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언의 세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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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조실
1.5평 남짓 검은 방,
방 한가운데 있는 테이블이 꽉 차는 느낌이다.
뒷면에서 바라볼 수 있는 이중거울이 있을 것 같은 벽면에는 아무것도 없다.
(영화적 미장센의 흔한 설정, 시대가 어느 때인데 시시티비 설치하는 게 더 저렴하다.)
더스틴은 의자에 눌러앉혀 있고
더스틴의 머리 위로 내려뜨린 전등의 환한 불빛이 더스틴을 비추고 있다.
피의자를 비추는 불빛, 어둠 속의 수사관.
피의자의 미세한 표정과 몸짓도 포착하고 수사관의 모습은 가리는 심리게임을 위한 설계이다.
수사관의 빛나는 눈은 어둠 속의 포식자처럼 더스틴을 노려 보고 있다.
그들은 이미 모든 걸 알고 있었다.
로버트의 건물 지하에서 모이는 모임, 모임시간, 참석 인원.
노동부 사무실에서 건물 뒤편으로 도망치듯 뛰어가는 더스틴의 뒷모습이 찍힌 시시티비.
"시위가 있던 날, 어디 있었지?"
"로버트 건물 지하에는 왜 모인 거야?"
"거기서 무엇을 하려고 모의했나?
"학생인 주드와 줄리 남매에게 모임 참석을 강요한 적이 있었나?"
"노동부 사무실에서는 왜 도망간 거지?"
"도망가지 않았습니다"
"시시티비에 다 나오는데 발뺌할 거야?
(언성이 높아진다.)
"실업 급여 관련 서류가 미비해 노동부 뒷길로 귀가한 것뿐입니다."
수사관들은 자신들이 헛다리 짚은 걸 쉽게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아니 포기하려 들지 않는다.
잠을 재우지 않고 취조가 이어진다.
수사관을 바꿔 가면서 계속 같은 질문을 반복한다.
잠이 들만하면
또 다른 수사관이 들어와 자리에 앉는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알 수 없는 공간,
정신이 혼미해져 간다.
"왜지?"
"아니라고요, 아니라고!!!"
무언가 더스틴의 머리를 세게 내리친다.
"탁!"
소리치는 더스틴을 수사관이 파일철로 내리쳤다.
더스틴이 고개를 들어보니 수사관이 둘인지 셋인지 눈앞에 어른어른 거린다.
"데리고 가"
그제야 더스틴은 다시 유치장으로 옮겨져 내동댕이쳐진다.
다음날 눈을 떠보니 석양이 뉘엿뉘엿 질 때의 붉은빛이 유치장 문틈으로 들어온다.
그리고 다시 짙은 어둠이 깔린다.
덩그러니 놓인 식판에 먹지 않은 빵과 당근 주스, 생수 한 병이 놓여 있다.
더스틴은 빵과 주스, 그리고 물도 몇 모금 먹어둔다.
그리고 다시 다음 날,
유치장 철문이 열린다.
"이제 돌아가도 좋아."
"계속 예의 주시하고 있으니까 허튼짓하려고 하면 진짜 재미없을 거야."
수사관이 으름장을 놓는다.
(이게 맞나? 무고한 시민을 잡아다가 48시간 동안 감금하고도 너희들이 죄가 없냐?)
더스틴은 수사관의 뻔뻔한 면상을 한번 더 쳐다본다.
알 듯 모를 듯한 기분 나쁜 미소로
(뭘 봐? 어서 꺼져.)
라는 말이 수사관의 얼굴에서 읽힌다.
경찰서 유치장을 나오니 더스틴의 아내가 기다리고 있다.
더스틴의 아내는 경찰서에 알아보고 더스틴이 체포되었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
더스틴의 아내가 더스틴을 껴안아 준다.
그렇게 더스틴과 더스틴의 아내는 아무 말 없이 집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