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불 속에 뛰어들어야 하는 숙명

다시 쓰는 인턴일기

by 아반


인터넷 게시판에 글이 올라왔다.


동물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자신의 개가 폐가 망가져서 사경을 헤매고 있다고...


보호자는 의료 사고 후 대학병원에 개를 데리고 갔고

대학병원에서는 보호자가 느끼기에 살벌하리만큼 노골적인 표현들을 써가며 개의 상태를 설명했다.

엑스선 사진상으로 폐의 90%가 하얗게 망가졌다고.


개의 상태를 확인한 보호자는 의료사고를 낸 수의사를 용서할 수 없었고

인터넷 게시판에 수의사를 고발하는 내용을 올렸다.


화가 난 보호자는 동물병원 문을 닫게 할 기세로 여기저기 글을 썼을 것이다.


동물병원 원장이 아는 여자 후배였다.


나는 만년 인턴의 길로 접어들고 있을 무렵,

여자 후배는 벌써 원장이 되어 있었다.


처음에 댓글들은 "안 됐네", "수의사 이제 큰일 났네" 하는 식이었고

보호자의 편에서 비방하는 글들도 있었던 것 같다.


후배 원장이 변명의 글을 게시했다.


개가 보정하기 어려운 코커스파니엘이었고

위조영제를 먹이려고 위관을 삽입하다가 기관으로 조영제가 역류해 들어간 거였다고.

상황을 수습하려고 혼자 노력했지만

보호자가 대학병원 말만 믿고 막무가내로 나온다는 글이었다.


나는 힘내라고 나도 여러 번 실수를 했었다고...

누구도 완전할 수는 없다고...

단지 조심할 뿐이라고...

댓글을 썼다.


시간이 흐르고


게시판에 동료 수의사들이

후배를 격려하는 댓글들을 달기 시작했고

대학병원에서 보호자를 자극해서 사태를 키운 점이 없지 않다는 취지의 글들도 있었다.


한 수의사는

옛날이야기 하나를 썼는데


옛날에 도깨비 둘이 어느 마을에 다다랐는데

그 마을에는 용하다는 의원 둘이 있었다고.


그런데 한쪽은 의원 집 지붕에 죽은 사람들이 가득했고

다른 의원 집에는 지붕에 죽은 사람들이 없었다고.


한 도깨비가 다른 도깨비에게 퀴즈를 냈는데

어느 의원이 더 용하냐는 것이었다.


다른 도깨비는 당연히 지붕에 죽은 사람이 없는 의원이

더 용하다고 대답했는데.


정답은 죽은 사람이 많은 의원이 더 용한 의원이었다.


많이 죽여 봐야 더 잘 고친다는 그런 살벌한 뜻은 아니고

의사의 경험이 많아야 된다는, 환자가 많다 보면 죽는 사람도 따라서 많아진다고

나는 이해했다.


분명 후배도 많이 놀랐을 것이고

최선을 다하다가 그런 일을 당해서 정말 안 됐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불을 보고 피하는 게 아니라

불을 끄기 위해 불 속에 들어가야 하는

소방수처럼


위험의 불길 속으로

들어가야 하는

수의사의 숙명이라고 생각했다.


분명 누군가의 병원에서 의료사고가 나면

그건 수의사나 보호자 누구에게도 슬픈 일이지만

제삼자인 우리는 동료의 불행을 기뻐해서는 안 된다.


최선을 다한 수의사

동물에 대해 악의로 사고를 내는 수의사는 없다는 사실을 상기하면

어쩌면 우리는 동료를 의학적 지식을 사용해서 변호해야 하는 입장에 있다.


인턴은 이런 면에서는 참 편한 편이다.


사고가 나도

원장이 책임을 지지

인턴이 지는 일은 드물기 때문에...


한참 후

세미나에 갔다가

후배를 멀리서 봤다.


나는 그냥 간단히 목례만 했고

다른 선배들에게

둘러 싸여 있는 걸

바라보았다.


씩씩해 보였다.

어린 나이에 일찍 원장도 되고

예뻤다.


잘 극복한 게 틀림없다.


후배가

게시판에

잘 해결됐다고

선배님, 동료들 격려해 줘서

고맙다고 글을 올렸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잊고 지낼 즈음에,


보호자가 고양이 한 마리를 데리고 왔다.


며칠째 아무것도 먹지 않는다고 한다.

고양이는 눈에 띄게 여위어 있었다.


언제부터 그랬는지 물으니

대학병원에 가서

엑스레이를 찍고 나서부터였다고

저항하는 고양이를 억지로 찍다가

턱이 빠져 버린 것이었다.


바로 그 대학 병원이었다.


고양이를 마취하고

지지대로 쓸 막대를 입에 물린 후

어긋난 턱관절을 다시 제자리로

맞물려 끼우고

수액을 통해 영양을 공급했다.


불길로 뛰어드는 소방수는

누구도 안전을 장담할 수 없다.


누구보다

동료애가 필요한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소방수나 수의사나



12화 [인턴일기 12] 면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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