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옹

10days essay training_season2. day10

by 시월

"아얏!"


큰 아이가 머리를 말려 달라고 하더니 드라이기 바람을 쏘아주는 데 대고 계속 빗질을 했다.

"그만 해라~"

위엄있게 몇 번 말했지만 반복되는 행동에 짜증이 나던 참에 빗에 손이 긁혔다. 결국 폭발을 했는데 거기에 대고 큰 아이 하는 말은,


"그래~ 이제 내가 말리면 되지! 말려주지마!"


으악, 좀 컸다고! 어제 키캡인지 딸깍이인지 헬로키티 뭐시기 사달라고 할 때는 있는 힘껏 알랑방구를 뀌어대더니. 오늘은 방학 끝나기 전에 만화방 한 번 더 가자고, 가서 떡볶이도 먹자고 하며 눈웃음을 살살 치더니. 역시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의 마음이 다르다더니!


별 것도 아닌 것이 마음이 꽁해 쇼파 구석에 얼굴을 잔뜩 구긴 채 온 몸으로 찌푸림 그 자체를 형상화하고 어두운 기운을 뿜고 앉아있는데 슬금슬금 남편과 아이들이 눈치보며 '뎨둉합니다!' 외치며 매달렸다. 기분을 슬 풀어보려고 각을 잡고 있는데 까불이 둘째가 글쎄, 제 키만한 공기청정기를 발로 차서 넘겨버렸다. 공기청정기는 도끼에 찧인 나무 마냥 덩치값 못하고 풀썩 쓰러져 누웠다. 그리고는 허접스럽게 뚜껑이고 뭐고 다 열어 속을 보여준다. 동시에 날카로워져 있던 내 뚜껑도 열렸다.


"손 들엇!"


말 그대로 매 순간 사고치는 둘째는, 분명 방금 전에도 발을 닦는다고 변기 위에 올라가 세면대에 두 발을 다 올리다 뒤로 넘어져 뒤통수가 깨질 뻔 했다. 다행히 '근수저'인데다 평소 잠시도 가만히 안 있어 근육을 단련한 이력이 있어 팔로 세면대에 매달려 버텼고 큰 소리로 아빠를 외쳐 구조되었는데 무서운 줄 모르고 또 거칠게 행동했던 거다. 이때다 싶어 혼냈더니 요놈이 얼른 마무리 짓고 근엄하게 팔을 내리라 했는데 안 내린다. 엇쭈, 그러더니 남편이 어르고 달래고 화내고 협박해도 안 내리고 결국 서재방에 가서 들고 있다가 다 뉘우치면 나오랬는데 10분을 넘도록 참고 손을 들고 있는다. 참나!


너무 걱정되는 마음에 이제 나오라고 애원하듯 빌어도 나오지 않고 노려보기만 하더니, 한참이 지난 뒤에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아빠 손을 잡고 나왔다가 내가 안아주려하니 기겁하고 소리를 지른다. 남편과 큰 아이는 나와 해결하라고 방에 들어가 있고 차분히 생각을 말하지만 아이의 흥분은 가라앉지 않고 가까이 오지도 않고 다가가지도 못하게 한다. 마음이 쓰린데 마구 다가갈 수도 없고... 괜찮아지면 오라고 하다가 다 내려놓고 말한다.


"엄마는 네가 어린이집에 데리러 갔을 때 '엄마~'하고 달려와 안기면 그게 너무 좋아. 지금도 안아주면 좋겠는데 못 안게 하니까 엄마는 속상해."


그제서야 공격적인 눈빛이 슬그머니 사라진다. 이때다 싶어 묻는다.


"엄마한테 올래? 엄마가 갈까?"

"...엄마가 와."


아, 작고 작은 소중한 아기가 이리도 서럽게 운다. 안아주고 있는데도 안아주고 싶다. 몸을 안아준 것처럼 마음도 폭 안겼을까?


왠일로 아빠 대신 엄마와 씻겠다고 안기는 아기를 기쁘게 안아 데리고 씻긴다. 안긴 것은, 네가 아니라 나인 인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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