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나 봄

에세이트레이닝 시즌4. 봄

by 시월
꽃이 언제 피는지 그딴 게 뭐가 중요한데
봄이 그렇게도 좋냐, 멍청이들아.
몽땅 망해라.



딱 이랬던 것 같다. 원래는. 아닌가 이십 대의 언젠가는 중간고사의 꽃말이 벚꽃이라며 깔깔 웃기도 했던가. 흐드러지게 떨어지는 벚꽃이, 막상 보면 예쁘기는 한데 떨어지는 꽃잎보다 더 많은 사람들을 보면, 이게 그렇게 예쁘고 좋은가 하는 반문이 속에서 올라왔던 것도 같다. 아, 한번 아빠에게 속아 6km 정도 되는 거리를 걸어 벚꽃을 보러 갔을 때, 그때는 좀 재미있었던 것도 같다. 목마 탄 아이들을 보며, 엄마에게 업어달라 했더니, 아빠가 '네 동생이랑 똑같다'며 '이것도 목마 태워달랬다, 이 똥쌀 것들'이라며 다정한 말을 건네주고는 핫도그로 합의를 봤더랬다. 그래서 그냥 좀 웃겼던 것 같다. 꽃이 예쁘기보다는.






10년 전, 계획이라고는 모르는 나 답지 않게 큰 아이가 6개월도 채 안 됐을 무렵부터 집 근처 돌잔치 명소들 투어를 다녔다. 그중 제일 비싸고 좋은 곳으로 계약을 했했다. 감사하게도 꽤나 많은 손님이 찾아주신 덕에 답례품으로 마련한 수건이 모자랄까 걱정이 되었으나 그것을 숨기고 마지막 감사인사를 남기다 그만, 울어버리고 말았다.


아이가 한 살이면, 엄마도 한 살이라는데... 크흑...



10년이 지나도 놀림거리인 그 말 뒤에 붙이고 싶었던 말은 그거였다. 아이를 낳고 나니 계절의 변화가 보이더라. 모르고 관심없이 지나던 모든 것들이 새롭더라. 아이와 다니며 단풍이, 낙엽이, 앙상한 가지가, 그리고 푸르른 새싹이 보이더라. 그말을 하고 싶었다.


다시 봄이다. 유난히 춥던 올 봄이 드디어 봄 같은 느낌이 들던 오늘, 퇴근길에 친구의 연락을 받았다. 우리집 근처에서 아기의 50일 사진을 찍고 돌아간다는 친구 부부의 연락이었다. 얘네로 말할 것 같으면 큰 아이 돌잔치 때 사진이며 영상을 소유하고는 시시때때로 10년간 꾸준히 놀려온 녀석들(부부 모두 친구다)이었다.


야, 너 그때 왜 울었는지 이제 너무 알겠다.


꼬물거리는 50일 아기 사진을 태어나자마자 찍은 본아트와 비교해 음악을 넣어 영상을 만들어주니 울컥했더라면서, 왜 울었는지 알겠단다. 킥킥거리며 이제 알겠냐 물으니, 이제 알겠다 답한다. 눈물 나고도 남을 것 같다면서.








이제 막 36개월을 넘긴 둘째는 잠들며 묻는다.

"엄마, 개구리는 언제 와?"

"글쎄, 이제 경칩이 지났으니 개구리가 겨울잠에 깨서 이미 왔을 것 같은데? 알도 낳고 말이야."

"그런데 개구리가 안 보여~ 봄에 개구리가 오는데 벌써 봄인데. 개구리가 안 보여. 언제 오지?"



아 이녀석, 언니가 훌훌 커버리는 동안 엄마가 봄을 잊었을까봐, 천천히 와서는 다시 봄이 왔음을 알려주는구나. 그래, 네 덕에 오늘 놀이터 가서 아직 남아있는 단풍잎 씨앗을 주워 날려보며 뱅글뱅글 돈다고 흉내도 내고, 떨어진 나뭇잎 주워 입에 물고 새 흉내도 내 보고 그저 마른 가지 같이 보였던 나무에 움튼 새싹도 보았다. 다시 봄이 왔구나. 꽃잎보다 사람이 많든 적든 정말 꽃을 보러 봄내음을 맡으로 가야할 이유가 여기에 있구나.

목마는 못 태워줘도 핫도그는 사서 손에 나눠들고 봄을 느끼러 가자. 봄이 다 지나기 전에.



봄봄봄 봄이 왔네요.
다시 봄봄봄 봄이 왔네요.
그대여 너를 처음 본 순간 나는 바로 알았지
그대여 나와 함께 해주오 이 봄이 가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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