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직장동료에게 받은 연락
오랜만에 새벽까지 깨어있지 않고 푹 잔 오늘 아침.
일어나자마자 핸드폰을 열어봤더니 첫 회사 동료로부터 반가운 카톡이 하나 와있었다.
첫 회사에서 5년을 넘게 일하면서 나에게 회사는 '직장' 그 이상의 의미였다. 그야말로 하루 5시간 잠잘 시간을 빼고는 회사에서 아침 먹고, 점심 먹고, 저녁 먹고 그렇게 일만 했고, 회사 동료들은 내 인생의 가장 가까운 친구들이었다. 간신히 연차를 쓰면 다 같이 해외로 여행을 다녀와 다 같이 비행기에서 밤을 지새우고 공항에 내려 곧바로 회사로 출근을 하기도 했으니까.
그 사람들로부터 받는 연락은 늘 반갑다 늘.
'너 이 노래 진짜 좋아했잖아. 그 노래 리메이크되어서 지금 멜론 차트 상위권에 올라있어!'
'그게 무슨 소리야? 나 이 노래 제목 처음 듣는데?'
'잘 생각해봐 몇 년 전에 나는 너 때문에 이 노래 알게 된 건데 그게 말이 되냐'
그렇게 몇 년 만에 노래를 들어봤다.
과거의 나는 이 노래를 좋아했구나.
그렇게 내가 했던 말과 내가 추천한 노래들은 누군가에게 흔적을 남기기도 했구나.
이상하게 오늘처럼 마음이 들뜨는 아침이 있다.
날씨가 너무 좋아서인지
햇살이 너무 따뜻해서인지 바람이 선선해서인지
오늘따라 잠을 푹 자서인지.
반가운 연락을 받아서인지.
그런 날이면 아침에 재빠르게 준비해서 새로운 공간도 찾아가 보며 나만의 시간을 보내보는 게 오랜 습관이 되었다.
새로 옮긴 집이 비즈니스 중심 구역에 있다 보니 근처 곳곳에 분위기 좋은 카페들이 많다.
새로운 공간을 찾아가다 보면 그곳이 내 마음에 들지 안 들지는 절대 미리 알 수 없지만
새로 길을 나서는 매 순간의 시도들이 나에게는 큰 기대감을 가져다준다.
앤솔로지 (Anthology)는 이름 한 번 잘 지었다. '여러 작가들의 시를 모은 선집'이라는 뜻.
카페 앞으로 가보니까 테이크아웃 판매용으로 밖에 큰 커피머신은 따로 두고,
안에는 커피와 식사를 하는 사람들이 앉을 공간을 세로로 길게 만들어 두었다.
커피 원두 종류도 많고 따로 판매하는 관련 상품들도 많아서 자리에 앉기 전에 한 바퀴 둘러봤다.
곳곳에 놓인 카페 상품들.
어렸을 땐 우리 집에 엄마 아빠가 해외여행 가서 산 물건들을 보면
'왜 누가 봐도 여행 가서 기념품으로 사 온 것 같은 티셔츠랑 모자를 샀을까?' 싶었는데 이제는 그 마음을 너무 잘 알 것 같다. 좋은 추억이 담긴 물건을 오래도록 보면서 기억하고 싶은 거다. 그 날의 기억들을.
나는 브리즈번 떠날 때 뭘 사가게 될까 미리 고민도 해본다.
(Soba에서 한정으로 만들었던 크롭티 사고 싶다.)
마침 카운터 바로 앞 긴 테이블 자리가 비어서 긴 테이블에 혼자 앉아있는데 커피 한 잔이 저렇게 나왔다.
직원이면 설거지거리 많아서 싫을 것 같기도 한데 에스프레소를 스스로 조절해가며 컵에 직접 넣어서 섞는 건 처음이라 신선하기도 하고 좋았다.
나는 어두운 조명이 있는 실내보단 이렇게 적당한 햇빛이 들어오는 외부 공간이 훨씬 편하고 좋았다.
오른편에 있는 만들어놓은 대기하는 의자도 식물이랑 함께 예쁘게 꾸며놨다. 커피맛도, 공간도, 카페 상품들도 여러모로 좋았던 공간.
커피 한 잔 하면서 운동할 수 있는 상태로 몸을 깨워주고 Soba로 곧장 향했다.
위가 약하기도 하고 카페인에 취약해서 커피를 많이 마시는 건 안되지만
브리즈번에선 그 날 그 날 내 몸 상태, 마음 상태에 따라
마음이 들뜬 날엔 들뜬 대로
하루의 계획과 일정을 짜고 움직이는 것도 큰 행복.
행복하면 행복한대로,
만족하면 만족한 대로.
또 힘들면 힘든 대로.
오늘은 아침에 첫 회사 동료가 알려준 노래를 여러 번 틀어두고 듣는데 신기했다.
이런 반주라 내가 좋아했구나 싶은 게 몇 년 만에 들어도 나의 취향은 참 변치 않는구나 싶은 생각.
그리고 우리 더 이상 그때처럼
한 공간에서 하루의 시간을 전부 다 같이 보내면서
그렇게 일할 수는 없지만
우리
더 잘 되어서
다시 만나.
각자 자리에서 열심히 잘 살다 보면
언젠가 어떤 모습으로 또 함께 일할 수 있을지도 몰라.
그렇게 다시 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