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트레이닝 시즌4. 폭우
"이거 어떻게 꺼요?"
울상을 지으며, 앳된 얼굴의 그녀는 옆자리에 앉은 운전 면허 학원 주행 선생님께 당황하여 다그치듯 물었다. 선생님은 무심하게 툭, 왼손을 이용하여 와이퍼의 작동을 멈춰주었다. 그녀는 왜 하필 시험보는 날 비가 안 오는 것인가 하는 원망을 하늘을 향해, 하지만 조용히 속으로 읊조렸다. 비가 오는 것에 대한 원망이 아니라, 비가 오지 않는 것에 대한 원망이었다.
그녀는 대학교 2학년 겨울 방학 때 토익 공부를 하려다 처음 본 토익에서 운 좋게 졸업 요건을 충족시켜 학교를 통해 한자 자격증 1급 특강을 들으며 자격증을 취득했는데 그때부터 또 무슨 특강없나 기웃거리곤 했다. 전공 공부와 교육학 공부를 하기에도 빠듯했어야 하는 그 시기에, 상황이 심각하게 돌아가는지 모르고 시험 기간에 시험공부만 빼면 뉴스도 청소도 흥미롭듯 특강에 심취해버린 것이다. 대학교 3학년 여름 방학 때는 당장 몰 차도 없지만 운전 면허를 취득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녀는 아르바이트를 해 모아둔 목돈 80만원을 턱하니 학원에 냈다. 언제나 그랬듯 매우 충동적으로 내린 결정이었고, 학원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고 내린 결정이었다.
매우 더운 여름날 집 앞에서 들쑥날쑥 언제 올지 모르는 학원차를 기다리다 땀에 푹 젖어 그녀가 녹아내려 버리기 직전에야 학원차가 그녀를 구해주러 오곤 했다. 그리고 그녀에 목이 덜렁거리다 떨어질 무렵에야 그녀를 학원에 내려주었다. 잔뜩 쫄아서 필기 공부를 한자 자격증 시험처럼, 임용고시처럼 기출문제 위주로 풀어낸 그녀는 다행히 필기를 한 번에 합격하였다. 그 덕에 곧바로 주행 연습을 시작할 수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주행을 시작한 그날부터 그 어딘지 모르는 학원에만 도착하면 폭우가 매섭게 쏟아지는 것이었다.
더운 여름에 나풀거리는 블라우스를 즐겨입던 그녀는 차를 타러 오갈 때마다 우산을 써도 블라우스에 빗방울이 튀어 젖는 것이 신경쓰였다. 또래 중 제일 먼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인 모토로라의 모토로이를 산 그녀는 무료로 제공해주는 멜론 서비스를 이용하여 노래를 듣곤 했는데 얼토당토 않은 운전 실력에 노래를 듣기에는, 폭우 때문에 가당치 않아 기분까지 눅눅했다. 비는 그녀의 상황이나 감정은 아랑곳하지 않고 매일 부지런히 내렸고, 그녀는 주행하다 소리를 지르고 얼굴을 움찔거리기 일쑤였다. 공사장이 많았던 학원 근처 도로에는 덤프트럭이 줄지어 다녔고, 거친 운전실력과 움푹 파인 웅덩이의 대환장 콜라보 덕에 마주오는 덤프트럭이 뿌리고 가는 물폭탄이 자동차 앞유리를 덮쳐대곤 했기 때문이다. 그럴 때면 도로 주행 선생님은 그저
"이 차도 유리 있어요."
라고 말할 뿐이었다. 그도 그럴것이 유리창도 돌려 여닫는 차였으니! 그녀가 차를 못미더워 그러는 줄 알았나보다.
그런데 길치인 그녀가, 스마트폰을 들고 종이지도를 요구한 그녀가, 그리하여 카운터 직원분께 종이지도 달라는 사람 정말 오랜만이라는 말을 들은 그녀가 공사로 인해 바뀌곤 하는 도로를 겨우 익혀 시험을 보려던 그날 갑자기 해가 떠버린 것이다. 아니, 하늘도 무심하시지. 그리하여 그녀는 해가 떠서 길과 운전법이 헷갈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니 하늘이 맑아서 원망할 수밖에.
다행히도 언제나처럼 건조했던 선생님덕에 그녀는 비가 올 때 유리가 있다며 다독이던 그 말을 떠올리며 바싹 정신을 차리고 기억을 더듬어가며 도로 주행을 마쳤다. 비가 오지 않음에도 한번에 면허를 취득하고는 그 어딘지 모를 동네엔 갈 일이 없어 다행이라고, 그저 그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맑은 날에도, 심지어는 눈이 쌓여 차들이 얼어붙을 때에도 노래를 듣고 따라할 수 있을 만큼, 운전 실력이 늘었다. 모두 이름 모를 동네에 때려붓는 폭우 속에서 매마른 톤으로 지도해주신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 선생님 덕분이라며, 비오는 여름날이면 그 장면을 떠올린다나 어쩐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