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화 : 주차비가 뭐? 얼마라고?

나는 내가 열심히 사는 사람인줄 알았다. (11화)

by 임유빈
주차비가 뭐? 얼마라고?


일을 시작한 지 4개월 되던 때였다.

때는 2024년 6월, 습한 바람이 불고 무더위가 시작되는 여름이었다.


나를 많이 챙겨주고 업무를 잘 알려주셨던 선배 분께서는 일을 그만두시고 다른 곳으로 가셨고,

어느정도 야간 업무가 제대로 돌아가는 상황이었기에, 야간 팀장님께서도 업무를 내게 맡기시고 주간 쪽으로 넘어가신 상태였다.


김포공항 화물청사 창고 현장에는 알바하시는 형님 두 분이 계셨고, 나는 인천공항으로 화물차를 몰고 왔다갔다 하는 화물 반입에 중점적으로 초점을 맞추어 업무를 진행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토요일이었다.


토요일은 화물 반입이 딱 한 차례 있었기에, 큰 트럭에 다 몰아 싣고 가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 날은 딱 10파레트가 나왔었기에 6.5톤 피죤투투 트럭에 꽉꽉 채워서 가기로 했다.


김포공항 화물 청사 게이트를 빠져나오려고 톨 게이트 앞에서 정차해 기다렸다.


원래 같으면 회사 차량들은 게이트에서 '정기권 차량' 이라는 문구와 함께 자동으로 문이 열리기 마련인데, 왠걸 문이 열리지 않는 것이다.

자세히 보니, 주차 요금이 1700만원 어쩌고 저쩌고가 떴다. 드디어 피곤해서 내가 헛것을 본건가 싶어 다시 보니 1712만원이 맞다.


나는 그 자리에서 벙쪄서, 번호판이 잘못 인식된거겠거니 하고 트럭을 후진하고 재진입했다.

그런데도 다시 똑같이 전광판에는 '주차요금 1712만원 나오셨네요. 호갱님~'하고 뜨는 것이었다.


옆에 계셨던 주차 안내 하시던 분께서 오시더니, 전광판에 띄워진 금액을 보시고 놀라 사진을 찍으신다.

(김포공항 국내선 주차장은 주말에 수많은 여행객으로 인해, 빈 자리가 없다보니 화물청사 주차장을 이용하는 손님들이 많다. 그래서 주말마다 따로 안내 하시는 분들이 계신다.)


나는 주차 업체 상담원을 연결하기 위해서, 기계의 전화 버튼을 눌렀다.

“저기 저희가 정기권 차량인데, 출구 게이트가 열리지도 않고, 무슨 주차요금이 1700만원이 나와있어요.“

상담원 분께서는 정기권 연장이 안된 상태라는 얘기를 했는데, 그렇게 따지면 어제까지는 문제 없이 정기권을 계속 사용해왔었기에, 오늘 하루치 주차요금이 청구되었어야 했을 것이다.

그런데 정산기에는 2023년 12월 분량부터 계산되어 있었다.


나는 곧바로 야간 팀장님께 연락을 드렸고, 얼마 안되어 정기권 연장을 담당하셨던 주간 팀장님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보통 김포공항 화물청사는 1달 주기로 정기권을 연장했었고, 마침 그 바로 전날이 정기권 연장 신청일이었기에, 주간 팀장님께서는 연장 신청을 이미 해놓은 상태였다. 그런데 골때리는게 시스템 상에서는 따로 처리가 안되어 버린 모양이었다.


하는 수 없이 이 사정을 상담원에게 다 얘기하니, 현재 담당 직원이 주말이라 안나온 상태이니 일단 먼저 하루치 분량만 하이패스로 결제를 하고, 월요일에 환불 받는 방식으로 진행하자고 했다.


하루치 분량이라고 해도 대형 화물차는 4만원이 나왔던 지경이었기에, 영수증을 꼭 챙겨 보관했다.


주차비 폭탄 당시 상황 (2024년 4월)

불사조가 되어버릴뻔한 피죤투투


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 일이 하나 터졌다.


여느 때와 다름 없이 일을 하던 나는 마지막 반입을 앞둔 새벽 4시 경, 6.5톤 트럭에 짐을 싣고 영종대교로 향하고 있었다.


잘 가고 있던 트럭은 갑자기 고속도로에서 사이드 브레이크가 잡혀버렸고, 다행스럽게도 인천공항 진입 톨게이트 인근에서 차가 멈췄다.


무슨 일인가 하고 사이드 브레이크를 다시 내려봐도, 브레이크 자체가 잠겨 버린 상태라 더 이상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에어 브레이크 압력이 서서히 낮아지는게 보였다.


