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지
졸려 죽겠다.
9시만 되면 왜 이리도 졸린지. 8살난 첫째와 4개월 된 둘째를 재우고 이 고비만 넘으면 자유시간인데! 이제 장마가 시작된다고 하고 내일은 도수치료받으러 병원도 가는 날이니 오늘은 꼭 뛰고 싶은데..! 그런데 그 의지보다 강한 것은 눈꺼풀이었다.
“얼른 씻어!”
엄마가 아니라 남편에게 잔소리를 듣고는 “으응.. 너무 졸려..”하고 침대에 다시 엎드렸다. 속으로 5분만 이따 일어나야지 하며 애플워치에 대고 시리를 찾았다. “시리야 5분 뒤 알람 울려줘.” 시리는 착실하게 약속을 지켰지만 나는 또 시리에게 부탁을 했다. ”5분 뒤 알람 울려줘.“
그렇게 밤 11시 24분. 정신이 그제야 들었다. 세수를 하고 러닝을 위해 산 기능성 상하의를 꺼낸다. 입고 벗을 때마다 곤욕스러운 스포츠브라도 잊지 않는다. 팬티는 그냥 입었던 거 그대로. 주섬주섬 주워 입고 무릎에 보호대를 찬다.
“뛰고 올게.”
씁씁 후후 쓰읍 후후. 남편은 말했다. 자기만의 리듬을 갖는 게 중요하다고. 그건 스스로 찾아야 한다고. 어깨를 펴서 약간 뒤로 넘긴 채로, 주먹은 가볍게 쥐고 살짝 흔들면서, 주먹이 앞으로 모여 가슴을 닫히게 하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배에도 힘을 주고 골반은 눌리지 않게 신경 쓰고, 무엇보다 발바닥이 뒤꿈치부터 쿵 하지 않도록 하며 팔자가 아닌 일자로 뛴다. 씁씁 후후 쓰읍 후후
6월 8일부터 25일까지 여덟 번을 뛰었다(25일 기록은 캡처가 안 됐네?). 그리고 2kg이 빠졌다. 남편은 부기가 빠졌다 하고, 도수치료사 선생님께서도 등을 만지며 살이 빠진 것 같다 한다. 2kg이 그 정도인가 싶지만 확실히 바지 밖으로 삐져나가는 뱃살의 양이 줄은 것 같긴 하다.
늦은 밤 뛰며 생각한다. 그래, 아무것도 안 하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런데 그간 글도 안 쓰고 시간을 흘려보냈구나. 벌써 반년, 얘들아 동기들은 이미 50편 100편을 넘게 발행하고 새로운 도전을 하는데 나는 멈춰 있었구나. 달리는 사람과 달리지 않는 사람은 같을 수 없다. 하지만 달리지 않았던 달리기 시작한 것처럼, 그래도 영어책 읽기와 운동하기 소모임에서 꽤나 성실한 인증을 하고 있는 것처럼 다시 써보면 되는 것 아닐까. 읽기도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글도 들쭉날쭉이지만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운동하는 것이 일주일 동안 한 번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낫다는 연구결과처럼, 다시 꿰어봐야겠다. 이야기 구슬.
짧아도, 엉망이어도, 잘하려고 하지 말고 일단 하자. 해보자.
*사진출처: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