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태

Episode 1. 언덕 위의 집

by Minah

우리 집은 언덕 위에 있었다.

여름이면 철원평야의 파릇한 논밭을,

가을이면 노랗게 무르익은 벼들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집이었다.


집 양옆으로 얼마나 오래되었을지도 모를

밤나무 두 그루가 있었다.


가을이면 밤나무에 달린

탐스러운 밤을 털어 먹었다.


밤나무를 지나면 교회가 있었다.

목사님 댁 언니, 오빠들과 마당에서

흙장난을 치며 놀다

엄마의 “저녁 먹어라” 하는 소리에

아쉽게 헤어지곤 했다.


집 앞마당엔 장독대가 있었다.

엄마가 담근 여러 가지 장들이

항아리에 담겨

이쁘게 놓여 있었고,

그 옆엔 꽃들이 자라고 있었다.


그리고 빨래 건조대.


아직도

동화의 한 장면처럼

생생한 우리 집.


초등학교 저학년까지

이곳에서 지냈다.


내 감수성은 아마

이곳에서 자라나지 않았을까.


거실엔 큰 창이 있었다.

해 질 녘이면 그 창가에 앉아

평야를 내려다보는 걸 좋아했다.


노랗게 무르익은 벼들과

그 색을 더 아름답게 만드는 노을은

유치원생이던 나에게조차

누군가를 그리워해야만 할 것 같은

기분을 들게 했다.


날씨가 좋은 날엔

가족들과 마당에서

삼겹살을 구워 먹었다.


해가 지면

아빠의 팔을 베고

마당에 누워

별을 세어 보곤 했다.


별을 보며

“아빠, 하늘나라엔 뭐가 있어?”

하고 물어보면

아빠는 아름다운 동화 이야기처럼

하늘나라를 이야기했다.


아직도 별을 보면

그날의 따뜻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생각하면 미소 짓게 되는

나의 그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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