 같다. 사람이 하나의 색이라면 어떤 색일지, 웜톤 일지 쿨톤 일지 등등.


나이가 들면서 늘 변하는 거겠지만 스스로 바라는 게 있다면 차분하고, 평온하고, 감싸주는 색이었으면 좋겠다.


요즘은 여러 상황 상 내 마음속에 불덩이 하나를 안고 있어서 지금 퍼스널 컬러를 진단하면 아주 새빨갛고 자극적인 색이 나올 것만 같지만


그래도 언제나 이렇지는 않겠지. 다 지나가니까.

IMG_7261.jpg?type=w966 호주에서 큰 상을 받은 로스터리 카페


노트북을 들고 걸어오는 내내 액세서리 가게도, 향초 가게도 구경한 터라 얼른 들어가서 커피를 한 잔 마시고 싶었다. 대로변에서는 조금 떨어져 있어서 길을 찾는데 시간이 걸렸다.

IMG_7287.jpg?type=w966 두 개 층으로 이루어져 있다.


애매한 오후 시간대라 가게 안에는 사람이 많지 않았지만 테이크아웃으로 사가는 사람들이 종종 있었다.

호주에서 큰 상을 받은 로스터리는 어떤 커피 맛일지 호기심이 차오른다.


IMG_7282.jpg?type=w966 2층으로 올라왔다.


아마도 숏 블랙을 마셨던 것 같은데 커피 맛은 약간 산미가 강했다.

커피라고 하면 맥 커피도 잘만 마시기 때문에 맛보다는 공간의 느낌을 많이 봤고, 사람들로부터 사랑받는 이유는 뭘까 하는 생각으로 오래 앉아 쉬었다.

IMG_7306.jpg?type=w966 강변 주택들


어느새 집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 간단한 장만 보고 강변을 따라 걸어오는 길이다.


해가 지는 무렵의 강변은 사람을 괜히 뭉클하게 하는 뭔가가 있다. 이렇게 걷다 보면 가끔 생각하곤 한다.

나는 어떤 걸 바라고 원하는 걸까. 정말 원했던 건 뭐였을까. 그게 내가 진심으로 원하는 거긴 했었을까. 하고.


아직 명확한 답이 있는 건 당연히 아니지만 늘 마음 한 구석에 넣어두고 잊지 말아야 할 질문들이다.

IMG_7309.jpg?type=w966 밑에 있는 구름들이 그림처럼 예쁘다.


그렇게 멍- 때리다 보면 소중한 친구들이나 가족들이 그립다. 거창하게 좋은 소식이 있던 날보다 작은 것들에 웃고 떠들던 평범한 날들이 가장 많이 생각난다.


소소한 기쁨을 누리는 법과 그 안에서도 나아갈 방향을 잃지 않는 것 사이에서의 균형을 찾아나가는 중인 것 같다. 나는.

IMG_7319.jpg?type=w966 마음이 조금 허기져서 오늘은 소울푸드를 저녁으로 준비했다.


나는 보통 기억을 시각으로, 손으로 만졌던 촉각으로, 향기로, 소리로, 감정으로 저장하곤 한다.

이렇게 사진을 정리하며 일기를 쓰다 보면 어느 정도 시간차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때의 기억과 감정들이 잊히지 않고 떠오른다.


설렜고, 떨렸고, 때로는 불안하고 외로웠고,

그전에 겪은 변화들을 극복하고 회복하는데 나의 에너지를 전부 쏟아 넣고 있었다.


그래서 이렇게 사진으로 하나씩 정리를 하면서 행복한 기억도 많이 나지만 그때의 총체적인 감정들을 복기하는 것 같아 괜히 마음이 들쑥날쑥거릴 때도 많다.

하지만 그래도 이 기록들이 소중하다고 여기는 이유는 분명히 이 모든 경험들로부터, 시간들로부터 배운 게 있기 때문이다.


나는 어떤 부분에 가장 나약하고 흔들리기 쉬운지,

나는 어떻게 위기 상황들을 극복하는지,

행복할 때 내 표정은 어떻고

힘들 때 나의 모습은 어떤지 같은 것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내가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싶은 건지에 대한 꿈이다.


좋았던 날들도, 힘들었던 날들도 모두 포함해서

이 나날들과 기록들이 차곡차곡 쌓이다 보면

전보다는 나은 모습의 내가 되어있을 거라 믿으면서 -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가고 싶다.


품어주는 마음으로,

여유를 가지고.


힘 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