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편 : 시위 (示威)

[증언의 세대] 어둠의 시대 편의 한 장면

by 아반

시위


시위대의 수가 갈수록 늘어가고 있다.

사람들은 마스크를 하고 촛불을 들고 있다.

스크럼을 짜고 노래를 낮게 읊조리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호루라기 소리, 부대에게 지시하는 고함 소리가

멀리서 간간이 들린다.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정부군의 방어선이 가까워지고 있다.

정부군이 저지선을 넘지 말라는 경고 방송과 사이렌을 연신 울리고 있다.


희망이 없는 군중, 코로나로 인해 가족을 잃고 그들의 일터는 이미 죽은 지 오래다.

무언가 뒤집어지지 않으면 속이 뒤집어질 테다.


앞에 무엇이 있는지 알 수 없지만 앞으로 나가지 않으면 살 수가 없다.


정부군이 시위대에게 발포엄포를 놓는다.


"해산하십시오", "해산하십시오"


스크럼을 짠 손과 손에 힘이 들어간다.

비장한 노랫소리는 흡사 장송곡처럼 들린다.

제일 앞 줄에 서 있는 사람들은 이미 이 세상 사람들이 아니다.

그들은 뒤가 없다.

1열이 사라지면 두 번째 열의 순서가 온다.

흡사 1차 대전 당시 넓은 평지에서 대열을 갖추고 앞으로 전진하는 군대처럼 그들은 죽음의 공포라는 보이지 않는 총탄이 빗발치는 최전선을 마주하고 있다.

호루라기 소리, 발포 경고와 사이렌 소리가 귓전을 때리고 있다.


"멈춰!!!"


이제 더 이상 경어체로 방송하지 않는다.


거대한 물결이 쓰나미처럼 밀려오는 것을 바라보는 정부군들도 공포를 느끼고 있다.

머리가 쭈뼛쭈뼛 서고 등골이 오싹해진다.


"발사!!!"


물대포가 발사되고 최루탄을 발포하기 시작했다.

앞 열의 사람들이 고꾸라져 물줄기를 온몸으로 받아내고 있다.

사람들이 쓰러지면서 스크럼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돌격!!!"


뒷 열은 앞 열이 무너지는 것을 보고 다음 차례를 기다리지 않는다.


그들은 정부군의 좁은 틈새를 노리고 거세게 돌진한다.


거기가 아니다.

산발적으로 돌격하고 있다.


해산하는 것처럼 스크럼이 해체되더니

이내 쓰나미의 물결이 정부군을 세차게 몰아치고 있다. 정부군과 시위대가 이내 엉겨 붙은 용광로의 고철처럼 뒤엉켜 멜팅다운되고 있다.


끊임없이 밀려오는 물결은 이내 수적으로 완전히 방어선을 뚫어 버렸다.

고요한 화염과 불길들이 치솟고 매캐한 최루가스에 눈물과 콧물이 뒤섞여 흐른다.


야! 악! 꺼져, 악!!!


고함 소리가 악에 받쳐 울린다.


이내 짙은 어둠이 내려앉는다.


최루탄 포연이 자욱한 거리.


사상자들과 핏자국이 선명한 바닥.


술 취한 새벽 같은 공기.


구토와 오물 같은 흔적이 뒤섞여 널브러져 있는 현장.


시대의 아픔이 비명을 지르지 못하고 사그라진다.









제목 이미지: 서울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