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 ‘용달새’들과의 만남

나는 내가 열심히 사는 사람인 줄 알았다. (8화)

by 임유빈

'구구'와의 만남


이쪽 일을 시작한지 어느덧 2주가 지난 날이었다.

팀장님께서 나를 부르시더니, 오늘부터 조그만 트럭부터 운전을 시작해보자고 하셨다.

화물청사 주차장에 있던 회사 트럭 중, 1톤 트럭으로 향했다.

"먼저 1톤부터 한번 시작해볼게요.
좀 익숙해지면 3.5톤 마이티, 그리고 이 후 4.5톤, 6.5톤 이렇게 진행하는걸로 할게요."


내가 이 회사에서 처음 운전했던 트럭은 흔히 '용달 블루'라는 애칭으로도 불리는 '현대 포터' 모델이었고 수동 변속기였다. 윙바디칸 문을 양쪽으로 열어재끼면 마치 날개를 편 아기새 같은 모습을 연상케 해, 나는 이 녀석을 '아기 용달새 구구'라고 부르곤 했었다.

(헤드라이트 눈도 얼마나 초롱초롱하고 똘망똘망한지, 더 그렇게 보인다.)


현대 포터 윙바디 (인터넷 사진 발췌)


운전 연습은 김포공항 화물청사를 떠나 국내선과 국제선 쪽을 향한 후, 근처의 송정역 인근을 간단히 돌고 오는 코스로, 먼저 팀장님께서 시범을 보여주신 후 내가 한 바퀴 도는 것으로 진행되었다.

주간과 다르게 야간에는 다행스럽게도 교통량이 거의 없다 싶이 하였기에, 다른 것에 신경 쓸 일 없이 차 감각에 익숙해지기에 편했다.


총 주행거리 33만km 정도 가량 되는 노장의 이 1톤 트럭은 다른 차량들에 비해 클러치가 꽤 예민했었지만, 이내 적응되어 편하게 운전할 수 있었다.


돌아온 후, 별 말 없으셨던 팀장님께서는,

마지막 반입 후 인천공항에서 돌아올 때에는 내가 운전해서 오라고 하셨다.

"금방 하겠네요. 오늘은 OO씨 (선배 분) 대신에 유빈씨가 한번 운전해서 돌아와보세요."


마지막 화물 반입 이후, 선배 분께서 끌고 오신 4.5톤 트럭을 인천공항 주차장에 주차하는 동안, 나는 돌아가기 위해 타고 갈 1톤 트럭을 예열시켰다.

(사실 1톤 트럭은 항공용 파레트 딱 한 판이 들어가는 조그마한 사이즈였기에, 회사에서는 거의 운반용으로 쓸 일이 없었다. 가끔 거래처에 물량 적은 날 픽업 나가는 정도용으로만 사용했었고, 그 외에는 인천공항↔김포공항 이동용으로만 사용했다.)


그 날은 다행스럽게도 돌아오는 때에 바람이 많이 불지 않았다.

하지만 일반 용달 트럭과는 다르게 화물칸 높이가 높은 윙바디 트럭 특성 상, 조금이라도 정신을 놓고 있거나 핸들을 꽉 잡고 있지 않으면 차가 휘청휘청하기에, 차선을 맞추고 속도계에 90km/h를 맞추는데 모든 감각을 쏟아 부었다.


당시 첫 운전이기도 했고, 무엇보다 옆 조수석에 선배 분을 태운 입장이었기에 긴장이 안될래야 안될 수가 없었다.


그 날은 그렇게 집에 돌아와 긴장이 풀려 씻지도 않은 채로 바닥에 뻗어 깊은 잠에 들었다.


당시 김포공항 화물청사 모습. 하늘에 떠 있는 주황색 불빛들은 착륙 접근 중인 비행기들이다. (2024년)

'피죤'과의 만남


그렇게 얼마 또 지나지 않아, 이번에는 팀장님께서 나를 부르시더니 3.5톤을 한번 몰아보자고 하셨다.

회사에는 3.5톤 구형 마이티와 신형 마이티 두 대가 있었는데, 이번에도 똑같은 코스로 김포공항 인근 한 바퀴를 돌고 왔다.


다행스럽게도 비교적 길지 않았던 차 길이 때문에 금새 감을 잡을 수 있었다.

김포공항을 빠져나온 후, 내친 김에 팀장님과 함께 기름까지 넣고 왔다. 일반 승용차의 한 3~4배는 더 들어갈 정도로 기름이 많이 들어갔는데, 영수증에 찍힌 금액만 30만원이 넘어갔다.


3.5톤은 브레이크를 밟아도 차 무게가 좀 나가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에어 브레이크가 없는 차량이었기에, 1톤 트럭 '구구'보다는 조금 더 밀리는 느낌이었다.

나는 이 3.5톤을 '사춘기 용달새 피죤'이라고 부르곤 했다.


