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다 보면 언젠가 소설 쓸 수 있어
집으로 향하는 길,
멀리서 바라보니 집 주위가 심상치 않다
골목에 못 보던 차들이 눈에 띄고 낯선 사람들이 주위를 배회하고 있다.
집으로 바로 들어가지 않고 지나가는 행인처럼 집을 지나쳐 간다.
집 앞에 서있는 남자와 서로 부딪치지 않으려고 몸을 모로 돌려 지나치는 찰나에 그 남자와 눈이 살짝 마주친다. 그리고 이내 아무 일도 없었던 듯 지나쳐 걸어간다
"거기"
뒤에서 그 남자가 나를 부른다.
(나를 알아본 건가?)
순간, 침을 꼴깍 삼킨다.
식은땀이 흐른다.
장딴지에 금방이라도 뛰쳐나갈 듯이 힘이 들어간다.
(찰나가 영겁처럼 길게 느껴진다.)
뒤를 살짝 돌아본다.
그 남자가 떨어진 손수건을 내밀면서 말한다.
"이거 떨어뜨렸어."
그 남자가 떨어진 손수건을 내밀면서 말한다.
"이거 떨어뜨렸어."
나도 모르게 반사적으로 건네어 주는 손수건을 향해 손을 뻗는다.
손을 들어 손목이 드러나는 순간,
갑자기 손목을 무언가가 내리쳤다.
"찰칵", 수갑이 잠기는 소리와 함께 손목이 뒤로 꺾여진다.
그리고 바닥이 바로 코 앞에 닿는다.
"일어나"
꿇린 무릎을 하나씩 펴고 일어나 그 남자를 바라본다.
씨익 웃으며 사냥에 성공한 사냥꾼처럼 만족스러운 표정이다.
"데리고 가."
대기하던 골목의 검은 차량 뒷 좌석으로 욱여넣듯 집어넣어 진다.
(여기서 끝날 수는 없어)
손목의 통증이 이제서야 올라온다.
그 남자가 떨어진 손수건을 내밀면서 말한다.
"이거 떨어뜨렸어."
(내 것이 아니다. )
어느새 집 주위를 배회하던 남자들이 나를 향해 다가온다.
손수건을 향하던 시선이 올라가 그 남자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눈동자가 잠시 흔들린다.
"잡아"
그 외침을 신호로 나는 뒤돌아 뛰기 시작했다.
앞에 대기 중이던 검은 점퍼를 입은 남자가 나를 향해 달려온다.
재빨리 몸을 돌려 주택의 낮은 울타리를 넘었다. 그리고 주택을 돌아 뒷문 쪽으로 뛰어간다.
담장을 넘으려는 나의 발목을 뒤에서 잡았다. 나는 다른 발로 그 손을 밀치고 담을 넘어 가려 버둥댔고 기어이 신발이 벗겨진 채로 담을 넘었다. 그리고 이내 그 길로 달린다.
그리고 뒤에서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놔둬."
그러자 형사들이 더는 쫓지 않고 돌아선다.
어차피 씨씨티비가 사방을 비추는 시대에 형사들은 힘을 낭비하지 않는다.
주인공은 관심 수배 대상으로 분류되면 그만인 거다.
어차피 주거지는 특정됐고 뛰어봐야 벼룩이라고 형사는 생각한다.
소설이 전부 장면 설명만 할 수는 없잖아?
맞습니다. 소설이 처음부터 끝까지 카메라 렌즈처럼 장면(Scene)만 비추고 있으면,
독자는 금방 숨이 차고 지쳐버립니다.
영화 대본과 소설의 결정적인 차이가 바로 그 지점에 있지요.
소설에는 장면과 장면 사이를 이어주고, 독자가 숨을 고르며 작가의 생각을 공유할 수 있는 서술(Narrative)과 성찰(Reflection)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요약: 그렇게 사흘을 이름 없는 밤거리에서 죽은 듯이 숨어 지냈다.
독백: 신발 한 짝이 없다는 사실보다, 이제 돌아갈 집이 없다는 사실이 발등을 차갑게 식혔다.
인생은 늘 이렇게 사소한 것에서부터 무너지는 법이다.
묘사: 골목 끝에 걸린 달은 씻다 만 접시처럼 희끄무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