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인생 학교를 다녔다고 생각해

니콜라스 이야기-에필로그

by 전윤혜


“내 삶은 도망치는 것으로부터 시작했어. 가는 곳마다 진흙에 발이 빠졌지. 도망쳐도 결국엔 제자리로 돌아와졌어. 불행하다고 생각하니 결국 심연 아래, 닿지 않는 곳까지 한없이 빨려들어갔어. 근데, 가장 낮은 곳을 터치하고 나니까 수면 위로 올라오는 건 한순간이더라. 난 공부 대신 인생 학교를 다녔다고 생각해. 돌아 돌아 지금까지 왔어. 덕분에 무엇이 좋은 삶이고 무엇이 나쁜 삶인지 확실하게 알게 됐어. 무엇이 힘든 삶인지도. 부모님을 죽도록 싫어해 봤고, 원 없이 놀아도 봤고, 목적도 모른 채 도피를 했고, 내 존재를 저주했고, 죽을 만큼 우울해 보기도 했어. 한 곳에서 고여도 봤고 떠나보기도 했지. 후회는 없어. 지금도 한 번씩 도피는 해. 모터바이크를 타잖아. 다만 이제 나를 알지. 멀리서 한 발짝 떨어져서 보면 깨달음이 오고, 그럴 때 한 단계씩 성장하더라고. 나는 빠르지 않아. 그렇지만 천천히, 조금씩 점점 나은 사람이 되고 있다고 느껴.”


2020년 가을, 프랑스 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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