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화 : 비행기와 한 걸음 더 가까워지다

나는 내가 열심히 사는 사람인 줄 알았다. (16화)

by 임유빈
공항 일을 알아보다


화물 트럭 운전 일을 그만두겠다고 팀장님께 말씀 드렸던 것은 7월 중순 경이었다.

회사에서는 사람을 구해야 했어야 했기에, 8월 초까지 일을 하는 것으로 결정했고, 8월 초까지는 몇 명의 사람들이 회사에 면접을 보러 왔다.


나는 다음 직장을 공항에서 일할 수 있는 ・지상조업사로 알아봤고, 4군데의 회사가 마침 잡코리아에서 사람을 뽑고 있는 것을 보았다.

한 곳은 대한항공 계열사인 곳이었고, 한 곳은 아시아나항공 계열사였으며, 또 다른 한 곳은 제주항공 계열사, 그리고 마지막 한 곳은 스위스에 본사가 있는 곳이었다.

・인천공항에서 이착륙하는 8~90%의 비행기들은 이 4군데 회사를 통해 급유, 수하물 및 화물 적재, 제빙, 견인 등 항공기가 뜨기 위해 필요한 지상 작업을 진행한다고 보면 된다.
우리가 흔히 공항 탑승구에서 대기하며 창문 밖으로 바라보면 보이는 비행기 근처의 차량들과 사람들이 여기 소속이라고 보면 된다.
기내식 운반이나 객실 청소의 경우에는 별도 업체가 진행한다.


그 중에서 내가 서류 합격한 곳은 딱 한 군데였다.

바로 아시아나항공 계열 조업사였는데, 면접은 내가 일하던 화물청사 바로 옆에 위치한 김포공항 내부 회사 사무실에서 진행되었다. 다행스럽게도 면접은 낮 시간에 진행되어 야간 출근에 문제는 없었다.


면접 당일, 양복을 입고 인솔자와의 만남 장소인 김포공항 국내선 청사 안 공차 카페로 이동했다.

가보니 양복을 입은 20명 정도가 기다리고 있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유니폼을 입은 직원이 한 명 오더니, 우리의 주민등록증을 전부 가져간 후, 김포공항 출입증을 들고 돌아왔다.

(참고로 김포공항은 국가 보안시설이기에, 공항 램프 안에 위치한 회사 면접장으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임시 출입증이 필요했다.)


우리는 곧이어, 상주직원 보안 검색대를 지나, 게이트 한 곳으로 나왔다.

나와보니 바로 앞에 때마침 ・마샬러의 수신호에 맞춰 대한항공 비행기가 들어오는 것을 볼 수 있었는데, 엔진 소리가 정말 커서 귀마개를 하지 않으면 안되겠다 싶을 정도였다.

・ 마샬러 : 비행기가 공항 게이트에 들어올 때, 방향이나 정지 위치를 맞춰주기 위해 수신호로 유도하는 직원. (조종실에서는 바닥에 있는 정지선이 잘 보이지가 않기 때문에 이들이 필요하다. 요새는 VDGS라고 하여 자동화 장비가 있기는 하지만, 없는 공항들이 더 많다.)
마샬러의 지시에 맞춰 들어오는 대한항공 항공기 (2024년)


그렇게 회사 건물까지 이동하면서, 주기되어 있는 수많은 비행기들을 볼 수 있었는데,

다른 면접자들도 다들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신기하다는 듯, '우와'를 연발했다.


한 5분 정도 걸어가니, 저 멀리 아시아나 로고가 보이는 건물 하나가 보였고, 그 옆에는 비행기가 출발할 때 앞에서 바퀴를 밀어주는 ・토잉카와 화물을 옮기는 터그카, 급유 차량 등 장비가 우리를 맞이했다.

