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 이야기
직접 버려요. 버리는 것까지가 이별이에요.
영화든 드라마든 소설이든 수필이든 음악이든 사람이든 나는 한 번 좋아하게 된 건 쉽사리 잊지 않는 편이다.
그리고 꼭 여러 번 되돌아보곤 한다.
나는 작년 여름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라는 드라마에 푹 빠져있었다.
포탈업계에서 일하는 여자 주인공 셋 (임수정, 전혜진, 이다희) 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세 가지 모습의 일과 사랑 이야기를 볼 수 있어서 좋았고, 유난히 영화를 보고 있는 듯한 영상미가 좋았고, 그 영상에 어울리는 OST들을 좋아했다.
그중 제일 좋아했던 드라마 속 커플은 배타미(임수정)와 박모건(장기용)이었다.
그들은 누구나 이해할 수 있고 공감할 수 있는 이유들로 사랑에 빠졌고,
그 누구 하나 비난할 수 없는 이유들로 헤어졌다.
모건이 떠난 후 타미의 집에는 모건이 두고 간 물건들이 잔뜩이다. 타미는 정신을 차리고 모건의 물건들을 모아 하나하나 박스 안에 넣어둔다.
두 사람의 이별 후 모건의 친엄마는 돌아가시고 이미 헤어졌지만 타미는 장례식장에 찾아가 모건을 위로한다.
시간이 흘러 고마운 마음을 전하러 온 모건에게 집에 물건이 있으니 가져가라고 하는 타미.
타미는 모건에게 너는 내 물건을 버렸냐고 묻지만 모건은 대답이 없다.
그리고 그런 모건에게 타미는 괜찮은 거냐며 묻는다.
나이가 들면 누구나 자연스레 알게 되는 사실이지만 사실 물건은 아무런 죄가 없다.
같이 나눴던 반지도, 주고받았던 선물들도, 그 어떤 것도 사실은 그저 하나의 물건일 뿐이라는 걸 우리는 너무 잘 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눈 앞에서 치워야 할 수밖에 없는 순간이라는 게 찾아오는 거고 그래서 사람들은 인연이 끝나고 나면 물건도, 사진도 정리하게 되는 것 같다.
그렇게 맺고 끊는 걸 잘하는 사람들이 쿨하다고 인정받는 세상이지만
그런데도 서로의 물건을 차마 버리지 못한 두 사람의 모습이 차라리 솔직해서 그게 너무 예뻤던 장면.
가끔은 궁금했다.
여전히 물건들을 간직한다는 건 아직도 이별까지 못 갔기 때문일까
아니면
그것조차 아무런 상관없을 정도로 괜찮아졌기 때문일까.
다 드라마니까 전자로 해석하는 거겠지? 그래서 명장면으로 남는 거고.
애틋해서 예쁜 커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