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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월 Jul 06. 2023

달리기, 너도 할 수 있어

야, 나두?


열세 번 달리면 3kg을 뺄 수 있다고 했더니 갑자기 조회수가 폭발했다. 어디서 어떻게 노출된 건지 알 수가 없으나 안 그래도 쓰려고 했던 달리기 이야기를 몰아 쓸 때가 지금이지 싶어 무선키보드를 꺼냈다(그렇다, 난 노트북이 없다. 아니 있긴 한데 만으로 9살이라 프린트를 해야 할 때만 쓴다. 브런치 글은 핸드폰에, 무선키보드를 이용하여 쓴다).




당신도 달릴 수 있습니다.


고작 열세 번 달린 게 전부인 사람이지만 감히 이렇게 말해본다. 쌩초보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글을 쓰고 있는, 열세 번 달려본 쌩초보의 조건은 어떠한 지부터 설명해 보겠다.


쌩초보의 신체조건은 보통 키에 보통이라고 우기고 싶은 무게다. 목, 어깨, 허리, 고관절, 무릎까지 안 아픈 데 빼고 다 아프지만 다행히 x-ray상 이상소견은 없다. 달리면 안 된다는 소견은 듣지 못했단 얘기다.


쌩초보의 운동신경은 꽝이다. 초등학생 때 온 가족, 아니 온 동네의 축제였던 운동회에서 달리기를 할 때마다 얼마나 곤욕스러웠는지 모른다. 6년 내내 용케 꼴찌만은 겨우겨우 피했지만 1, 2, 3등에게 찍어주는 도장은 5학년 때까지 단 한 번도 받지 못했다. 6학년이 되어서야 딱 한 번 3등 도장을 받았는데 그 이유는 앞서 가던 진짜 3등이 결승선에 다가오자 터덜터덜거리며 속도를 줄인 차에 미친 듯 달려가서 먼저 들어갔기 때문이다.. 결코 빨라서가 아니었다는 말이다. 어느 정도냐면, 남이 보기에 ’뛰고 있지 않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5학년 때 담임 선생님은 티가 날 정도로 날 예뻐해 주셨는데 운동회 전날 달리기 연습을 하며 ’시월이는 다 열심히 하고 예쁜데 오늘 아무리 연습이라도 그렇지 뛰지 않는 모습을 보고 실망했어‘라고 하셨을 정도.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난 분명 최선을 다했었다...


초등학생 때도 이랬으니 중고등학생 때는 더했다. 무려 수행평가라는 것이 있지 않은가. 당시 체육은 학기말 점수 100점 만점에 수행평가가 무려 80점이었는데 말 그대로 엉망진창이었다. 체육 교과서를 달달 외워 100점을 받아도 환산점수는 20점. C, D가 난무한 수행평가 점수를 합치면 80점만 되어도 감지덕지하였다. 하... 높이뛰기, 구르기 등등 할 때마다 오른손 검지로 1을 만들고 왼손바닥으로 오른손을 받쳐가며, 무릎을 펴지도 완전히 굽히지도 않은 채로 “선생님, 제발 한 번만 더 하게 해 주시면 안 돼요?”를 몇 번이고 반복했다. 그러면 보통 다른 애들이 견제하며 해주지 말라하는데, 난 아무리 해도 높은 점수가 안 나올 것을 선생님도, 친구들도 알아서 계속 기회를 받았다... 쓰다 보니 조금 비참하다.


고로 이 정도의 몸뚱이 상태, 운동신경을 가졌어도 달릴 수 있으니 일단 너무 지나치게 과체중이 아니고 관절 질환이 없으면 될 것 같다.