・ 터보팬 엔진을 달고 있는 여객기들은 이론적으로는 엔진 역추진 힘으로 자력 후진이 가능하지만, 주위에 이것저것 많은 게이트에서 역추진을 할 경우, 바닥에 있는 이물질이나 먼지, 근처에 있는 사람과 장비들이 빨려 들어갈 리스크가 있고, 무엇보다 엔진 압축기 실속에 빠질 가능성이 있어 권장하고 있지 않다.

거의 99%는 토잉카가 비행기를 뒤로 밀어준 후 안전한 공간이 확보된 상태에서 엔진 시동을 켜는 것이 일반적인데, 엔진이 상대적으로 위쪽에 위치한 MD80 같은 항공기나 군용기들은 간혹 Power-back이라고 해서, 엔진 자력으로 후진하는 경우도 있기는 하다.

토잉카로 항공기를 밀다가 사고나면 큰일 나기 때문에, 보통 조업사에서는 경력이 많은 선배들을 배치하곤 한다.
비행기 밑에 연결된 납작한 차량이 토잉카이다 (2025년)


계단을 올라 2층으로 가니, 쥐죽은듯 조용한 사무실이 있었고, 우리는 사무실 한 켠에 마련된 회의실에 들어가 대기했다.


면접은 6명이 한 조로 진행되었고, 면접관은 딱 한 분 들어왔는데, 사람이 많다보니 각각 5~10분도 채 안되는 시간으로 물어봤던 것으로 기억한다.


개중에는 체육 대학을 나온 사람들도 있었고, 지게차를 몰다 온 사람도 있었고, 나처럼 공대를 졸업한 사람도 있었다.



면접관 = 내 미래의 상사


면접이 시작되었고, 처음 면접자는 굉장히 어린 친구였다.

긴장을 많이 한 탓이었는지 목소리가 떨렸다. 그 친구는 면접관이 질문할 때마다 "네. 면접관님의 질문에 답변 드리겠습니다." 로 답변을 시작했는데, 전형적인 사회 초년생이었다.

'딱 2019년, 내 처음 회사 면접 봤을 때 생각나네.'


내가 대학 졸업 후 지금까지 면접을 봐오며 느꼈던게 하나 있다.


면접을 볼 당시에는 정말 떨리지만, 합격하고 회사에 들어가면 결국 그 면접관은 나와 같이 일하는 상사이다.

회사 상사들은 하나같이 이것을 원한다.

바로 '간단명료함'

나 말고도 수없이 많은 보고를 받을텐데, 상사들은 이리저리 구구절절 늘여놓는 것을 싫어한다.

큼직한 안건들만 간단명료하게 얘기하고, 상사가 물어볼 경우 상세하게 얘기하는 것이 가장 베스트이다. 아니면 보고 이후 별도로 읽는 자료를 따로 만들어서 전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래서 면접을 볼 때에는 항상 간단명료하게 정리해서 답변하는 것이 베스트라고 생각한다.


근데 이게 정말 쉽지는 않다. 사회 생활해보고 면접을 많이 경험하다 보면 상사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입맛인지 자연스럽게 파악하는 눈이 길러지게 되니까 결국 시간이 답인 셈이다.


내가 일본계 회사 면접을 보았을 당시에도 같았다.

긴장되던 면접 시간이 지나고 합격 통보를 받아, 회사에 들어가서 내 상사가 된 면접관과 같이 일을 하다보니, 사적인 대화도 정말 많이 하게 되고, 업무 그 이상의 유대감과 끈끈함이 생기게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면접 당시를 돌아보면 참 웃겼다. 지금은 이렇게 편한 사람인데 왜 당시는 그렇게 떨었을까 싶기도 하고.



화물터미널과의 인연, 그리고 설마 재회?


나는 당시 왼쪽에서 2~3번째에 앉았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면접관이 나에게 이력서를 보고 물어본다.

"유빈씨는 김포공항 화물청사에서 일하고 계시네요. 여기 바로 옆이죠?"

나는 화물청사에서 일했던 내용들을 면접관에게 쭉 얘기했다.

