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하는 두 번째 출산(2)

나는 내 엄마가 아니고 너는 내가 아니다.

by 시월

임신 기간을 보내면서 가장 신경 쓰였던 것은 아무래도 첫째였다. 여덟 살이 되도록 혼자 자라오다 큰 아이가 되어버리는 나의 첫째. 아마 터울이 큰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들은 누구라도 이런 걱정을 할 테지만 내가 이 부분을 유난히 신경 썼던 것은 아마 일곱 살까지 혼자 자라다 동생이 생기며 첫째가 되어버린 내가 겹쳐 보여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일곱 살 내가 살던 곳은 엘리베이터가 없는 6층짜리 계단식 아파트였다. 층당 2호씩 열두 집이 살았는데 그중에 형제자매가 없는 집은 나보다 세 살 많은 언니가 있던 우리 윗집과 우리 집뿐이었다. 그중 세 집은 나와 동갑인 친구들이 살았는데 한 명은 오빠가 있었고 두 명은 동생이 있었다. 쉽게 말하자면 내 친구들 중에는 나만 동생이 없었다. 남들이 다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동생을 낳아달라 졸랐지만 동생은 쉬이 생기지 않던 어느 날, 드디어 엄마 뱃속에 동생이 생겼다는 말을 들었다. 그 사실을 알고는 네 가족이 4인용 식탁을 꽉 채워 앉을 그날을 그리고 또 그렸던 기억이 안다.


아주 더웠던 여름, 하얗고 작은 동생이 집에 왔다. 유치원에 다녀와서 동생을 처음 보고는 동생에게 반해 버렸다. 너무 작고 예뻐서 보고만 있어도 신기하고 웃음이 났다. 조심스레 만져보고는 아무도 보지 않을 때 머리부터 엉덩이며 발바닥까지 뽀뽀를 해댔다. 그저 사랑스럽기만 했다.




그러나 나이 차이 때문이었을까. 성향 차이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부모님의 서툴렀던 양육 방식 때문이었을까. 그것도 아니면 그냥 내 문제였을까. 원인이 무어라고 딱 이야기하기 어렵겠지만 자라오면서 동생을 계속 사랑스럽게 볼 수만은 없게 되었다. 모든 걸 혼자 해야 했던(그렇게 느꼈던) 나와는 달리 늘 아기같이 대우받은 동생이 부러웠다. 좋지 않은 가정 형편을 고려해 가며, 인정받기 위해 치열하게 살았던 나와는 달리 '그때 당시의 나'에게는 허용되지 않았던 것들을 아무렇지 않게 받는 동생이 부럽다 못해 밉기까지 했다. 부모님께 떼 부리고 원망스러움을 토로하며 원하는 것을 말해야 했어야 했지만 그럴만한 용기가 없어 그 화살을 동생에게 돌렸다. 충분히 싸워보지도, 대화해보지도 못한 채 이유 없이 쏟아지는 비난 담긴 말에 동생은 동생대로 상처를 받았다. 결론적으로 많은 시간이 흐르고 우리 사이에 여러 일이 있은 후, 지금은 잘 지내고 있다. 하지만 지금이 오기까지 상처를 주고받았던 나와 동생을 나의 첫째와 둘째가 답습하면 어떡하나 싶다.


나의 부모님은 이런 걱정을 하셨을까. 아마도 아니었지 싶다. 각각 8남매, 7남매의 첫째로 자라오며 '첫째다움'을 강요받았을 것이고, 자연스레 책임감으로 살아왔을 것이다. 당시엔 오은영 선생님도 없고, 육아서적을 비롯한 매체도 없었을 것이다. 아이에 대한 사회적 시선도 지금과 달랐을 것이다. 자라온 환경대로 아이를 키울 수밖에 없었을 거라 생각하며 그들의 어렸던 나이까지 생각하면 처음이라 그랬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어 원망은 사라지고 안쓰럽기까지 하다. 내가 첫째를 낳고 키우듯 그들도 나를 같은 마음으로 키웠으리라. 그것이 내 마음에 들고 안 들고를 떠나서 그들도 처음이라 서툴렀지만 마음만은 최선을 다했을 것이리라. 뭐든 처음은 어려운 법이니까. 그들도 부모가 된 것이, 게다가 딸 둘의 부모가 된 것이 처음이라 어려웠을 것이다. 자식이 다 큰 지금도 나름의 고민이 있을 테지. 나보다 더 어린 시절 두 아이의 엄마가 되었던 엄마에게, 이 마음으로 나와 동생을 키웠을 엄마에게 나는 살며 그렇게 모진 말과 행동으로 엄마를 긁어댔구나 싶어 또 마음이 아프다.




첫째와 일곱 살 터울의 아이를 낳게 된 나를 보고 우스갯소리로 이모들이 '너 엄마 따라가냐'고 하고 동생은 '둘 중 누가 언니 같고 누가 나 같은지 보자'고 한다(이게 말이면 다인 줄 아나, 콱). 그러나 나는 나의 엄마가 아니고 나의 첫째는 내가 아니다. 나의 둘째도 내 동생이 아니다. 그러니 나는 그저 최선을 다해야지. 걱정은 조금 덮어두고 네 마음에 좀 더 귀 기울이고 내 마음을 좀 더 잘 전해야지. 나는 내 엄마가 아니고 너는 내가 아니니까.



*사진 출처: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