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 증언의 세대 (世代)

[증언의 세대] 최종화

by 아반



더스틴은 모건을 보자 할 말을 잃어버렸다.

그런 더스틴을 바라보는 모건의 눈가에 눈물이 맺힌다.

모건은 더스틴에게 다가와 손을 내밀어 악수를 한다.

맞잡은 손에 힘을 준 더스틴이 모건을 자기 쪽으로 끌어당겼다.

그리고 더스틴은 모건과 뜨겁게 포옹을 했다.

더스틴의 아내가 다가와 이들을 바라보고 이어서 모건과 가볍게 포옹을 했다.


이들을 바라보는 장면이 서서히 떠오르더니 이들이 있는 31번 구역의 전경을 비춰준다.


삶과 죽음의 경계였던 31번 구역

하늘에서 바라본 31번 구역은 짙은 녹음이 우거진 삼림 지역으로 변모해 있었다.


새들이 자유로이 날아다니고 늑대가 어린 동물들과 공존하는 세상, 인간이 만든 파괴와 상처는 어느새 푸르른 자연이 감싸버렸다.

인간의 이기적인 탐욕이 닿지 않는 세상은 스스로를 치유하고 회복시키고 있었다.


더스틴, 로버트 그리고 모건

이 세 사람은 피로 변한 바다와 강을 건너고 불타는 태양을 견뎌내고

칠흑 같은 어둠의 시대를 지나 아마겟돈에 집결한 군대의 군홧발도 이겨내고 이곳에 다시 서게 되었다.


그들은 격동의 시기를 살아남은 생존자들이자 한 시대의 아픔과 고통을 말해줄 증언의 세대(世代)인 것이다.





더스틴은 그날 밤 꿈을 꾸었다.


일렬로 서있는 군인들이 총을 쏘는 장면에서 꿈속의 화면이 리와인딩하는 것처럼 거꾸로 재생되더니

숨죽이며 숨어 있던 공포의 순간, 어둠 속에서 감금되어 있었던 좁은 유치장, 어둠의 시대, 불타는 태양,

피로 물든 강물과 바다를 지나 어느새 지하철 역에 다다랐다.


지하철역 입구 옆에 신학대 학생들이 팻말을 들고 노래를 부르고 있다.

자기들끼리 신이 나서 사진을 찍고 박수도 친다.


한 청년이 다가와 내게 전단지를 건넨다.

이제 갓 고등학교를 졸업한 듯 앳돼 보이는 청년의 미소.


전단지에는 늑대가 어린양과 함께 그려져 있고 그들 앞에 어린아이가 걷고 있다.


"아 이거 타잔이네"

더스틴이 웃으며 말했다.


청년이 웃으며 말한다.

"성경에 있는 약속입니다. 사람과 동물, 자연과 인간이 평화로이 공존하는 세상이 도래한다는 약속이에요."


더스틴이 전단지 속 그림을 다시 보니 거기에 늑대와 함께 어린 시드가 있었다.






늑대가 어린양 곁에 자리를 잡고 얼마간 머문다.

표범은 새끼 염소와 나란히 몸을 누이고, 송아지와 갈기 세운 젊은 사자,

그리고 잘 먹인 가축들이 한데 어우러져 숨을 쉰다.

작은 어린아이가 그것들을 이끌 것이다.

암소와 곰이 나란히 풀을 뜯고, 그들의 새끼들이 뒤엉켜 구른다.

사자가 소처럼 짚을 먹을 것이다.


젖을 빠는 아이가 코브라의 구멍 위에서 웃으며 장난을 친다.

젖을 뗀 아이는 독사의 구멍에 제 손을 밀어 넣는다.


나의 거룩한 산, 이 구역의 그 어느 곳에서도 누구를 해치거나 파괴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마치 물이 바다를 덮고 있듯이, 이 땅은 여호와를 아는 지식으로 가득 차 넘치기 때문이다.


<이사야 11장 6절-9절>



지금까지 증언의 세대를 사랑해 주시고 읽어주신 독자들께 감사드립니다.





배경음악 What a Wonderful Worl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