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 다니세요?

에세이트레이닝 시즌4. 캠핑

by 시월

마음에 걸리는 게 있어 걸었던 시동을 끄고 다시 자리에 올라가 노트북을 챙겨 온다. 차에 막 타려는데 작년 반 애들이 담 위쪽에서 반가이 부른다.


"쌤!!! 쌤!!! 저희 석식 먹었어요~~!!"

"야자도 안 하면서 석식을 먹었냐~?"

"돈 내면 줘요~!"


이게 무슨 대화인가. 졸업생이라 몇 개월만에 보는 거지만 어제도 봤던 것처럼 맥락없는 얘기를 하다가 건성건성 어어- 대답을 한다. 괜히 올라갔다 내려왔나. 차 위의 자전거 캐리어를 보고 묻는다.


"쌤 캠핑 다니세요?!"

"이거 자전거 캐리어야~"

"오~"


저 녀석 로드 자전거를 타서 졸업 사진도 자전거를 들고 찍었는데. 자세히 말할까 하다가 수업에 미세먼지에 컨디션 난조로 목이 잠겨 입을 다문다.



캠핑이 막 유행을 할까말까 하던 즈음, 남편은 슈퍼 맥시멀리스트 답게, 얼리어답터 답게 이것저것 사제꼈다. 코로나로 어디를 못 가고 장비만 쌓였을 땐 집 거실에서, 베란다에서 캠핑을 했다. 때때로 캠핑장을 찾기도 했지만 차가 작은 덕에 집에서 가까운 캠핑장 위주로 찾긴 했다. 그중에 제일은 집에서 뛰어서 10분-15분 거리의 캠핑장.


놀이터도 있고-여름엔 물놀이터가 되는데 이런 저런 이유로 물놀이터에서는 못 놀아봤다. 단 한번도-나름 바다도 보이고, 무엇보다 집이 가깝다. 비가 오거나 날이 추우면 얼른 집에 가면 되고, 좁은 차와 많은 짐으로 부담스러워도 남편이 먼저 가서 텐트를 치고 짐을 내린 다음 차를 가져오면 우리가 얼른 타도 된다. 차 두 대를 쓰는 방법도 있지만 가위바위보 해서 진 사람이 운전을 해야 둘 중 한 명이라도 캠핑음식에 맥주를 곁들일 수 있으니 그건 지양한다. 가끔 불효자식답게 근처 사는 부모님-이라고 쓰고 실은 엄마-께서 운동삼아 걸어오신다고 하면 함께 고기를, 라면을, 새우를, 과자를 먹고 엄마에게 대리운전을 시키기도 한다.


같은 동네에 사는 남편 회사 선배 가족은 우리의 캠핑 메이트다. 중학생 자녀가 있는 덕에 상담을 하며 이런저런 사담을 하고 직접 잡아온 주꾸미와 미리 양념해둔 닭고기를 볶아주시는데 정말 별미다. 어쩜 그렇게 간이 딱 맞는지. 양념이 남은 그리들과 구이바다에 곱창같은 걸 사다가 싹 익혀서 밑반찬을 곁들이는 그런 날이면, 가위바위보를 이겼을 때의 기쁨도, 졌을 때의 아쉬움도 두 배가 된다.


봄철 주꾸미가 제철인데, 조만간 캠핑가자는 이야기를 듣고 싶다. 그렇다면 학부모총회를 앞두고 목도 쉬고 입병도 난 지금이라도 기꺼이 불판에서 춤을 추며 내 쓰임을 다 하리라. 아참, 가위바위보는 꼭꼭 이기리라.

매거진의 이전글그러니까 그때 나한테 전화하지 그랬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