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월 Jul 05. 2023

이것 열세 번 하면 3킬로 빠진다

식단 없이 한 달 만에 3킬로 뺀 썰 푼다

제목보고 혹한 사람 분명 있을 것이다. 열세 번이라니. 뭔지 몰라도 한 달 만에 뭔가를 열세 번 하면 3킬로가 빠진다니 어디 이야기 들어나보자 싶을 것이다. 여기에 식단 관리는 따로 하지 않았다고 덧붙이면 아마 묻고 싶을 것이다. 그래서, 그게 뭔데?


준비물도 별로 필요 없고 시간도 얼마 안 걸린다. 열세 번 하는 데 걸린 시간을 합쳐보니 4시간 반이 좀 넘고 5시간이 채 안 된다. 거꾸로 말하면 5시간도 안 걸려 3킬로를 뺄 수 있다는 것이다. 열 번(여덟 번이 아니라 열 번이다. 5월 말에 두 번 한 것을 빼먹고 셌었다)이면 2킬로, 열세 번이면 3킬로가 빠지는 이것은 바로!


달리기다.


처음 남편 손에 이끌려 달리기를 하러 나갔을 때, 솔직히 뜨뜻미지근했다. 달리기를 하며 살을 쭉쭉 걷어내고 있는 남편을 보면서도 절대 뛰어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 아니 못했다. 이유는 말 그대로 밑이 빠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여성들은 밑이 빠진다는 게 어떤 아픔인지 알 것이다. 임신출산 기간, 혹은 생리통이 심할 때 밑이 빠질 것 같다. 둘째 만삭 때 가장 많이 했던 말이 ‘밑이 빠질 것 같다’였다. 그러더니 낳고 나서도 자궁수축이 풀려 하혈을 하는 등 몸 회복이 더뎠다. 첫째는 엄마가 동생을 낳기만 하면 놀이터에서 예전처럼 잡기놀이를 하며 뛰어놀아줄 줄 알았는데 계속 못하겠다고 하니 심통을 부렸다. 생각보다 오랫동안 아팠다.


그러던 게 어느샌가 좀 나아졌고, 아기를 낳고 100일이 지나자 남편은 이젠 좀 뛰어보자며 날 이끌고 나갔던 것이다. 살쪘다고 뭐라고 하는 건가, 무슨 자꾸 운동을 하라는 거야. 속으로 삐죽거리면서도 이미 뛰기 시작했으니, 자존심을 위해서라도 멈출 수 없다는 생각으로 달렸다. 뛰자마자 숨이 차올라 이러다 꽥 하고 죽겠다 싶었지만 오기가 날 달리게 했다. 3킬로를 넘게 달리고 난 뒤 남편은 말했다.


“의외인데? 체력 죽지 않았는데?”


가볍게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집 오는 길에 그리고 그냥 내가 죽을 뻔했다. 무릎이 왜 이렇게 아픈지. 그렇게 꼬박 이틀 동안 다리를 절었다. 정형외과 가서 도수치료를 받았다. 그러고도 다리를 절었다. 또 뛸 거냐고 물었다. 답을 머뭇거렸지만 금방 또 뛰었다.


두 번째 뛰었을 땐 엄마와 뛰었다. 60세의 엄마는 나보다 더 잘 달렸다. 만으로 아직 50대라 그런가. 그래도 나보다 어릴 순 없는데. 여튼 엄마 속도에 맞춰 뛰니 이러다 죽지 싶었다. 그래도 또 악으로 깡으로 뛰었다. 아직 30대인데 질 수 없단 마음으로(도대체 왜 이기고 지고를 따지는지 알 수가 없지만). 어라 그런데 무릎이 안 아팠다.


그 뒤론 일찍 일어나는 날엔 새벽에, 늦게 자는 날엔 밤에 뛰었다. 집에서 바로 공원이 연결되어 있어 그 공원을 한 바퀴 뛰고 오면 3km가 조금 안 된다. 최선을 다해 뛰지 않고 적절하게 안배하여 뛰고 오면 그 거리를 뛰는 데 드는 시간은 20분 남짓. 이렇게 고효율의 운동이 있을 수 없다. 준비물도 없다. 그냥 런닝화 질끈 묶어 잘 챙겨 신고 뛰러 나가면 된다. 멀리 갈 것 아니니 물도 필요 없고 괜찮다면 핸드폰도 놓고 가도 된다. 몸만 있으면 된다.







매일 글을 쓰고 매일 달린다는 무라카미 하루키처럼 매일 뛰면 좋겠지만 비가 오기도 하고 늦잠을 자기도 하고 밤에 일찍 자기도 하고 그냥 다 아닌데 나가기 싫기도 하고... 그래서 비도 안 오고 일찍 일어난 날, 혹은 늦게 잔 날만 골라 달리다 보니 5월 30일부터 오늘, 7월 5일까지 열세 번을 달렸다. 2-3일에 한 번 꼴로 달린 셈이다.


달리는 동안 무릎이 다시 아팠던 날도 있고, 어느 날은 배가 꼬이는 듯 아파 3km를 채 못 채우고 걸어온 날도 있다. 그러면 또 마사지해 주고 하루 쉬었다가 무릎 보호대를 하고 달리기도 하고 테이핑을 하고 달리기도 하고 뛰기 전 스트레칭을 신경 써서 하고 달리기도 했다. 그렇게 될 때마다 달렸더니 세상에 몸무게 앞자리가 6에서 5로 바뀌었다. 물론 절대 가벼운 무게는 아니다. 하지만 임신 전에도 63kg 정도였던 걸 감안하면 엄청난 변화이다.






늘 운동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몸소 실천하는 엄마는 첫째를 낳았을 때도, 둘째를 낳았을 때도 ‘왜 이렇게 배가 안 들어가냐’ 타박했다. 그런데 오늘 아침 “나 이제 59.9야”하니, 몇 킬로가 목표냐고 묻는다. 목표? 그런 거 없이 뛰었는데. 몇을 목표로 하면 되려나.


가만있어 보자. 55kg 정도면 되려나? 중학교 3학년 때 키 성장이 멈춘 이후로 몸무게도 55kg 고정이었다. 이래저래 왔다 갔다 했지만 첫애 출산 후에도 그 무게였으니(둘째 임신 당시엔 왕창 쪄서 첫째 만삭 무게였던 것은 비밀로 하겠다ㅋ) 그 정도를 목표로 삼으면 되려나? 아니면 미용무게라는 것을 참고하여 52kg? 모르겠다.



목표 무게는 모르겠고 그냥 일단 잘 뛰어야지 싶다. 자세를 바르게 하고, 더 효율적으로, 아프지 않게 일단 뛰자 싶다. 찾고자 하는 정보가 있으면 슥슥 관련 책장을 넘기거나 쑥쑥 스크롤을 넘겨 글을 읽고 말지 유튜브는 제 속도로 봐 넘기지 못했던 내가 러닝을 검색한다. ‘러닝 스트레칭’, ‘러닝 자세’, ‘러닝 스킵’... 아마 또 3kg을 빼려면 이번엔 열세 번으로는 안 될 것이다. 아마도 스무 번쯤, 어쩌면 그 이상 달려야 될 거다. 5kg쯤 빼려면 식단도 병행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일단 달려보겠다. 매일 하진 않아도 어쨌든 하는 것을 목표로. 그러다 보면 또 언젠가는 내 몸이 좀 줄어있지 않겠나!

이전 17화 쇠뿔도 단김에 뽑으랬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