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자의 권익은 보호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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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스토리에서 출간 작가라는 타이틀은 대단한 훈장이고 명예로운 배지입니다.
사실 출간 작가들에게서는 출간 작가라는 자부심이 느껴지고 좀 부러운 것도 사실입니다.
저는 처음부터 출간과는 거리가 먼 사람인데도
브런치스토리에서 글을 쓰다 보니 출간 작가라고 하면 왠지 우러러보게 됩니다.
그런데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누가 저 책을 돈 내고 사서 읽을까라는 의구심을 떨쳐낼 수가 없습니다.
나라면 솔직히 돈 내고 사지는 않을 것 같은데 말입니다.
그렇다고 제가 도서 구입에 돈을 안 쓰는 사람이냐면 그렇지는 않습니다.
동물병원을 운영하고 있고 경비처리가 가능하기 때문에 매년 80~90만 원 정도의 고정적인 도서인쇄비를 지출하는 건 전혀 아깝지 않습니다.
그런데 출간 작가라는 명예를 얻더라도 서점에서 자신의 책이 팔리지 않는 것을 보는 작가의 마음은 그리 편치 않을 것입니다.
차라리 출간하지 않았더라면 인터넷상에서 더 많은 독자들이 자신의 글을 읽어 줄 텐데 말입니다.
그래도 좋은 책을 만들겠다는 출판사의 선의를 생각하면 팔리지 않는데도 책으로 출판해 주었으니 넙죽 절이라도 해야 할 것만 같을 겁니다.
그런데 제가 볼 때 출판사가 정말 자선 사업이라도 하기 위해서 안 팔리는 책을 출판해 주는 건 어딘가 석연치가 않습니다.
그래서 나름 조사해서 알아본 결과
출판사가 노리는 쌈짓돈은 따로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그건 바로 출판문화산업 진흥법에 근거한 제작 및 콘텐츠 지원사업입니다.
쉽게 이야기하면 국가는 매년 막대한 재원을 우수 콘텐츠 제작 지원을 위해 사용하며
출판사는 이 자금을 나눠먹고 있는 것입니다.
국가가 지정하는 우수 도서에 선정되면 국가가 직접 제작비(수백만 원 단위)를 출판사에 지원해주기도 합니다. 출판사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돈을 한 푼도 들이지 않고도 책을 만들 수 있는 것입니다.
또 일부 출간 작가의 책은 해외로 진출하기도 하는데 그 역시 다른 나라로 진출할 때, 번역비나 해외 전시회 참가비를 국가가 대줍니다.
그리고 '세종도서' 같은 사업에 선정되면 국가가 책을 대량으로 구입하여 전국 도서관에 비치합니다.
출판사 입장에서는 한 번에 수천 권의 확실한 매출이 발생하는 놓칠 수 없는 지원인 셈입니다.
실제로 브런치스토리 공모전 대상작들은 어렵지 않게 공공 도서관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출판사가 국가에서 지원하는 이러한 지원금을 얻기 위해서는 일정한 요건을 갖추는 것이 필요합니다.
출판사가 국가 지원금(제작 지원, 세종도서 등)을 신청하려면 수준 높은 인문학적·전문적 도서를 만들었다는 실적이 필요합니다.
베스트셀러는 아니더라도 브런치스토리에서 검증된 깔끔한 글들은 국가 지원금을 따내기 위한 가장 안전하고 확실한 출판사의 실적이 되는 것입니다.
또한 국가 우수 도서에 선정되기 위해서는 각종 공모전에서의 수상 경력이 요구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실제로 공신력 있는 공모전에서의 수상작을 출판사가 컨택하고 출판하는 것에는 경쟁과 비용이 요구됩니다.
당장 공모전 수상 작가와의 계약 시에 인세 비율은 일반 작가보다 높게 책정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브런치스토리 공모전에서 수상되는 작품들은 싸고 질 좋은 계약 대상이 되는 것입니다.
저는 브런치스토리 공모전에 왜 대상만 10개이고 금상 장려상 신인상이 없는지 잠시 의아하게 생각했지만
여기에는 그들만의 셈법이 개입되었다는 걸 쉽게 간파할 수 있었습니다.
국가 지원 사업에 신청할 때 대상작이라고 신청할 수 있는 콘텐츠가 10개나 된다는 것은 출판사에게 축복 같은 일일 것입니다.
심사위원들에게 구구절절이 설명할 필요 없이 '대상 수상작' 한 마디면 지원금이라는 혈액이 출판사로 흐르게 되는 것입니다.
국가 지원금을 받으면 출판사는 자기 돈을 들이지 않고도 책을 찍을 수 있습니다.
실패해도 손해가 없고, 성공하면 독식하는 구조인 것입니다.
작가에게는 수상의 영광이라는 명예만을 주고, 실질적인 이익은 출판사가 가져가는 셈입니다.
여기서 가장 큰 문제는 국가 지원금을 받든 세종도서 사업에 선정되어 수천 권을 정부에서 매입해 주든
그 이익이 작가에게 돌아가지는 않는다는 사실일 것입니다.
물론 이 부분은 정확한 팩트체크가 필요한 부분이기는 하지만 아마 관행상 작가에게 돌아가는 이익은 미미할 것입니다. 브런치 스토리 대상작가에게 창작 지원금으로 500만 원이 지원된다고 하니 어느 정도의 보상은 이루어진다고 보입니다.
하지만 제가 주목하는 것은 작가가 받는 일회성 상금과는 별개로, 출판사가 책을 제작하고 유통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국가 지원금'과 수익이 정당하게 배분되고 있는가 하는 점입니다.
이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입니다.
그래서 출간은 언감생심(焉敢生心) 꿈도 못 꾸는 제가 외람되게 말씀드립니다.
브런치스토리 대상을 타든 출판 제의가 와서 출간을 하게 되든 표준계약서로 제시되는 계약서만 보지 말고 출판사와 미팅 시 그리고 계약서 작성 시 반드시 아래와 같은 문구를 삽입하시기를 바랍니다.
• 지원금 배분 조항: "본 저작물이 국가나 공공기관의 제작 지원 사업에 선정될 경우, 지원금의 일정 비율(예: 30~50%)을 저자에게 <기획 장려금>으로 별도 지급한다"는 문구를 넣으십시오.
• 판매 부수 투명성: "도서관 납품이나 단체 판매 등 특수 판매분도 일반 판매와 동일한 인세율을 적용하거나, 최소한 정가의 80% 이상을 기준으로 인세를 계산한다"라고 못 박아야 합니다.
출간 작가는 자신의 책을 브런치스토리에서 열심히 홍보도 하고 서점에 가서 자신의 책이 잘 보이는 곳에 진열되어 있는지 살피기도 합니다.
책이 팔리지 않으면 괜스레 출판사의 눈치가 보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정작 출판사는 작가의 책이 팔리는 것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그들의 눈은 또 다른 작가를 미끼로 다시 한번 국가 지원금 월척을 낚는 데로 향하고 있습니다.
가장 가슴 아픈 일은 저작권을 넘긴 작가의 책은 그렇게 이용된 후 사라진다는 것입니다.
작가는 출판사와 출간 계약을 할 때, 저작권이 아니라 출판권(배타적 발행권 3~5년)만 일정 기간 양도하는 계약을 해야 나중에 자신의 책을 도로 찾을 수 있습니다.
이상, 창작자의 권익이 보호받는 것이 공의로운 일이라고 생각하는 작가 아반의 생각이었습니다.
출판사는 땅 파서 장사하냐?
땅을 파 봐라. 글이 나오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