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길 위의 매드맥스

다시 쓰는 인턴일기

by 아반


쉬는 날이다.

원장이 먼 곳에 가 있어서 나한테 전화를 돌려놨다.

밤 11시경

전화가 울린다.


"선생님, 우리 애가 나오려고 해요."


출산 예정일이 임박한 단골손님이다.


"네 제가 지금 병원에 나가겠습니다. 20여분 정도 걸립니다."


집에서 병원까지 차로 20여분이 걸린다.

밤거리가 한산하다.

운전 스킬을 뽐내며 드래그를 하며 병원으로 차를 몬다.

수의사로서 왠지 멋있다는 생각과 쉬는 날 전화를 나한테 돌리는 원장의 비정함이 교차한다.


병원 앞에 벌써 두 명의 아줌마가 애견 가방을 들고 서있었다.

헐레벌떡 차에서 내려 병원 셔터 문을 열려고 하는데


"아차! 헐~~~"


열쇠를 두고 왔다.

멘붕이 오려한다.

자물쇠를 꽉 부여잡고 정신줄을 잃지 않으려 애쓰며 재빨리 생각을 정리한다.

집까지 빨라야 왕복 40분.

손님을 더 기다리게 할 수는 없다.


침착함을 애써 유지하며

"아 제가 실수로 열쇠를 두고 왔네요. 하하하.

사실 저희 집은 여기서 그리 멀지 않습니다.

개를 저에게 맡기시고 집에 가 계세요.

진통이 오면 보통 6시간 후에 분만을 하기도 합니다.

잠깐 집에 갔다 와서 병원에서 분만을 돕겠습니다.

새벽에 분만을 할 수도 있습니다."

(말이 점점 길어진다.)


불안해하는 주인을 애써 안심시키며 애견 가방을 낚아채듯 빼앗는다.

손님에게 집에 가있으라며 손짓을 하고

차 조수석에 애견 가방을 놓고 안전벨트를 채운다.

그리고 나도 안전벨트를 한다.

죽음의 레이스를 눈앞에 두고 있다.

침을 꼴깍 삼킨다.

발판을 밟은 왼발에 힘을 주어 몸을 최대한 차에 밀착시키고 엑셀을 꾹 밟는다.

직선거리의 드래그와 칼치기,

세 번의 아웃-인-아웃 코너링,

그렇게 야밤의 레이싱이 펼쳐졌다.


집까지 15분 걸렸다.

우리 집은 3층이다 단숨에 계단을 뛰어 올라가 현관문을 열어젖히고 곧장 내 방으로 들어가 책상 서랍을 연다.

열쇠가 있다.

이제 반환점을 돌았다.


다시 헐레벌떡 내려와 차를 탄다.

개가 애견 가방구멍에 목을 내밀고 헥헥대고 있다.

아직 무사하다.

숨을 고를 시간이 없다.

다시 도로로 접어들어 무섭게 밟기 시작한다.

집에서 병원까지 거의 날아오는 수준으로 달려왔다.


됐어.

병원에 도착한다.

거리엔 아무도 없고 손님도 보이지 않는다.

셔터문을 열고

바로 진료대 위에 가방을 올려놓고 지퍼를 열어 가방을 펼친다.


"앗!!!"


산 넘어 산이라더니.

애기가 이미 나와서 엄마가 탯줄을 끊어 먹고 있었다.


원래부터 한 마리만 임신한 개였기에 이것으로 상황 종료인가?

아니다.


내부가 노란색 융으로 되어있는 애견 가방 안이 피범벅이 되어 있고 검은색과 짙은 녹갈색 태반 분비물로 온통 칠해져 있다.


누가 보더라도 가방 안에서 분만이 이루어졌다는 걸 쉽게 알 수 있다.

주인이 오기 전에 증거를 없애야 한다.


어미개와 애기를 대충 입원장에 넣어 놓고

거즈 과산화수소, 수건 등을 사용해 애견 가방 내부를 정성껏 닦아내고 흔적들을 지운다.

그리고 흠뻑 젖어 버린 가방을 미용실로 데려가 다시 정성껏 말린다.


가방이 거의 다 말라가고 있을 즈음에 딸랑딸랑 병원 문이 열리고 주인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병원 안으로 들어온다.


재빨리 입원장에 있는 엄마와 애기를 꺼낸다.

엄마가 애기를 핥아서 뒤처리를 혼자 다 했다.


"안 그래도 방금 전화를 드리려 했는데 마침 오셨네요."


“애기는 병원에서 잘 받았습니다”

라고 차마 말하지 못했다.


애기와 엄마를 패드에 잘 싸서 뽀송뽀송해진 애견 가방에 넣고 주인에게 안겨 주었다.

갓난아기에 대한 신비감과 기쁨에 찬 주인은 다른 생각을 할 여지가 없었다.


아무튼 엄마와 애기가 무사해서 참 다행스러웠다.


어미 개의 위대함에 경의와 미안함을 표한다.


어미 개가 애기와 두고두고 행복했기를...


그날 밤 난 야밤에 혼자서 서스펜스, 호러, 스펙터클, 어드벤처, 스릴러 무비,


"매드맥스 : 길 위에서" 영화 한 편을 찍었다.




04화 [인턴일기 4] 임금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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