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 2. 그 밤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그날 저녁도 평범했다.
맛있게 저녁을 먹고 잠자리에 들었다.
사실 그날 저녁
비가 왔었는지, 맑았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밖에서는 태풍이 오고 있는지도 모른 채
잠이 들었다.
그렇게 한창 단꿈에 젖어 있을 무렵,
목사님 댁 언니, 오빠들이
우리 집 문을 두드렸다.
“권사님, 권사님!
지금 산사태가 났어요!
빨리 피하셔야 해요.”
우리 집과 교회는
산 아래에 자리 잡고 있었다.
교회가 산과 조금 더 가까웠는데
그날 새벽, 산사태로 인해
진흙이 교회를 덮쳤다고 했다.
부모님은 먼저
오빠와 나를 동네 아래쪽,
산과 가장 먼 장로님 댁으로
피신시키셨다.
그리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셨다.
아빠가 손수 지은
우리의 집을 향해.
목사님 댁 언니, 오빠들과 우리는
장로님 댁에서
부모님이 집 정리를 하고
돌아오시기를 기다렸다.
나는 그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몰랐다.
부모님은 집으로 돌아가
집 옆으로 물이 지나갈 수 있도록
물길을 만들고 계셨다.
서로 다른 쪽에서
물길을 만들고 계셨는데
엄마는 그때
뭔가 찢어지는 소리를 들으셨다고 했다.
엄청나게 크고,
소름 끼치는 소리.
고개를 들어
산을 올려다보았을 때
아빠가 계신 쪽으로
붉은 흙탕물과 굵은 나무들이
굴러 내려오고 있었다고 했다.
아빠에게 알릴 틈도 없이
그것들은 이미 코앞까지 와 있었고
엄마는 미친 듯이
아빠에게로 달려갔다고 했다.
아빠에게 달려갔을 때
그곳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엄마는 울부짖으며
아빠를 불렀다고 했다.
“성광이 아빠!
성광이 아빠!”
엄마는 옆집 목사님께
달려가 도움을 청했고,
그렇게 함께 아빠를 찾아
언덕 아래까지
내려왔다고 한다.
아빠도
그 소름 끼치도록 큰 소리를
들었다고 했다.
그리고
붉은 물과 나무들이 자신을 향해
다가오고 있다는 것도
보았다고 한다.
뒤를 돌아
도망치려 했을 때 이미 그 붉은 물은
아빠의 엉덩이를 치고 있었다고 했다.
그렇게 그것들 위로
함께 썰매를 타듯 쓸려 내려오다
아빠의 어깨가
빨래 건조대에 걸렸다고 했다.
아빠는
진흙탕 속으로
파묻히고 말았다.
젖은 땅 아래에서
숨을 쉴 수도,
몸을 움직일 수도 없었고,
마치
그 옛날,
주말의 명화가 시작될 때처럼
행복했던 기억들이
필름처럼
스쳐 지나갔다고 했다.
그렇게 아빠는
마지막을 맞이하고 있었다.
붉은 흙탕물 뒤로 함께 딸려 내려오던
우람한 나무들이 아빠가 묻혀 있던
땅 위로
쏟아져 내려갔고,
다행히도
마지막 나무가 아빠가 걸려 있던
빨래 건조대의 윗부분을 쳐
아빠의 상체가 지면 위로
올라올 수 있었다고 했다.
나는 몰랐었다.
아빠에게
그런 일이 있었을 줄은.
Last Episode. 별, 밤, 그리고 하늘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