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inah Sep 20. 2020

#25 내가 세상의 모든 처음을 바라보는 방식

낮은 퇴근하고 밤이 출근하는 시간.


지금껏 나는 불확실한 걸 싫어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살았다.

1년 후, 5년 후, 10년 후의 미래와 그 이야기의 결말이 늘 내 기대 속에서 명확하고 안정적으로 남아주길 바란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참 신기하지 -

때로는 나를 그렇게 방황하게 만들었던 그 불확실성이 동시에 나에게 가장 큰 행복들을 가져다 주기도 했다는 걸 지금의 나는 부인할 수 없다.

인생의 편차와 오차범위를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주는 건 늘 내 몫이다. 


브리즈번 스프링힐 'jak+hill' 카페


오늘은 주말 맞이 브리즈번 스프링힐로 진출하는 날.

항상 포티튜드 밸리 쪽으로 산책할 생각은 했어도 스프링힐로 가본 적은 없었는데 주말엔 CBD 답게 비즈니스 구역에 사람이 없어 느긋느긋 하게 동네 산책을 해보기로 했다. 


외부 테라스에 테이블이 꽤 많다.


내가 항상 피크타임을 피해서 한산한 시간대에 카페들을 찾아와서인지 오늘도 사람이 많이 없다.

jak+hill은 이렇게 도심 빌딩 숲 속에 위치해있고 넓은 내부만큼 외부 테라스에도 자리가 많다.


독특한 분위기


Allpress 원두로 커피를 만드는 곳이다.

영국 런던에서 이 원두를 선물로 사 온 적이 있어서 반가운 마음.


각종 콤부차도 많다.
넓은 테이블에 잔뜩 깔린 각종 신문들
내부보단 외부가 훨씬 좋은 카페.


보통 어떤 장소나 사람을 처음 마주하게 될 때 그에 대한 첫인상은  주로 그 맥락에 큰 영향을 받는 것 같다. 

그때의 내 마음 상태, 내 상황이나

그 사람의 상황,

그 장소의 상황적 분위기 같은 거. 

그 맥락에 따라 한 번 첫인상이 결정되고 나면 좀처럼 바뀌는 경우는 드문 것 같다. 그런 면에서 jak+hill은 나에게 그렇게 이렇다 할 이미지나 인상을 딱히 남기지는 않았던 것 같다.


Ovolo Inchcolm 지점


그렇게 스프링힐 동네 산책을 하다가 우연히 호텔 Ovolo의 Inchcolm 지점을 발견했다. 

반가운 부티크 호텔 Ovolo. 처음 시드니를 갔을 때 오볼로 울루물루에 일주일 간 머물렀던 적이 있다.

그 호텔에 대한 좋은 기억이 정말 많았어서 반가운 마음으로 호텔로 들어가서 Inchcolm 지점도 한 바퀴 둘러봤다.

1층 레스토랑/카페


여전히 예쁘다. 

시티 중심에 있는 만큼 울루물루점에 비해서 규모가 크진 않지만 이 분위기는 정말 여전하다. 


나무 바닥, 조명이 다했다.


그냥 이렇게 둘러만 봐도 좋은 거 보면 Ovolo 호텔의 첫인상은 나에게 너무 좋게 남았나 보다. 

하긴 그때의 그 기억이 좋아 1년 만에 호주로 다시 오게 되었으니 그럴 만도 하다.


브리즈번의 석양

스프링힐을 한 바퀴 산책하고 나니 이제는 해가 지는 타이밍. 

지구가 만들어내는 총천연색 보랏빛이 하늘을 뒤덮었다.

거의 매일 보는 석양인데도 매일이 다르다. 오늘만 보이는 이 모습이 지나가는 게 아쉬워서 한참을 다리 위에 서있었다.

나 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걸어가다 멈춰 서서 한참 동안 해가 지는 걸 바라보고 있던 걸 보면 이상하게 해가 질 때 마음이 뭉클뭉클해지는 건 모두가 똑같나 보다.


낮과 밤 교체 시간.


이제 낮은 할 만큼 일했으니 밤이 교대로 일할 시간. 

그 둘이 뒤섞이는 이 잠깐의 순간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밤 출근 완료.


하루도 빼놓지 않고 이렇게 해가 뜨고 달이 진다는 사실도 정말 신비로운 것 같다. 

그렇게 따지면 세상의 순리에 내가 순응해야 한다는 사실은 늘 변함이 없다.


항상 재료 준비까지는 잘한다.
오늘의 저녁 메뉴.



주말 동네 산책을 마치고 아늑한 집으로 돌아와 지난번에 사둔 소고기를 구워 먹는 걸로 오늘 하루도 끝. 


항상 재료 준비까지는 잘하는데 (아무래도 재료 준비하는 걸 좋아하는 것 같다.) 불 앞에 서는 순간 스스로 통제 불능이다. 지난번엔 프라이팬을 옮겨두고 불 끄는 걸 깜빡해서 몇십 분간 불만 켜져 있던 적도 있다.


그래도 처음은 늘 소중한 법이다. 처음은 늘 그 순간만 유효하기 때문이다.

물론 처음만큼 과정과 끝도 중요하지만 오늘은 여러모로 첫인상에 영향을 많이 받은 날이라 

세상에서 바라보는 나의 첫인상도 좋았으면 하고 바랬다.

내가 세상의 모든 처음을 바라보는 방식도. 


늘 Welcome 하는 자세이기를.

작가의 이전글 #24 다른 사람이 되려고 할 땐 안달하지 마세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