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 중의 고백은 취중고백이지
누가 내 생각을 하는지 너무나 애정하는 뉴발 운동화의 오른쪽 끈이 또 풀렸다. 어떤 짜-식인지 참으로 귀찮게 군다 싶다.
...아마도 그건 나 자신이려나?
기분 좋게 한잔 하고 알딸딸-하게 오늘 주제에 대해 생각한다. 고백이라니. 고백하자면, 어제 미용실에 갔다가 몇 마디 못한 채 입 다물고 말해보카로 영어단어만 신-나게 외운 사람이 바로 나다 이 말씀이올시다. 미용사 슨상님으로 말씀드릴 것 같으면, 나보다 무려 6살이나 어린 동생 소개로 알게 된, 천 백프로 나보다 어린 분이시다. 그래서 다른 분들과는 남자친구를 어찌 만났는지, 처음에 이미지가 어땠는지 그런 이야기를 나누셨단 말이다. 아, 남자친구라니! 헤어지고 사귄 것이 아무리 가찹게 잡아도 12년 전이다! 전생과도 같다. 기억날 리가 만무하다. 가만.. 둘째가 어린이집 수료기념으로 받아 온 참깨스틱을 배가 고파 먹어버리고 말았으니 귀가길에 사오라고, 용감하게도 전화걸어 요구하던 그 사람이 그 사람이었던가.
다음 주제에라도 발을 걸쳐보고자 했으나, 다음 주제는 무려 ‘두쫀쿠‘..! 얼씨구. 두쫀쿠라하면 카다이프에 피스타치오가 버무려진 어쩌구라고 알고 있지만 우리집에서는 피스타치오 아이스크림 하나에 온 몸이, 특히 얼굴이 퉁퉁 부어 학교에도 못가고 놀라서 울어버린, 피스타치오 알러지가 있는 10대가 살고 계시므로 도전 불가한 항목이다. 그러니 미용사 슨생님 말씀 및 관심사에, 아무리 말얹기 좋아할지라도 얹을래야 얹을 수가 없다.
그러나 이전 만큼 낯선 이들과의 대화가 그립거나 절박하지 않음은, 혼자만의 시간이나 언제 필요할지 모르는 영어단어를 외우는 시간이 나쁘지만은 않다는 것은.. 사실 비밀이나 다름없는 고백이다. 너무나 지루하던 부장님들과의 대화나 술자리가, 맥주 뒤에 와플대학을 찾고야 마는 이해 안 되던 취향이, 인정하기 싫지만 나에게도 익숙해짐을 넘어 루틴이 되어버렸다는 것도..
구릴 것만 같았던 이런 시간 속에서 즐거움을 느낀다. 스스로도 낯설다. 언제나 앞서가곤 했는데 따라가지도 못할 뿐더러 흘러가는 모든 것들을 그러려니 하는데 그갓도 나름 재밌다. 그걸 재밌어 하는 내가, 미용실에서 입을 꾹 다물고 있는 내가 마음에 안 들지 않는다. 이게 세상에 대한 일종의 고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