3.5톤 마이티는 항공용 파레트가 4개 딱 들어가는 크기였고, 보통 1차 반입 때 물량이 많이 없으면 사용하곤 했는데, 신형 차량에는 크루즈 기능도 달려 있었기에 편하게 운전할 수 있었다.


헌데 이 녀석은 한 가지 단점이 하나 있었다.

비 올때 땅이 젖어있으면 심각할 정도로 브레이크가 잘 안 잡힌다는 점이었다.


비가 오던 어느 날, 거래처에 픽업을 하러 갈 때였다.

당시 거래처를 가기 위한 루트였던 대한항공 본사 바로 옆에는 신분당선 지하철 공사로 인해 도로가 항상 복잡한 상황이었다.


그곳을 지나던 도중 앞 차가 차선 변경을 하려고 급정거를 하는 바람에 브레이크를 급하게 밟았던 기억이 있는데, 그 때 브레이크가 쭉 밀리며 차가 코 앞에 가까스로 멈춰 섰을 때의 그 당시 상황은 잊을 수가 없다.


그 이후로 3.5톤을 몰 때면 항상 온 신경을 곤두 세우곤 했었다.


3.5톤 주유소에서 기름 넣을 때 (2024년)

'피죤투'와의 만남


그렇게 또 얼마 지나지 않아, 마침내 회사 내에서 가장 자주 쓰였던 4.5톤 트럭을 맡게 되었다.

3.5톤과 4.5톤은 생각보다 크기 차이가 많이 컸는데, 실제로 운전석에 올라타서 보니 시야는 일반 승용차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넓게 보였다.


도로 위 주위의 다른 차들이 정말 아래 조그맣게 보일 정도였는데, 덕분에 저 멀리 앞앞앞쪽의 차들까지도 다 보여 미리 브레이크를 잡을 준비를 하기 쉬웠다.


4.5톤 차량은 총 항공용 파레트 8장까지 쑤셔넣을 수 있을만큼 길었고, 무거운 짐들을 싣고 다니다보니 에어브레이크가 있었다.


이 에어브레이크는 흔히 말하는, 버스가 정류정에 설 때, 푸슁 푸슁 공기 빠지는 소리가 나는 그 브레이크인데, 공기압을 사용하다보니, 일반 승용차 브레이크보다 훨씬 더 제동력이 강해서 대형 트럭들에 쓰이는 브레이크 종류이다.

(때때로 비행기에도 이 에어브레이크가 적용된 케이스가 몇 있는데, Fokker 기종이 대표적인 예이다.)


처음 이 차를 운전 할 때 이놈의 에어브레이크가 굉장히 예민하여, 승용차처럼 브레이크를 밟아버리면 말타기마냥 차가 꿀러덩 거렸는데, 그거에 먼저 익숙해져야 했다.

그렇다고 살살 밟아버리면 아예 에어가 안들어가는 골때리는 상황이 발생해서, 그 적당한 발 힘 컨트롤이 굉장히 중요했다.


내리막길에서도 요령이 있었다.

브레이크를 너무 많이 밟아버리면 공기압이 다 빠져버려 브레이크가 안잡히는 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었기에, 서서히 속도를 줄일 때에는 와이퍼 쪽 레버를 내려 ‘배기 브레이크’를 쓰기도 했다.

(버스나 트럭에서 엔진 소리가 갑자기 커지면서 속도가 줄어드는게 바로 이 배기 브레이크다. 어찌보면 비행기의 역추진 장치와 비슷한 개념이다.)


잘 달리던 도중 저 멀리 신호가 걸리면, 보통 브레이크를 한번 지긋이 밟고 에어가 들어가는 걸 확인한 상태에서 살짝 뗐다가 다시 밟고 또 뗐다가 다시 밟는 방법이 꽤나 효과적이었는데,

이 때 ‘푸쉬 푸쉬 푸쉬’ 하면서 공기 빠지는 소리가 난다. 개인적으로는 저 소리를 참 좋아했었다.

(그렇다고 완전히 다 떼버렸다가 또 밟고 하면 ‘말타기 현상’이 발생하기 때문에 절대 금물이다.)


인천공항에 매일 새벽 저 소리를 내며 들어가다 보니, 화물터미널 현장 사람들은 저 소리만 듣고도 내가 왔다는걸 알 정도였다.


4.5톤 메가트럭 운전 당시 (2024년 겨울)


개인적으로는 차체의 안정성도 있고, 무엇보다 클러치가 둔해서 운전하기 가장 편했던 녀석이었다.


당시 주로 탔던 4.5톤 메가트럭 (2024년)

‘피죤투투’와의 만남


내가 당시 회사에서 가장 큰 톤수를 몰았던 것은 6.5톤이었다. 차 공차 중량만 6.5톤이었고 화물까지 다 포함하면 9-10톤은 되지 않았을까 싶다.


이 6.5톤 대형 트럭에 관해서는 재미있고 무서웠던 사건들이 많았기에 별도 화를 만들어서 글을 쓸 생각이다.


당시 탔던 6.5톤 트럭 (2024년)



다음 화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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