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언의 세대] 아마겟돈으로 모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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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는 여전히 정당 가입서에 사인을 하지 않았다.
아니, 할 생각이 없다.
은행 지점장이 로버트를 호출한다.
"드과장, 정당 가입서에 언제 사인할 거야?
우리 은행 포인트가 드과장 때문에 깎이면 대출심사에서 까다롭게 되는 거 몰라서 그래?"
로버트는 사실 양복 상의 호주머니에 사직서를 넣어 가지고 다니고 있다.
언제까지 정당 가입을 미루면서 버틸 수 있는지 가늠해 보려 한다.
은행 지점장 책상 위에는 '국민통합 위원회'라고 적힌 서류철이 놓여 있다.
"이게 뭔지 알아?"
지점장이 서류철을 흔들다가 책상 위로 "탁!" 하고 내리쳤다.
서류철을 내리치는 바람에 서류철 안의 인쇄된 A4 용지가 모두 빠져나와 사방으로
흩어졌다.
로버트는 무릎을 꿇고 허리를 굽혀 떨어진 서류들을 줍는다.
"요주의 블랙리스트, 국민통합 교육대 전송 대상자 명단."
---- 로버트 드니로, ----- 모건 프리먼, -----, -----, -----, 더스틴 호프먼, ----,----
은행 지점장이 큰 소리를 친다.
"마감 제출 기한이 내일 오후까지야."
로버트는 아무것도 보지 못한 것처럼 태연하게 서류를 모아 탁자에 탁탁 쳐서 서류철에 다시 넣어 은행 지점장에게 건네준다.
"아무튼 내가 드과장 아껴서 하는 말이야.
내일 아침까지야. 더 이상 안돼."
"집에 가서 잘 생각...
아니, 집에 가서 오늘 이거 꼭 작성해 와야 해.
안 그러면 정말 나 다시 못 볼 줄 알아."
"나가 봐."
로버트는 무거운 발걸음으로 은행 지점장실을 나와서 몇 걸음 걸어가는 듯
발소리를 내더니 그 자리에 그대로 멈추어 선다.
은행 지점장의 통화 소리가 등 뒤에서 들린다.
"네 위원장님, 오늘 알아듣게 확실히 전달했습니다.
저희 은행은 로버트 과장만 가입하면 100% 달성입니다."
"..."
전화기 너머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네, 네 알고 있습니다. 반대파가 없어야 교회 자금을 위원회로 옮길 수 있다는 거..."
로버트는 직감했다.
(통화 상대는 국민통합 위원장, 진 목사다.)
로버트가 다니던 교회의 담임 목사
진 해크먼...
그는 로버트, 모건, 더스틴..
교회 신도들을 팔아먹은...
배신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