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y golden.
Stay golden.
항상 빛나는 상태로.
본격적으로 트램을 타고 골드코스트의 해변가들을 누비기 시작하는 요즘. 신기하게도 나는 이 문구를 여기저기서 자주도 발견하곤 한다.
그리고 뜨거운 햇살이 내리쬐면 바다고, 파도고, 풀이고 나무고, 콘크리트조차 빛이 반사되어 빛나는 걸 보면서
왜 이 지역이 골드 코스트라 이름 붙여졌는지 알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골드코스트에는 약 70km에 이르는 해안가를 따라 브로드 비치, 머메이드 비치, 메인 비치, 팜 비치 등 다양하게 이름 붙여진 해변가가 무려 스무 개가 넘고, 각각의 해변가를 끼고 상점과 쇼핑몰들이 잘 만들어져 있다.
이들은 결국 하나의 해안선으로 이루어져 있기에 쭉 걷다 보면 모든 곳을 관통할 수 있지만
바다의 모양이 다 다른만큼, 파도도 다른 법.
어느 날 트램을 타고 모든 해변가를 한 바퀴 둘러본 이후로는 한 곳씩 직접 내려서 천천히 바닷가를 걸어보곤 한다.
오늘의 행선지는 브로드 비치(Broad beach).
바닷가 산책하기 전에 커피 한 잔 하고 싶어서 트램을 타고 브로드 비치역에 내려서 카페를 찾아가는 길.
아무리 많이 마셔도 속 아프지 않은 커피가 나온다면 좋을 텐데, 항상 위염에 시달리지 않을 수준에서 커피를 마시느라 아슬아슬한 줄타기 중이다.
Elk Espresso는 지난번에 우연히 밥을 먹다 종업원에게 추천받은 곳이었는데, 바닷가 바로 앞에 위치하고 있다 보니 커피를 테이크 아웃하는 관광객이 정말 많았다.
이 카페 왼편 오른편에도 가게들이 꽤 많았는데 유독 이 카페 앞에 사람들이 많은 걸 보고 이 곳이 사람들을 끄는 요인이 대체 뭘까 궁금해졌다.
인테리어였나 커피나 음식 맛이었나 아니면 분위기였나 하고.
그러고 보면 어느 장소에 단골이 된다는 것 자체가 정말 대단한 것 같다.
처음 한 번의 시도는 늘 상대적으로 쉬운 일이다.
새로운 미용실을 한 번 시도해볼 순 있지만 그 미용실의 단골이 되기는 어렵고,
우연히 드라마의 첫 회를 보긴 봤지만 마지막 회까지 챙겨보기는 어렵고,
누군가를 한 두 번 만나보는 건 쉽지만 영영 옆자리를 지키는 건 힘든 것처럼.
오래 진득하게 사랑을 하고 사랑을 받는다는 건 그렇게 힘든 거다.
그래서 우리 모두는 때때로 서로 다른 전략을 사용하기도 한다.
가까이에 있는 소수의 사람들로부터 오래 사랑받기를 택하거나
스쳐가는 많은 사람들에게 반짝, 대신 화려하게 주목받기를 택하거나 하는 식으로.
그 전략에 좋고 나쁜 건 없는 것 같다.
반면, 그냥 처음 한 번 정도가 좋았던 장소나 사람도 있다.
처음 갔을 때의 기억이 너무 좋아서 다시 찾아갔는데 생각보다 큰 감흥을 느끼지 못하고 돌아오는 경우도 있고,
처음 몇 번의 만남 정도가 가장 적당했기에 그때 멈췄다면 오히려 더 좋은 기억으로 남았을 것 같은 관계도 있다.
그래서 내가 계속 좋아할 수 있는 것들을 끊임없이 찾아내는 과정이 점점 더 중요해지는 것 같다. 무언가를 계속 좋아하기 위한 나의 노력도 필수적이고.
그리고 그중 무엇보다 중요한 건 '계속 좋아할 수 있는 것들'에 나 자신이 1순위로 포함되는 것.
나는 평생을 나랑 같이 살아야 하는데, 꼭 하루 만나고 스쳐 지나갈 사람처럼 굴게 된다면 얼마나 되는대로 살게 될지. 한 때 나의 정원을 있는 대로 방치하고 내버려 뒀던 경험이 있던 나로서는 그 위험을 잘 알고 있다.
프랑스어에 이런 말이 있다.
il faut cultiver notre jardin.
우리는 우리의 정원을 가꿔야만 한다는 말.
(We must cultivate our garden.)
잠시 잠깐 남의 눈에 좋아 보일 정원이 아니라, 내가 평생을 아끼고 사랑할 정원으로 만들기.
그리고 사람들의 정원은 각기 다른 모습으로 빛날 수 있음을.
그렇게 우리 모두는 각자의 자리에서 제각각 다른 모습으로 빛나는 법을 배워나가는 중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