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벨탑 : I'm not a boy

바벨탑의 언어 혼잡

by 아반

I am a boy


장학금 학생 선발을 위한 영어 시험 공고가 붙었다.

붙든 안 붙든 일단 시험은 봐야지, 혹시 알아.

전공 수업도 따라가기 힘든데 평소에 따로 영어 공부를 할 시간이 없었다.

그냥 날것 그대로의 실력으로 시험을 본다.

독해나 어휘는 그렇다 치고 잘한다는 게 아니라 그냥 진짜 그렇다 치고, 문장 순서가 왜 이리 헷갈리는지.

'탈락'

조교에게 시험결과를 묻는데 성적이 참담하고 창피한 수준이다.

그래 이래서는 안 되겠다.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기초부터 시작하자.

Grammar가 문제다.


서점에 갔다.

'English grammar in use'가 눈에 확 들어온다.

Advanced, 아니 주제를 알아야지, Basic이다.

이제 조금씩 틈틈이 이걸 공부한다.

남들은 국가고시, 취업을 위한 토익공부를 하는 틈바구니에서

'I am a boy'부터 다시 한다.

한 손으로 책을 가리고 고개를 숙여 행여 무엇을 공부하는지 최대한 노출되지 않게 한다.

남들은 내가 어려운 원서나 토플 같은 걸 공부하는 줄 알 거다.

그렇게 대학 4학년에 기초 문법책을 완독 했다.

영어 어순 어려운 게 아니었어.


수의학을 배우면서 항상 느끼는 것은 우리말로 된 변변한 교과서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그러니 읽기 어려운 원서의 부분 부분만을 보게 되고 결과적으로 학문의 발전이 더딜 수밖에 없다.

사람이 모국어로 학문을 하면 학문에만 집중할 수 있을 텐데.

수많은 정보들이 한데 통합되고 발전 속도도 빠를 텐데.

한국에서 노벨상 수상자가 안 나오는 이유 중 한 가지는 단연코 언어의 장벽일 거라고 나는 항상 생각했다.


언어는 사람들 사이의 의사소통을 위한 도구에 불과한 것이 아니다.

언어는 생각하고 느끼고 행동하는 그 사람의 두뇌의 모든 활동의 운영체제(OS)이자 소스코드인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의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는 모든 두뇌의 활동은 그들이 사용하는 언어의 단어와 명령어로 기록되고 운영된다.


언어의 발달이 곧 문명과 기술의 발달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런데 모든 인류의 언어가 하나였던 시절이 있었다.



문명과 기술의 발달


온 땅의 언어 방식(manner of speech)은 하나였고,
사용하는 단어의 Vocabulary (stock of words)도 하나였습니다.
사람들이 동쪽으로 이동하다가 시날 땅에서 평지를 발견하여 거기 거주하게 되었습니다.
그때 그들이 저마다 자기 이웃에게 말했습니다.
“자, 우리가 벽돌을 만들어 그것들을 아주 철저하게 굽자!”그리하여 벽돌은 돌을 대신하고, 역청은 진흙을 대신하게 되었습니다.
또 그들이 말했습니다. “자, 우리 자신을 위하여 도시를 세우고, 꼭대기가 하늘에 닿는 탑을 쌓자.
그래서 우리 자신을 위해 이름을 떨치고, 우리가 온 지면으로 흩어지지 않게 하자.”


노아 홍수 이후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4,200여 년 전에 모든 인류의 언어는 하나였다.

언어가 하나라는 것과 당시에 인간의 수명이 지금보다 길었다는 것은 문명과 기술이 상당히 발달할 수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벽돌을 만들고 모르타르를 사용한다.

그리고 하늘에 닿을듯한 탑을 세울 정도로 건축기술이 발달한다.

실제로 고대의 피라미드나 고대의 건축물들의 기술 수준은 지금 우리의 시각으로 봐도 미스터리하다.

그들의 과학 기술의 수준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놀라운 것이었다.

이게 다 언어가 하나라는 장점 덕분이다.

그들은 하늘에 닿는 높은 탑을 쌓아 자신들의 명성을 드높이고자 하였다.


그러자 당신(Yahweh)께서 사람들이 세운 그 도시와 탑을 보려고 내려오셨습니다.
그때 당신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보라, 그들은 하나의 백성이고 모두가 하나의 언어 방식(one manner of speech)을 가지고 있다.
이것이 그들이 하기 시작한 일의 시작에 불과하니—
이제, 그들이 계획하는 그 어떤 일도 그들에게서 막을 수 없을 것이다.”


