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버스를 탑승했다
한참만에 발행을 했다. 독촉을 받고도 무시하고 멀리했던 브런치는 브런치스토리라는 이름으로 탈바꿈하고 있었다.
그동안 나는 아무것도 안 했던 건가-라고 하기엔 뭔가 하긴 했다. 매일(정확히는 거의 매일. 애 낳던 날도 했다!) 영어 회화 어플로 말하기를 하고 있고 언젠가부터 얘들아 동기분들과 영어책 필사도 하고 있다. 일주일에 한두 번은 꼭 빼먹어 평균적으로 세 번 정도지만 끈을 놓지 않고 있다. 그리고 달리겠다 마음먹은 즈음부터는 얘들아 동기분들과(말을 많이 하진 않지만, 얼굴도 모르지만 내 삶의 많은 부분을 의지하고 있다) 운동도 하고 있다(오늘도 뛰었다!).
성향상 매일 꾸준히 계획적으로 무엇인가 하기를 굉장히 힘들어하지만 직업을 갖기 위해, 선생 노릇, 엄마 노릇을 하기 위해 계획을 세우고 산다. 의무감을 갖고 산다. 그러다 보니 힘들다. 그리고 잘 지친다. 지치면 포기하고 싶을 때가 많다. 그러면 끝까지 하기 위해 오기를 쥐어짠다. 그동안 무언가를 할 때 그렇게 악바리 근성으로 버텨냈다. 고3 입시를 치를 때는 그림을 그리는 시간만큼 공부했을 다른 학생들을 상상하며 새벽 2시까지 독서실에서 버텼고, 임용고시를 준비할 때는 건강상의 이유로 운동을 했는데 운동하다 힘에 부치면 ‘이 세트를 끝내야 합격이다’, ‘이 무게를 들어야 합격이다’ 되뇌며 했다. 처음 달리기를 시작할 때 남편을 따라 3킬로를 도는 동안 숨차고 무릎이 아파도 오기로 달렸다. 질 수 없다는, 자존심을 지키겠다는 일념으로. 경쟁이 아닌데도 말이다.
그런데 누군가와 함께 하면 혼자만의 의지가 아니라 잡아주는 사람이 있는 느낌이 들어 그 힘듦을 덜어줄 수 있다는 것을 최근에 알게 되었다. 얘들아 덕분이다. 오기로 스스로를 좀먹어가며 몰아세우는 것이 아니라 꾸준히 한다는 것 자체를 격려해 주는 집단 속에 있으니 자꾸 무엇인가 해내는 사람이 된다. 그런 느낌이다. 그런 기분으로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이틀 전 글을 올리며 했는데 낮에 얘들아 중 한 작가님께서(언급해도 될지 허락을 받지 않아 이렇게만 씁니다!) 1일 1 브런치 오픈채팅을 열면 참여할 사람이 있는지를 물어오셨다. 보자마자 무릎을 탁 치며 손을 들었다. 그리고 말했다.
자리를 깔아주심에 감사함을 느끼며 단김에 쇠뿔을 뽑기 위해 발행버스에 몸을 실었다. 일단 오늘도 쓴 스스로를 기특해하며 잠자리에 들려한다. 회화, 필사, 달리기, 글쓰기를 해낸 나 자신, 칭찬해. 잘 자. 내일 또 잘해보자!
*버스 타다: 무임승차한다는 표현. 많은 노력을 들이지 않고 누군가에 의지해 목표를 쉬이 달성한다는 뜻
*사진출처:Pixabay, 브런치 캡처, 카카오톡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