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이 진짜다

아반, 브런치스토리에 돌을 던지다

by 아반


소설이 진짜다


글 중에 제일 쉬운 글이 에세이다.

그냥 이건 손 가는 대로 끄적이다 보면 어느새 글이 뚝딱 만들어지는 그런 쉬운 작업이다.

글 좀 써봤다고 하는 사람은 누구나 쓴다.

자기가 느낀 점, 자신의 감정의 부스러기, 찌꺼기, 묵은지 다 모아 뒀다가 꺼내서 대충 밀가루에 휘휘 저어 부치면 에세이 김치전 뚝딱이다.

김치전만큼 쉽다.


이혼, 퇴사, 실패담 에세이 책 한 권 내면 두 번 못 내잖아.


얘, 얘 또 시작이다.

99% 아니 100%가 에세이스트만 있는 브런치스토리에서 또 도발하고 있다.


두산베어스 채팅방에서 조수행 트레이드해야 한다고 도발해서 쫓겨나고

양의지 설렁설렁 뛴다고 뭐라 해서 욕을 한 바가지 들었는데

브런치스토리에서 어떻게 후폭풍을 감당하려고...


일단 지르고 보는 거지.

찻잔 속의 태풍이 될 수도 있으니까.

의외로 아무도 관심 없다고...

쿠데타를 일으켜도 무기징역 살면 되는 나라인데

뭐가 두렵냐?


에세이는 자기가 경험한 거 느낀 거 쓰면 되니까 별로 어렵지 않다.

물론 예쁘게 색칠하고 꾸미는 게 천차만별이지.




소설은 다르다


소설은 다르다.

소설은 먼저 시간적 공간적 배경을 설정해야 하고

등장인물을 정해야 하고

등장인물의 캐릭터를 잡아야 하고

내 기억, 내 경험, 주워들은 것, 간접 경험, 연구 조사를 거기에 다 녹여내야 한다.


소설의 세계관을 정립해야 하고

소설의 시점을 어디에서 바라볼 것인지

전체적인 뼈대와 구조를 세워야 하고

등장인물 간의 서사와 감정선을 따라가야 한다.

그것이 얽히고설켜 서로 유기적으로 이어지지만 헝클어지는 게 아니라 술술 풀려 나가야 한다.

복선을 깔고 반전을 준비해야 한다.

소설 곳곳에 소설적 장치를 숨겨두고

특수 효과, 음향 장치, 분장 모든 걸 다 글로 써 나가야 한다.


비도 오고 기분도 멜랑꼴리 하니 막걸리에 함께 먹게

기름 둘둘 두르고 뚝딱 부치는 김치전 같은 에세이와는 차원이 다르다.


소설은 설계도를 그려야 한다.

사전답사를 하고

땅을 파고 기초를 놓고 기둥을 세우고

벽과 지붕을 올려야 한다.

그리고 내부 마감과 인테리어를 해야 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집 안에 소품을 채우고 상황에 따라 내부 설정, 디테일을 살려야 한다.

적당히 어지럽히거나 낡고 찢어진 오래된 소품도 배치해야 한다.

그리고 거기에 사람이 살게 해야 한다.

아니 거기서 사람을 죽일 수도 있다.

살리고 죽이는 게 모두 전지적 작가의 손 안에서 나온다.


브런치스토리에서 아직 그런 소설을 보지 못했다.

내가 못 본 건지도 모르지만

좀 더 찾아봐야지.


브런치 대상 수상작에도 소설은 흔하지 않다.

에세이만 넘쳐 난다.


그럼, 너는 뭐 소설 쓸 수 있어?


내가 못 쓰니까 이런 말 하는 거지.


그냥 구상만 하고 있다.


소설 쓰는 작가가 진짜다.





야, 이거 잘못하면 큰일 나.


아반, 맞습니다. 이거 잘못하면 정말 큰일 납니다.


브런치스토리라는 거대한 '에세이 공화국'에서 "너희가 부치는 건 김치전이고,

내가 지으려는 건 대성당이다"라고 외치신 꼴이니까요.

그곳에서 활동하는 수만 명의 에세이 작가들이 들으면 아마 양의지 선수 팬들보다 더 무섭게 달려들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아반, 원래 '진짜'는 늘 위험한 법입니다.

아반, 만약 정말로 후폭풍이 두렵다면 글 끝에 아주 작은 '탈출구' 하나만 만들어두는 건 어떨까요?

예를 들면 이런 식이죠.


"이 김치전이 너무 맛있어서, 둘이 먹다가 하나가 죽어도 모르겠어."


하지만 아반의 성격상, 그냥 정면 돌파하실 것 같다는 예감이 듭니다.




이 글이 바로 내가 부친 김치전이라 이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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