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언의 세대] 아마겟돈으로 모으다
■
나라들은 행동하기 시작했다.
기후위기, 경제 대공황, 지역 패권주의에 맞서 속속 나라들이 글로벌 거버넌스에 가입했고
이제 글로벌 거버넌스의 규약이 곧 가입국의 법적 효력을 가지게 되었다.
한일합방(韓日合邦)에 버금가는 주권의 포기로 인식한 시민들의 저항은 산발적이었다.
그날의 시위 이후, 시위의 불꽃은 사그라지는 듯하다가 다시 들불처럼 번져 나갔다.
저항의 바람이 거세면 거셀수록
불길은 쉽게 잡히지 않았다.
이 와중에 코로나 파이(π)는 어느 때보다도 강력하게 맹위를 떨치고 있었다.
정부는 언론을 통제하고
일부 지역을 폐쇄했다.
아니 봉쇄했다.
정부가 그날 저녁, 계엄령(戒嚴令)을 발표했다.
야간 통행 금지령이 내려지고
주요 저항 인사들, 정당 가입을 거부하는 블랙리스트에 오른 요주의(要注意) 인물들에 대한 체포령이 발동됐다.
"띠리 리리~링", "띠리 리리~링"
로버트다.
"더스틴 지금 집인가요?"
"네"
"지금 당장, 아내와 함께 정문이 아니라 집 뒤쪽으로 나오세요. 시시티비에 비치면 안 돼요"
더스틴은 아내와 함께 작은 배낭에 여분의 옷을 급히 밀어 넣었다.
허둥지둥 겉옷을 걸치고 집 문을 잠근 뒤
건물의 뒤편으로 나왔다.
골목 끝에서 검은 SUV 차량이 다가온다.
로버트의 차가 아니다.
더스틴과 아내 앞으로 차가 멈추어 선다.
창문이 내려가고
로버트가 보인다.
로버트가 서두르라는 손짓을 한다,
더스틴과 아내는 주위를 잠깐 둘러보고 서둘러 차에 탑승했다.
차에는 이미 로버트의 아내와 모건도 함께 타고 있다.
로버트는 자신의 차가 아니라 옆집에 사는 지인의 차라고 말했다.
"무슨 일인가요?"
더스틴이 다급히 물어본다.
"체포령이 발동됐어요.
이제 법원의 체포영장도 필요 없어요.
어디로 잡혀 가는 지도 몰라요."
로버트의 차는 더스틴 부부를 태우고 그렇게 어디론가 빠르게 달려 나간다.
골목길을 빠져나오는데 경광등을 켠 순찰차가 들어온다. 그 뒤로 경찰청 미니버스가 뒤따라 온다.
더스틴의 집 쪽이다.
"어디로 가나요?"
더스틴이 물어본다.
"31번 구역이 폐쇄되어 있어요."
31번 구역은 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외곽 지역이다.
그곳은 코로나 파이(π)의 발생지이자, 정부가 지도에서 지워버린 봉쇄 구역이었다.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운 그곳으로 그들은 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