차에서 내려보니 뒷바퀴 쪽에서는 하얀 연기가 스멀스멀 피어나오고 있었고, 브레이크 타는 냄새가 심하게 나고 있었다.

이거 정말 X된것 같다 싶었다.


이 상황에서 나는 바로 야간 팀장님께 연락을 드렸다. 내 전화를 받고 잠에서 이제 막 깨신 팀장님께서는 일단 대형 렉카를 불러 견인해서 김포공항으로 다시 돌아오라고 하셨다.


트럭 내부에 있던 명함에 적힌 전화번호로 연락을 해보니, 주무시던 렉카 기사님께서 전화를 받으셨다. 나는 상황을 전부 설명했다.

"지금 인천공항 영종대교 들어가는 톨게이트 쪽인데, 뒷바퀴에서 하얀 연기가 나고 브레이크 타는 냄새도 나구요. 아예 사이드 브레이크가 잠겨 버려서 움직이지 못하고, 화물칸에 짐은 9파레트 실려 있는 상태입니다."


전화를 마치고 20분 정도가 흘렀을까? 저 멀리 엑시언트 대형 렉카 트럭이 오는 것이 보였다.


기사님께서는 내리셔서 우리 트럭 상태를 보시더니, 갑자기 차에서 하얀색 방진복 비슷한 옷을 입으시고는 트럭 밑에 들어가서 뒷바퀴 쪽을 살펴 보셨다.


그러시더니, 한숨을 내쉬며 얘기했다.

"이거 조금만 더 갔으면 불 났을 뻔 했어요."


원인은 다음과 같았다.


공기압으로 브레이크를 작동시키는 트럭 특성 상, 압축 공기를 충전시켜야 하는데, 배기 머플러 쪽에 금이 가 깨져 버려 배기 가스 열이 주위에 있던 에어 호스를 녹여버렸고, 그 결과 압축 공기 충전 압력이 낮아지게 되었고, 그로 인해 자동차 자체적으로 사이드 브레이크가 강제로 걸려 버렸던 것이다.


(트럭에 시동을 건지 얼마 안된 상태에서도 마찬가지로 에어가 일정량 이상 차지 않으면 나중에 브레이크가 안 먹히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안전 상의 문제로 사이드 브레이크가 풀리지 않는다.)


당시 렉카 구조 상황 (2024년)


렉카 기사님께서는 대형 렌치를 가져와서 뒷바퀴 쪽에 있는 브레이크쪽 부품을 풀더니, 길다란 샤프트를 빼고, 앞쪽 타이어에 렉카 고리를 연결했다.


조금 있다보니, 순찰차 한 대가 조용히 우리 쪽으로 오더니, 정리된 상황을 보고는 다시 돌아간다.

아마 누군가 트럭에서 연기 나는 것을 보고 신고했던 모양이다.


나는 렉카 조수석에 올라타 김포공항 화물청사로 향했다.

영종대교 회차로를 지나 서울로 들어오니 어느덧 해가 뜨고 있었고, 주위 거리를 지나다니는 사람들은 우리 트럭이 실려가는 모습을 신기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김포공항 화물청사에 도착하니 주간 팀장님께서 미리 지게차를 가지고 앞에 나와 계셨다.

일단 화물 반입 시간 맞추는 것이 우선이었기에, 4.5톤 차량에 화물을 옮겨 싣고 나는 다시 인천공항으로 향했다.


당시 인천공항 화물터미널은 낮, 저녁 항공편들에 들어갈 화물들을 반입할 트럭들의 대기줄로 이미 가득찬 상태였다. 화물을 내려주던 지상조업사 지게차 직원이 나를 보더니 얘기한다.

"오늘은 왜 이렇게 늦었어요."


당시 안면을 미리 터놓았던 지상조업사 직원들이 내 차를 따로 빼준 덕분에, 다행스럽게도 반입 시간을 아슬아슬하게 맞출 수 있었는데, 아마 내가 반입하는 항공편이 오전에 나가는 항공편임을 알았기 때문에, 일부러 먼저 처리해주지 않았을까 싶다.


결국 이 6.5톤 말썽쟁이 피존투투는 정비소에 입고되어, 배기쪽 부품들을 교환한 후에야 다시 우리 쪽으로 들어올 수 있게 되었는데, 이후 눈에 띌 정도로 차량 상태가 좋아졌다.


나는 이 일이 있고부터, 트럭을 탈 때마다 브레이크 에어 압력 게이지에 유난히 더 신경을 쓰는 습관이 생겨 버렸고, 다행스럽게도 남은 회사 생활 중 두번 다시 이러한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다음 화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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