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일러스트를 이해하는 세 가지 키워드
파리에서 나고 자란 톰 오고마는 일러스트레이터보다 스토리텔러라는 말이 더 어울리는 작가다. 그의 일러스트 속 광활한 자연과 건조한 도시에서는 얼굴 없는 자그만 사람들이 살아간다. 익숙한 풍경은 단순한 형태를 벗어나 몽환적으로 거듭난다. 미지의 세계로 이어진 길처럼, 오래된 기억을 되살리는 이야기처럼, 톰 오고마는 그림 그 너머를 상상하게 만든다.
VAST NATURE 캘리포니아의 요세미티, 프랑스의 바위 협곡과 하얀 알프스, 폴리네시아의 섬, 달과 별. 그는 야생과 미지의 영역을 탐험하는 것을 즐긴다. 그림 속 광대한 자연과 우주에 작게 자리 잡은 사람은 자연의 거대함을 깨닫게 한다. 이러한 작풍은 알프스 빙하를 등반하던 어릴 적 기억으로부터 비롯됐다.
STORYTELLER 톰 오고마에게는 탄탄한 구성 감각으로부터 비롯한 특유의 서사가 있다. 애니메이션을 감독하고 책을 만들며 이야기로써 장면을 연구한 덕이다. 영화의 한 장면 같은 구성과 입체적인 시선은 정적인 일러스트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MINIMALISM 묘사가 단순할수록 감정이 풍부해진다는 것을 깨달은 뒤 적절한 생략을 택했다. 가능한 한 적은 색으로 그림에 깊이를 주려고 노력한다. 얼굴을 생략해 표정을 상상하게 하고, 옆모습과 뒷모습을 작게 넣음으로써 그들이 느끼는 감정을 함께 느끼도록 만든다. 몇 가지 부분에 세밀하게 집중한 다음 여백을 충분히 두어 상상의 여지를 남긴다. 감상자에게 자신의 관점을 강요하지 않고 다양한 느낌의 여백을 주기 위해.
글 전윤혜
* <아주 좋은 날> 가을호에 실린 인터뷰에서 발췌했습니다. 메인 일러스트는 오고마의 2017년작 <Mounta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