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가 열심히 사는 사람인 줄 알았다. (3화)
학교 수업을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동안, 이대로 놀수는 없다고 생각해서, 일자리를 알아보게 되었다.
그 중에서도 지금까지 해보고 싶었던 화물차 운전 쪽을 알아보기로 했다.
화물차 운전 면허가 없던 나는, 가장 빠른 시험 날짜를 찾아보기로 했고, 1월 말 전주 고사장에 빈 자리가 있었기에 그곳으로 신청했다.
시험 당일, 새벽 5시에 출발하여 약 2시간 반 정도 운전을 해서 7시 반에 전주에 도착하였고,
맥도날드에서 간단하게 맥모닝 머핀을 먹은 뒤, 고사장인 전북 교통안전공단으로 이동했다.
화물차 운전 면허 (공식 명칭은 화물운송종사자격)는 별도의 실기 시험 없이 필기시험으로만 진행되는 방식이었고, 운전정밀적성검사를 오전에 진행하고, 적성검사에 합격하면 오후에 필기 시험을 진행하는 방식이었다.
1종 및 2종 운전면허를 딴 사람이라면 2년 이상의 운전 경력만 있다면 바로 응시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사실 화물차 운전 면허가 없어도 자가용으로 분류된 트럭 자체는 몰 수 있다. 하지만 영업용 넘버가 달린 트럭으로 유상 운송을 하는 경우라면 이 면허가 꼭 필요하다.)
한번도 가본 적 없던 전주로 향하다
고사장 바로 앞에는 공업소부터 시작해서 자동차 관련 가게들이 많이 있었고, 노면에는 덤프 트럭을 비롯한 대형 화물차들이 많이 주차되어 있었다. 유심히 보니 15톤 짜리 트럭이었다.
'나도 이런 차를 몰게 되는건가..? 겁나 크네..'
노면 주차장에 차를 세워 놓고, 고사장으로 향하는데 왠걸 정말 오래된 차를 발견하고 말았다.
80년대에 나왔던 차량이 아직도 말끔한 모습으로, 그것도 지역 이름이 써있는 번호판까지..
신기해서 사진을 찍어두고, 고사장 내부로 들어갔다.
고사장 내부에는 50대의 아저씨들, 그리고 가장 젊게 보이는 사람은 30대 후반 정도였고, 내가 제일 어렸다.
아저씨들이 '뭐 이렇게 젊은 놈이 들어오나' 싶었던건지, 나를 유심히 쳐다 봤다.
추운 겨울이었지만 내부에 히터는 정말 따뜻했었고,
나는 입고 온 파카를 벗어 놓고 접수처에 신분증을 보여주고 자리에 돌아가서 대기했다.
얼마 안되어, 문방구 오락기 패드 같은 것이 연결되어 있는 컴퓨터가 20대 정도 있는 고사장 내부로 들어갔고,
그대로 오전 운전 정밀적성검사가 시작되었다.
정밀적성검사는 '자동차가 터널을 지나간다고 가정했을 때 특정 위치에 오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예측하는 테스트라던지, 브레이크를 밟아서 특정 위치에 정확히 서는 테스트 (정지거리예측검사), 기업 인적성 검사에서 나올법한 도형 검사' 등으로 1시간 정도 진행되었고, 민첩성과 순발력, 정확성, 운전 감 등을 테스트하는 것이 주 목적이었다.
1시간 동안의 사투 끝에 검사를 끝내고 얼마 안되어 감독관이 내 이름을 부르더니 검사 결과지와 함께 이렇게 말씀하셨다.
"오, 굉장히 잘하셨는데요. 지금까지 수험자들 중에 최고 등급이에요."
걱정했던 것과 다르게, 2등급 하나를 빼고 나머지 전부 1등급이었다.
'수능을 이렇게 맞았더라면..'
검사지를 한손에 들고 고사장을 나왔다.
마침 오후 3-4시 경이 필기 시험이었기에, 시간도 좀 남았겠다, 마침 전주도 왔으니, 전주한옥마을에서 점심을 먹기로 결정했다.
