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 야간 화물차 운전직 면접을 보다

나는 내가 열심히 사는 사람인 줄 알았다. (4화)

by 임유빈

윙바디 트럭의 성지, 김포공항 화물청사


화물차 운전직은 야간직이었고,

면접은 저녁 8시 30분 정도에 있었기에, 나는 넉넉하게 5시 정도에 수원 원룸에서 출발하기로 했다.


네비게이션을 찍어보니 수원에서부터 김포공항 화물청사까지는 약 2시간 30분 정도가 걸렸다.

(퇴근 시간이다보니, 그 시간대가 좀 막힌다.)


당시 서수원IC까지는 막히는 국도를 타고 갔다가 그곳에서 고속도로로 빠져서, 길다란 실선 구간 3차선 터널로 이어진 수원광명고속도로를 타고, 신월동에서 김포공항으로 들어가는 루트였다.


중간에 정체가 없어졌는지, 저녁 7시에 김포공항 근처에 도착하였기에, 개화산 앞의 내촌공원 근처 주택가에 차를 대놓고, 따뜻한 열선 시트의 잔열과 함께 잠시 잠을 청했다.


8시가 되어 김포공항 화물청사로 향했고, 내부에 있던 티웨이항공훈련센터 옆 건물의 화장실에서 양치를 하고 면접 담당자님이 보내주신 곳으로 이동했다.


김포공항 화물청사 정 중앙에 위치한 길을 따라 내부 뒷쪽 구석진 곳으로 쭉 들어가보니,

바로 옆에는 활주로가 있었기에 비행기들이 5분에 한번씩 이착륙하는 진귀한 광경을 볼 수 있었고,

(태어나서 비행기를 그렇게 가까이서 본 건 당시가 처음이었다.)


길을 따라 더 들어가면 수많은 윙바디 트럭 차량들이 열에 맞춰 주차되어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윙바디 트럭이란 뒤쪽이 사각형 박스처럼 생긴 놈을 달고 다니는, 일명 탑차라고 보면 되는데, 양 옆이 날개처럼 열린다고 하여 그런 이름이 붙여졌다.)


수많은 화물차들이 오고 가던 김포공항 화물청사. 저 멀리 게이트에 주기되어 있는 대한항공 비행기들이 보인다. (2024년)


보통은 공항 화물청사의 창고 1개를 3개 정도의 회사가 함께 쓰는 형태였다.

창고 앞 넓은 주차장 한 곳에 차를 대놓고 들어가려고 하니, 당시 야간 팀장님께서 나와 계셨다.

"안녕하세요. 오늘 면접 보기로 한 임유빈이라고 합니다."

팀장님께서는 창고 내부 컨테이너 쪽으로 데려 가셨고, 그곳에서 면접을 진행했다.

조금 낡은 컨테이너에 컴퓨터가 5대 정도 있는 책상과 소파가 놓여 있었고, 믹스 커피와 목장갑 감성이 있는 곳이었다.

당시 추운 겨울이었지만, 내부에는 히터가 틀어져 있었기에, 따뜻했다.


어떠한 업무를 맡게 되는지가 주 면접 내용이었는데, 내가 맡을 업무는 다음과 같았다.


1. 여러 거래처에서 오는 항공 화물들을 파레트에 테트리스 하듯 정리하여 쌓고, (일명 까대기)

2. 움직이지 않게 테이핑하여 고정시키고 (쿠팡이나 일반 물류 센터에서 랩핑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항공사 라벨을 각 화물에 부착하고,

3. 파레트 자체로 윙바디 트럭에 지게차로 차곡차곡 올린 후,

4. 그 화물차를 운전해서 인천공항 화물터미널까지 이동한 후 항공사에 반입시키면 되는

일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일반 택배 물류센터보다 훨씬 일처리가 깔끔했고, 무엇보다 트럭에 상차시킬 때, 무지성 까대기질을 하는게 아니라 파레트 식으로 올리기 때문에 일도 편했다.)


업무는 밤 9시부터 시작하여 대개 새벽 4-5시 정도에 끝난다고 하셨다.

(실제로 그 날 항공사에 넣어야 할 물량이 적거나 일이 빨리 끝날 경우에는 2-3시에도 끝났다.)


화물청사 주차장은 국내선이나 국제선 주차장과는 다르게 비행기 승객들 차량들이 없었고,

넓은 부지에 직원들 출퇴근용 차들과 화물차밖에는 없다보니, 자리가 정말 널널했다.

상주직원은 한 달에 7만원이라고 했다. (참고로 인천공항 화물터미널은 상주 직원 기준 한달에 3만 5천원이다.)


팀장님께서는 내가 살던 곳이 수원이었기에 출퇴근이 어렵지 않겠냐고 재차 물어보셨고,

나는 어짜피 차도 있고, 이 정도 거리는 괜찮다고 걱정 안하셔도 된다고 말씀드렸다.


면접이 끝난 후, 야간 팀장님께서는 돌아가는 나를 배웅하시고 다시 창고로 들어가셨다.

"같이 일하고 싶으면 연락 주세요."



야행성 백조들의 귀갓길


집에 돌아가는 길에 마침 제주에서 김포로 돌아오는 비행기가 몇 대 착륙할 예정이었기에,

부천의 오정동 오쇠삼거리 (대한항공 본사 근처) 시골 길에 차를 대놓고 비행기가 착륙하는 모습을 구경했다.

(착륙 활주로와 방향을 맞춰놓고 비행기가 오는 것을 기다리면, 바로 머리 위로 지나가는 광경을 볼 수 있다.

이 때의 비행기 고도는 대략 150ft (45m) 정도 수준으로, 이삿짐 사다리차가 사다리를 쭉 뻗으면 비행기에 닫을 정도의 거리밖에 안된다.

날아오는 비행기를 보고 있으면 비행기 랜딩기어부터 날개에 붙어있는 비행기의 레지 넘버, 심지어 승객들 얼굴까지도 보일 정도이다.)


이윽고 어마어마하게 큰 엔진 소리와 에어부산 비행기가 한 대 내리더니 곧 이어 대한항공 비행기도 착륙했다.

'참 비행기라는 물건은 신기하단 말이야.
저 수많은 짐과 승객들을 싣고도 빠른 속도로 높은 하늘을 날 수 있다니.'

날개와 엔진이 없었으면 저렇게 날지도 못했겠지.


잠시 사색에 잠긴 나는, 신월동 맥도날드에서 빅맥 세트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하나 사가지고,

수원 자택으로 돌아갔다.


당시 오쇠삼거리에서 보았던 비행기 (2024년)


수원 원룸에 돌아오니 11시 정도의 늦은 밤이었다.

씻고 침대에 누워 잠시 오늘 면접에 대한 생각을 했다.

이 일에 대해서는 처음 해보는 일이었고, 화물 까대기를 해본적이 없었던 나였기에 괜찮을까? 라는 생각이 먼저 앞섰다.


하지만, 한번 도전해보자고 생각했고, 그 날 밤 12시 경 야간 팀장님께 이렇게 문자를 보냈다.

"오늘 면접 때 시간 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다음 주 화요일부터 출근 가능합니다."




다음 화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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