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가 열심히 사는 사람인 줄 알았다. (12화)
고요한 새벽 속, 버스에서 만난 사람들
김포공항 화물청사 주차장은 상주직원 기준 한 달 정기권이 7만원이었다.
처음 수원에 살 때는 정기권을 끊었다. 나는 부천으로 이사를 오고 곰곰히 생각을 해봤다.
'7만원이면 큰 돈인데, 그냥 버스를 타고 다니는게 낫지 않을까..'
다행스럽게도, 부천역 바로 앞에서 출발해서 김포공항 화물청사 앞에서 내려주는 시내 버스가 20분 간격으로 자주 있었고, 나는 부천으로 방을 옮기고 1달이 채 안 되었을 때, 정기권을 해지했다.
자가용을 타고 가면 2-30분 정도 걸리던 시간이, 버스를 타니 1시간 정도로 늘어났다.
퇴근 시간대인 저녁 6시 반 정도에 출발하면 춘의역과 종합운동장 역 근처에 차가 더욱 막혀 1시간 반 정도가 걸렸다. 그래서 때로는 자취방 바로 앞 부천역에서 전철을 타고 김포공항에서 내려서 공항 셔틀버스를 타고 가기도 했었다.
당시 부천으로 돌아가는 첫 버스는 새벽 5시 경 도착했었기에, 나는 일이 끝나고 새벽 창고 컨테이너 사무실에 있던 소파에서 잠시 잠을 청한 후 알람에 맞춰 일어나 버스를 타러 갔다.
보통 평일에 바쁘지 않을 때에는 인천공항에서 마지막 반입과 서류 제출까지 끝내면 3시 반~4시 정도였고 김포공항으로 돌아오면 4시~4시 반 정도였기에, 한 30분에서 1시간 정도 쉬었던 셈이다.
너무 피곤해서 도저히 안되겠다 싶었을 때도 몇 번 있었는데, 소파에서 잠을 자버렸다간 그대로 주간팀 분들을 맞이해버릴 상황이 생길지도 몰라서, 나는 그 때마다 잠도 깰 겸 화물청사에서 국내선까지 걸어서 간 후 그곳에서 전철을 타고 돌아왔다.
새벽 4시 반의 국내선 건물 내부에는 이른 아침 비행을 준비하는 승무원들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없었고, 국내선에서 김포공항 역까지 통하는 지하 통로에서도 역시 고요함 속에 무빙워크만 혼자 움직이고 있었을 뿐이었다.
당시 야간 팀장님께서는 사무실에서 나를 혼자 두고 가시기가 좀 그랬던 것인지, 기다렸다가 같이 퇴근하기도 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매번 첫 차 시간 기다리는 나를 보시고는 김포공항 근처 고강동에서 4시에 첫 차로 출발하는 75번 버스 정류장까지 1톤 트럭으로 데려다 주시고는 했었는데, 참 감사했다.
“유빈씨, 고강동에서 4시 첫차가 있으니까 태워줄게, 이거 타고 일찍 집 가서 쉬어요.”
첫 차를 탔던 나는 처음에 놀랐다. 새벽 4시에 첫 버스를 타본 적조차 없었지만, 신기하게도 그 시간에 버스 안에는 사람들로 가득찼던 점이었다. 젊은 사람들도 있었지만 보통은 나이가 조금 있으신 분들이 대부분이었다.
개중에는 아마 식당으로 출근하시는 분도 계셨을 것이고, 바깥 아침공기를 쐬기 위해 나오신 분도 있었을 것이고, 또한 나처럼 야간 출근 후 퇴근하는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그 중에서는 매일 나와 항상 같은 버스를 타고 마주치는 사람들도 있었다.
예전 회사였던 일본계 회사에서 일했을 때에는 6시 경 일어나서 아침 샤워를 하고 곧바로 회사 셔틀버스에 올라 타 출근을 했었으니 직접 볼 수 없었던 광경들이었지만, 세상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아침 일찍 하루를 맞이하는 사람들이 참 많았다.
집에 돌아오면 보통 새벽 5시 정도가 되어 슬슬 해가 뜨고 있었고, 나는 집에 돌아와 씻고 잠에 들었다.
7만원의 짠내 절약
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았다.
야간 팀장님께서는 나에게 운송 임무를 전부 맡기시고, 야간 팀에서 빠지신 뒤였다.
때로는 새벽 2시 반, 새벽 3시 반에도 일이 끝났던 적이 있었는데, 그 때마다 첫 버스를 타기까지 시간이 너무 붕 떠버리는 일이 발생하곤 했다. 그래서 별 수 없이 차를 타고 다니는게 더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혹시나해서 화물청사 인근에 무료 주차장이 없을까 하고 지도를 찾아봤고, 마침 근처에 주차장이 있는 것을 보았다.
회사 창고로부터 약 1.2km 떨어진 송정 중학교 바로 옆에는 주간에는 주차비를 받고, 저녁 이후부터는 주차비가 무료인 노상 주차장이 있었는데, 그곳에는 저녁에 항상 4~5자리 정도가 비어있었다.
그 이후로 나는 출근할 때마다 차를 그 곳에 대놓고 회사 창고까지 걸어갔다.
당시 그 곳은 버스와 오토바이, 화물 트럭, 승용차까지 짬뽕되어 극심한 정체가 일어나던 곳이었지만, 보도에 사람 한 명도 다니지 않던 곳이라, 내가 횡단보도를 건널때마다, 버스에 타고 있던 사람들이 다들 나를 쳐다보는 시선 집중의 순간이 이어지던 곳이었다.
퇴근 시간대에는 언제 그랬냐는듯, 화물 트럭과 버스를 빼놓고는 차가 거의 한 대도 다니지 않았고, 매연 냄새 빠진 신선한 새벽 공기를 느끼며 걷는 기분이 참 좋았다.
지친 몸을 이끌고 부천으로 돌아가는 중간에는 원종역 인근에 맥도날드가 있었기에, 나는 가끔 드라이브스루로 햄버거 세트를 시켜 돌아가곤 했었는데, 집에 돌아와 먹는 빅맥 버거와 상하이 스파이스 치킨 버거는 마치 산 정상에서 먹는 컵라면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황홀했었다.
(당시 맥도날드는 스마트폰 앱에서 할인 쿠폰을 많이 뿌렸었고, 햄버거 세트 가격이 편의점에서 간단한 음식들 2~3개 사는 비용과 같았기에 자주 애용했었다.)
다음 화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