"김포공항 화물청사에서 항공화물을 ・서포트에 쌓아서 테이핑하고 라벨링한 후, 인천공항 화물터미널까지 트럭을 몰고 가서, 스**포트, 카*, 아*, A*CT 등 조업사에 ※ 7C나 MU, SQ, VJ, OZ, KE, KJ, ET, VN, TG, ZA 항공 화물들을 반입하고 서류 제출하는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 서포트 (Support)는 아시아나 조업사에서 노란색 항공용 반입 파레트를 칭하는 용어이다.
※ 항공사 IATA 코드.
7C : 제주항공, MU : 중국동방항공, SQ : 싱가폴항공, VJ : 비엣젯항공, OZ : 아시아나항공, KE : 대한항공, KJ : 에어인천 (현재는 에어제타), ET : 에티오피아 항공, VN : 베트남항공, TG : 타이항공, ZA : 스카이앙코르 항공


이제야 면접관이 말이 통한다는 듯한 눈치였다.

"혹시 BUP 그대로 들어오는 화물들인가요?"

BUP는 화물 대리점에서 미리 항공기 적재 공간 크기에 맞춰 결박시켜서 반입시키는 형태의 화물을 얘기한다. 조업사에서 재포장을 하거나 테트리스를 할 필요 없이 그대로 항공기에 싣기에, 대리점 입장에서도 미리 공간 선점을 할 수 있고, 좀 더 싼 가격에 화물 운송이 가능하여, 조금 큰 회사에서는 이렇게 진행하곤 한다.


직접 아시아나 조업사 화물팀과 대면하며 일을 했던 사람이 면접자 중에 나밖에 없었기에,

면접관은 아예 나를 화물 파트로 보낼 생각이었던 것인지, 고개를 끄덕끄덕 하시고는 노트에 내가 답변했던 것들을 적기 시작했다.


당시 조업사에 제출했던 서류들 (2024년)


마지막으로 면접관이 나에게 물어봤다.

"유빈씨 혹시 궁금한 점 있어요?"

나는 당시 내가 매일 갔던 인천공항 화물터미널 아시아나 조업사에서 일하던 사람들의 안전 조끼 색깔을 어떤 기준으로 나누는지가 정말 궁금했었다.

안전 조끼 색깔이 형광색, 빨강색, 파란색 이렇게 나뉘어져 있었는데, 아무리 봐도 기준이 보이지 않았었기 때문이었다. 나이나 직급 순으로 나눈다기엔 파란 조끼를 입은 사람들 중에서는 직급이 높아보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나이가 정말 어려보이는 사람들도 보였기 때문이었다.

"저.. 이게 정말 이상한 질문일 수도 있는데,
외항사 C동 현장 분들 안전 조끼 색깔은 어떻게 구분하는건지 예전부터 궁금했었거든요."


면접관 분께서는 웃으시더니 직무 별로 색깔이 다르다고 하신다.

빨강색 조끼는 1년이 안된 계약직 신입 직원들이고, 파란색은 화물 검수쪽 이런식으로.


인천공항 화물터미널에서 본 항공기 랜딩기어 부품 (2024년)


사실 여객이 아닌 화물 파트로 들어간다면 화물 검수 쪽으로 들어가고 싶었는데, 그들이 하는 일이 현장 반입 관리 (나같이 트럭을 몰고 오는 사람들 상대) 및 실화물이 등록 정보와 일치하는지 등 검수를 하는 업무였다.

하지만 면접관의 이야기에 따르면 화물 검수는 신입 직원이 바로 들어갈 수 있는 건 아닌것 같아 보였고, 5년 이상 정도 경력이 쌓여야 들어갈 수 있는 모양이었다.


그렇게 면접이 끝났고, 아쉬움을 뒤로 하고 김포공항을 빠져나왔다.


몇 시간이 채 지나지 않았을까.

면접에 합격했다는 연락을 받게 되었고, 8월 초 출근 일정이 잡히게 되었다.



다음 화에서


당시 최종합격 문자 (202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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