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날씨: 흐림

날씨가 꼭 내 마음 같아

by 시월

기침이 났다. 그럴 수 있지. 대수로운 일이 아니었다. 그렇게 큰코다쳤다. 토요일에서 일요일로 넘어가는 밤 생후 72일 둘째의 숨소리가 심상치 않게 느껴졌다. 새벽 두 시, 사는 곳의 어린이병원이 일요일에도 문을 열지만 새벽부터 아빠들이 줄을 서 대기표를 뽑고 8시 30분부터 접수를

하면 그날 다섯 시간 정도는 기다려야 진료를 겨우 ‘볼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다른 동네 소아과를 찾았다. 남편은 전날부터 2박 3일간 친구들과 캠핑을 간 상황이었으므로. 새벽 네시가 되도록 잠에 들지 못하는 둘째를 안아 달래며 머릿속으로 쉼 없이 시뮬레이션을 돌렸다. 이렇게 저렇게 해서 몇 시에 출발해서 주차를 이렇게 하고 몇 시까지 올라가서 간 김에 큰 애도 나도 진찰받을 수 있음 받아야지.


둘째는 컨디션이 안 좋을만했다. 매일 큰애와 함께하는 등굣길, 세 가지나 되는 생후 2개월 접종, 설소대 수술, 주말마다 이어지는 엄마아빠언니의 손님, 함께 따라나가 맞은 찬 바람..


일요일 아침 옆 동네 소아과는 그야말로 시장통을 방불케 했다. 큰 애는 거기서 같은 반 친구를 만났다. 다들 동네를 벗어나 넘어왔구나. 생각보다 순서가 빨리 왔다. 다행이다 싶은 나를 비웃듯이 깔끔하게 차려입은 의사 선생님께서는 점잖은 말투로 “아주 안 좋은데~”라고 중얼거리듯 말하며, “호흡기가 여차저차 이러저러하니 ㅇㅇ대학병원에 A선생님을 만나보세요.”하며 소견서를 써주셨다. 잘 됐다 싶었다. 얘가 태어날 때부터 콧구멍도 너무 좁고 콧물도 흘리며 나왔으니 전문가를 만나 설명도 듣고 그럴 수 있겠다 싶었다.


집에 오니 캠핑에서 돌아온 남편이 다녀온 지역에서 사 온 핫한 디저트를 꺼내주어 커피와 맛있게 먹었다. 그러고 돌아본 둘째는 영 기운이 없어 보였다. 낮잠을 정말 더럽게도 안 자는 녀석인데 축 늘어져 있었다. 아이가 열이 나거나 설사를 해도 잘 먹고 잘 자면 괜찮지만 쳐져 있으면 위험하댔는데. 열은 안 나지만 무언가 이상하고 불안했다.


아니나 다를까. 일요일에서 월요일로 넘어가는 새벽, 큰 애 작은 애 둘 다 토할 듯이 기침하며 잠을 못 이루는 통에 월요일 아침을 대학병원 응급실에서 맞이했다. 소아응급실 격리실로 들어가야 해서 두 시간 정도 대기하고 나자 자리가 났다고 연락이 왔다. 자리가 나서 다행이었다. 손이라고 해봐야, 그걸 다 펼쳐봐야 어른 엄지손가락보다도 짧은, 그 손등에 바늘을 찔렀다. 어른과 달라 피를 짜서 받아야 하는데 핏줄이 터져 반대손에 다시 바늘을 찔렀다. 그래도 다행이었다. 자리가 났으니. 피를 좀 받아가고 수액을 연결했는데 피검사를 다시 해야 한다고 했다. 결국 손등을 또 찔렀다. 결과는 면역수치는 낮고 간수치는 높고 폐소리가 좋지 않아 입원하라는 거였다. 오후 네시쯤 병실을 배정받아 큰애와 남편, 둘째와 나는 이산가족이 되었다.


그래도 다행히 입원할 수 있게 되었고 열이 높이 오르지 않은 때 전문의의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되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계속 묽은 변을 보다 이제는 번번이 변을 지리는 모양새를 마음 졸이며 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묻고 검사받고 설명들을 수 있어서 감사했다. 아이는 소변검사도 대변검사도 적절하게 검체제공을 하며 칭찬을 받았다. 보통은 3일 정도 입원하는 듯하니 수요일이면 나가겠다 생각했다. 그래서 코로나, 독감, 폐렴검사 모두 얼른 나가기 위한 수단으로 받아들이고 우는 아이를 안고 눈물을 삼켰다.


화요일 아침 처음 뵌 주치의 선생님께서는 빠르면 목요일에 나갈 수 있다 했다. 수요일은 아니지만 목요일. 기약이 없지 않은 것만으로도 감사했다. 아이의 기침소리도 갈수록 덜 거칠었다. 여전히 절절 끓는 가래소리가 나긴 했지만.


그렇게 목요일, 피검사와 엑스레이 검사 후 오후 퇴원도 가능하다 했는데 갑자기 무산이다. 폐소리가 오락가락하더니 좀 안 좋고 피검사결과 간수치가 더 높아졌다고 한다. 집 가려고 짐도 좀 싸놓고 그랬는데 컨디션을 좀 되찾아 빵긋거리며 웃는 둘째를 보고, 손은 다 찔러놓아 이젠 발에 수액줄을 달고 있는 둘째를 보고 고장 난 수도꼭지처럼 울어 젖혔다. 아픈 너보다 더 아픈 듯이.


먼지도 없이 맑았던 어제 내일이면 집간다고 기분 좋았던 나는, 날이 왕창 흐린 오늘, 너무 내 기분 같은 하늘이 괜히 원망스럽다. 집과 딸과 남편이 그립다. 백일은 무적이라는 말, 둘째는 어쩔 수 없다는 말로 무지하게 군 내가 미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