그들이 하려고만 하면 못할 일이 없었다.

그들은 우리와 같은 지능을 가진 인간들이었으며 더구나 모든 사람의 언어가 하나였다.

그들 사이에는 문화나 언어의 장벽이 존재하지 않았다.

언어가 하나라는 것과 기술의 축적과 발달은 필연적으로 함께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들이 하는 일은 인류가 온 땅에 흩어져 살게 하려는 하느님의 목적과는 반대되는 것이었다.



바벨: 인류라는 컴퓨터의 강제 셧다운


"자, 우리가 내려가서 거기서 그들의 언어를 혼란(confound)시키자.
그리하여 그들이 서로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게 하자."
그리하여 여호와께서 그들을 거기서부터 온 지면으로 흩으셨고, 그들은 도시 건설하는 일을 그만두었습니다.
그러므로 그곳의 이름을 바벨이라 불렀으니, 거기서 당신께서 온 땅의 언어를 혼란시키셨기 때문입니다. 거기서부터 당신께서 그들을 온 지면으로 흩으셨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사람들의 언어를 흩으셨으며 그로 인해 그들이 쌓던 탑의 건축은 중단되었고 그들은 언어 그룹별로 흩어지게 되었다.

말하자면 잘 돌아가던 인류라는 컴퓨터 운영체제(OS)가 갑자기 꼬여 버려서 강제 셧다운이 일어나게 된 것이다.

그곳의 이름을 '바벨'이라 했는데 '바벨'은 '혼잡'이라는 의미이다.


실제로 사람들의 언어는 오랜 시간을 거쳐 발전되어 달라진 것이 아니라 하나의 언어가 한순간에 여러 언어로 바뀌게 된 것이다.

언어가 서서히 진화되고 분화되었을 것이라는 언어학자들의 추론과는 달리 가장 오래된 언어의 기록들은 4,000년 전의 것이라고 하니 성서의 이러한 설명은 신빙성이 있어 보인다.




기적으로 외국어를 말하다


소리가 나자 군중이 모여들어 큰 혼란에 빠졌습니다.
왜냐하면 그들 한 사람 한 사람이 저마다 자기들의 모국어(born language)로 제자들이 말하는 것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넋을 잃고 놀라워하며 말했습니다.
“보시오, 지금 말하고 있는 이 사람들은 모두 갈릴리 사람들이 아니오?
그런데 어떻게 우리 각자가 태어난 곳의 모국어로 그들의 말을 듣고 있는 것이오?”



1세기 예루살렘에는 축제를 지키기 위해 많은 나라에서 유대인들이 왔었고 그들의 언어는 모두 달랐다.

하느님의 성령이 임하자 각지에서 올라온 다른 언어를 말하던 유대인들이 모두 같은 언어로 소통할 수 있었다.

하느님의 말씀을 전파하기 위해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는 기적이 일어났던 것이다.

정말 외국어를 공부하던 모든 순간 언제나 꿈꾸던 꿈같은 일이 아닐 수 없다.




원 콘센트(One Consent)


확실히 그때에 내가 민족들의 언어를 순결한 언어(a lip made pure)로 바꾸어서, 그들이 모두 당신(Yahweh)의 이름을 부르고, 어깨를 나란히 하여(with one consent) 당신을 섬기게 하겠다.


하느님께서는 언젠가 다시 민족들의 언어가 하나의 순결한 언어로 바뀌게 하실 것이란 예언이다.


영어 원문에 나오는 'with One consent'를 '어깨를 나란히 하여'로 많이 번역한다.

"음~ 원 콘센트라..."


'원 콘센트'

들쭉날쭉 제각각인 전기 콘센트를 만국 공용 콘센트로 통일한다는 뭐 그런 뜻 아니겠어?

인류의 기술 표준이 하나로 통합될 때 인류의 문명은 또 다른 수준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인류의 언어가 나뉘어 강제 셧다운된 인류 문명의 컴퓨터가 제대로 복구되어 하나의 슈퍼 컴퓨터로 작동될 때,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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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대학교 4학년 때 도서관에서 부끄럽지만 영어 기초공사를 다시 한 덕분에

지금은 영어로 듣고 말하고 이해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다.


I am not a boy any more.

나는 이제 더 이상 소년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