한옥 마을의 공영주차장에 차를 대놓고, 한옥 마을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비빔밥 집으로 향했다.
그곳은 엘리베이터가 있었고, 맨 꼭대기 층에는 전망대가 있어서, 한 눈에 한옥마을 전경이 들어오는 곳이었다.
철판 불고기 + 육회 베이스의 비빔밥 세트로 15,000원 정도 했으니, 나쁘지 않았다.
한 입 먹어보니, 비빔밥의 본 고장 전주는 역시 맛이 다르다.
고추장과 참기름 말고 또 어떤 소스를 넣은걸까 궁금했지만, 가게 영업 비밀일까 실례될 것 같아 여쭤보지 못했다.
비빔밥을 다 먹고, 근처의 카페로 향했다.
항상 먹던 것처럼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한잔 시키고,
어제 빡세게 한번 봤던 쿠팡발 화물운송종사자격 필기시험 교재를 꺼내서 봤다.
그렇게 2시간 정도가 지나고, 다시 고사장으로 이동했다.
아까와는 다른 방으로 들어갔고, 그곳은 CBT 시험을 볼 수 있는 전형적인 컴퓨터 고사실이었다.
얼마 안되어 나보다 조금 더 어린 젊은 남자 직원이 감독관으로 들어왔다.
"컨닝하시거나, 부정행위를 하시면 바로 퇴실 처리됩니다.
혹시나 컴퓨터에 문제가 있으시면 바로 말씀해주세요. 그럼 시험 시작하겠습니다."
문제는 총 80문제였고, 교통 및 화물 법규 25문항, 화물취급요령 15문항, 안전운행요령 25문항, 운송 서비스 15문항으로 구성되었다.
편한 마음으로 시험을 풀어 나갔다. 법령은 도저히 모르겠는 문항이 있어서 찍었지만, 나머지는 무난하게 풀었다.
마지막 문제를 풀고 시험 종료 버튼을 누르고, 감독관에게 다 풀었다고 말하니,
젊은 감독관은 합격하셨다고 축하드린다고 말했다.
그렇게 자택에 돌아와 온라인 교육을 이수한 뒤,
교통안전공단에서 카드형 자격증을 발급받았다.
연락 온 한 회사
수원 원룸으로 돌아온 나는, 잡코리아에 있는 화물차 운전기사 모집 공고에 모조리 지원했다.
30군데 정도 지원했는데, 하루 만에 연락이 온 곳이 있었다.
"안녕하세요. 이력서 주신 것 보고 연락드렸습니다. 다름이 아니고 여긴 OOO이라는 회사이고,
물류 센터에서 픽업을 해서 배송하면 되는 곳인데.. 월급은 루트마다 다르지만.. (생략)"
월급이 정말 높았지만, 알고보니 지입 기사를 모집하는 곳이었다.
나는 트럭을 가지고 있지 않았기에, 어렵다고 말했다.
(지입 기사란 본인이 가지고 있는 트럭으로 회사에 들어가서, 운송을 해주는 것을 의미하는데,
월급 자체는 정말 높지만, 결국 트럭 유지비용과 기름값을 본인이 부담하기에 실질적으로 본인에게 떨어지는 돈은 절반 이하로 보면 된다.)
그렇게 일주일 정도를 기다렸지만, 지금까지 지원했던 나머지 회사들에서 연락이 없었기에 다른 분야를 알아봐야 하나 하고 있던 찰나.
모르는 번호로 연락이 왔다.
"안녕하세요. 임유빈씨 맞으시죠? 이력서 주신 것 보고 연락드렸습니다.
여기는 OOO이라는 회사이고, 항공 화물을 다루는 회사입니다.
하실 업무는 3.5톤, 4.5톤, 6.5톤 윙바디 트럭으로,
김포공항에서 인천공항까지 운송하는 업무입니다.
혹시 면접 보실 생각 있으세요?"
나는 알겠다고 하고,
그 다음주였던 면접 날, 김포공항 화물청사로 향했다.
다음 화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