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던 아이

Episode 1, 맑은 하늘에 끌리는 건 이름 때문인가

by Minah

나는 꿈이 많은 시골 소녀였다.

"너 꿈이 뭐야?" 하고 묻는다면

전 세계가 나 때문에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구는 둥그니까, 자꾸 걸어 나가면

온 세상 어린이들 다 만나고 오겠다는 동요는

어쩌면

그 시절 내 주제곡이었을지도 모른다.


어린 마음에 정말로 믿었다.

계속 앞으로만 가면, 언젠가는 다 만나게 될 거라고.


고등학교 1학년 때,

교회에서 미국 워싱턴 D.C.로

비전트립을 간다는 소식이 들렸다.


교회 친구들은 "미국 간다!"며 들떠 있었고

그 모습을 보자 나도 가야 할 것 같았다.

아니, 가야 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그때 아빠의 사업 상황은 좋지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나는 그저 가야 한다 떼를 썼다.


기억 속의 아빠 얼굴에는

당혹감과 말로 다 하지 못한

깊은 수심이 함께 있었다.


그때의 아빠는 지금의 내 나이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한 열 살쯤만 어렸다면, 오빠라고 불러도

어색하지 않을 나이..?


어떻게 비전트립 회비는 마련되었다.

거의 비행기 값만 낸 수준.


다 커서 생각해 보니

그때의 상황에서는

1원, 1푼이 아쉬웠을 텐데


역시

아빠는 딸바보가 맞다.


2살 터울 오빠는

왜 굳이 미국을 가야 하냐고 화를 냈고,

나는 울면서

가면 왜 안 되냐 화를 냈다.


결국, 나는 미국에 갔다.


워싱턴 D.C., 뉴욕 맨해튼,

그리고 보스턴의 유명 대학들을 도는

2주간의 여정.


동부의 푸르른 잔디와 맑은 하늘,

이국적인 풍경은

강원도 시골 소녀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물론 철원에도 산이 있고, 나무가 있고

공기도 물도 맑았다.


분명, 하늘도 늘 청명했을 것이다.


미국에서 돌아온 뒤,

나는 제대로 미국병에 걸려 버렸다.


나의 세상은 온통 미국.

TV 프로그램도, 생각도, 꿈도 그곳에 있었다.


영어 시간에는

꼭 나만 발표해야 직성에 풀렸다.

웃긴 건, 그렇게 미국에 빠져 있으면서도

미드나 디즈니 영화를 원어로 볼

생각은 하지 못했다.


사실, 시골 소녀는

미드의 존재를 몰랐다.


나는 기도했다.

미국에 가게 해달라고.


엄마에게

"고등학교 졸업하면 미국에 갈 거야"

라고 말했다.


엄마는 물었다.

"미국에 어떻게 가려고?"


나는 대답했다.

"닭 공장에 취직할 거야, 거기 가면 영주권 준대."


지금 생각하면 웃음이 난다.

영주권이 뭔지도, 닭 공장이 뭔지도 몰랐으면서

그저 다큐멘터리에서 본 한 장면에

나의 마음과 나의 바람을

모두 실었다.


그렇게, 아무 계획도 없던 소녀는

미국을 꿈꾸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직은 몰랐다.


그 꿈이

생각보다 훨씬 빨리 이루어질 줄은.








Episode 2. 꿈을 너무 빨리 이뤄버린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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