아마 위의 조건을 읽고 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별 거 없다 생각할 것이다. 맞다. 달릴 수 있는 조건, 별 거 없다. 다만 여기에 덧붙여 주의할 점이 몇 가지 있긴 하다. 첫째는 호흡이다. 호흡은 꼭 코로 마시고 입으로 뱉어야 하는데 박자는 씁씁 후후 정도로 생각하면 되지만 제일 중요한 건 자기만의 리듬을 찾는 거란다. 숨을 마시고 뱉으며 몸통, 특히 아랫배에 적당한 힘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 도수치료사 선생님의 말을 빌리자면 ‘지퍼를 올리듯이’ 아랫배를 살짝 끌어올린다는 생각으로 힘을 주어야 한다고.


둘째는 발이다. 걸을 땐 뒤꿈치부터 닿아야 한다고 하는데 달리기는 아니다. 발 아치를 기준으로 앞부분(면적이 넓은)이 닿아야 된다. 뒤꿈치부터 닿으면 무릎이나 발목에 무리가 올 수 있다고. 실제로 달리기 첫날 남편에게 가장 많이 지적받았던 것이 그거였고 그날 다시 한번 말하지만 무릎 통증 때문에 이틀이 넘게 다리를 절뚝거렸다. 그리고 발은 11자를 그리며 착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셋째는 팔이다. 팔을 앞으로 흔들흔들하면 가슴이 점점 닫힌다고 한다. 그래서 팔을 의식적으로 뒤로 치면 얘네들이 앞으로 다시 나오면서 몸이 앞으로 가게끔 돕는다나. 이때 어깨에 힘을 주지 말고 상체는 자연스럽게 흔들어야지 경직되게 하면 목과 어깨가 아플 수 있다고 한다. 팔을 뒤로 칠 때 손은 네 손가락을 접고 그 위로 엄지를 얹어 살짝 닫아주면 힘주어 주먹을 쥐지 않아도 되고 손이 풀리지도 않는다.


넷째는 준비물이다. 다른 건 모르겠는데 런닝화는 필수다. 두 번째에 언급했던 발의 안전한 착지를 위해 런닝화는 가운데가 움푹 파이지 않고 두툼하게 채워져있다고 한다. 장인은 도구를 가리지 않는다지만 우리는 장인이 아니다. 초보니 좋은 아이템을 구비하자. 상의와 하의는 이왕이면 땀을 잘 흡수하고 잘 건조되는 재질의 짧고 가벼운 것이면 좋다. 이에 더하여 이마에 따르는 땀을 흡수시켜 줄 헤어밴드나 모자, 무릎 통증을 예방 및 완화시켜 줄 수 있는 보호대나 테이프 등이 있으면 더 좋다. 여성의 경우에는 뛸 때 불편감이 있을 수 있으니 스포츠브라 착용을 권한다.


이 외에 주의할 점은, 처음부터 너무 최선을 다해 달리면 안 된다는 것이다. 지구상에 오래 달리기를 할 수 있는 동물은 인간뿐이라고 한다. 에너지를 나누어 소모할 수 있는 유일한 인간인 우리, 단거리를 할 게 아니니 숨이 적당히 차는 수준으로 일단 목표한 거리 또는 시간을 다 달려보는 게 중요하다. 그걸 통해 페이스를 찾을 수 있고 또 조절할 수 있어지니 말이다.


그리고 요즘 너무 덥고 습하니 낮에는 절대 뛰지 말자. 6월 중순쯤이었나. 한 번 호기롭게 나갔다가 팔목에 살구색 시계를 새기고 돌아왔다. 달리기 전에 익거나 녹을 수 있으니 낮엔 자제하자.  






자, 그럼 이제 당신은 달릴 준비가 되었다. 마침 비도 주춤한 오늘, 뛰어보는 건 어떨까?




*아프면 무리하면 안 된다. 특히 무릎이 아프기 쉬운데 근육이 아픈 거면 적당히 폼롤러로 스트레칭해 주거나 하면 되지만 관절이나 연골이 안 좋은 경우는 뛰면 안 된다. 꼭 의사와 상담하자.



*사진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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