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빨리 윤혜와 느릿느릿 니콜라스의 서른 여행기
찌들었다고도, 안 찌들었다고도 할 수 없는 서른
어차피 찌들 것,
더 찌들기 전에 떠나자!
빨리빨리 한국에서, 그것도 시간을 다투는 출판사 편집자로 히스테릭하게 살던 윤혜와 남프랑스 햇살 아래 느긋한 운전 기사였던 니콜라스는 호주에서 만났습니다. 둘 다 하던 일을 그만두고 워킹홀리데이를 왔다나요. 서른 즈음에요. 했던 일만큼이나, 또 검은 눈에 빳빳한 직모와 푸른 눈에 곱슬 금발이라는 생김새만큼이나 우리의 성격은 달랐어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니콜라스는 저와 여행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어요. 다른 관점으로 세상을 볼 수 있겠다나요. 저는 하나부터 열까지 맞는 소울메이트를 만나고 싶었는데… 어쨌거나 니콜라스의 다른 관점론을 한 번 믿어보기로 했죠. 그렇게 우리는 한여름의 동남아시아로 떠나게 되었어요.
그렇습니다. 이 책 『별것 아닌 것』은 2019년 6월 시작한 윤혜와 니콜라스의 동남아시아 여행 이야기입니다. 필리핀, 발리, 태국, 캄보디아를 여행했어요. 거창하게 일주 타이틀을 달고 시작했으면서 돈이 다 떨어지는 바람에 나라를 솎고 일정도 대폭 줄여 버렸죠.
서로 말도 잘 안 통하고, 성격은 이다지도 다른데, 덥고 비 내리는 열대 나라에, 굳이 왜 갔냐고요? 아등바등 살기 싫어 호주에 왔는데 어느 순간 호주에서도 아등바등하고 있더라고요. 모국을 떠나온 패기가 무색하게 말이죠. 새벽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돌아온 토요일 오전 5시, 대뜸 니콜라스에게 여행을 가야겠다고 말했어요. “지금이 아니면 안 될 것 같아!” 더 늦기 전에, 아주 조금 모아둔 돈으로나마 훌훌 떠나버리자고요.
다행히 열에 한 가지나마 우리가 맞았던 것은, 우리 힘으로 하고 싶단 마음이었어요. 남의 힘을 빌리기 시작하면 편하긴 한지만 그렇다고 온전한 내 여행이라고도 할 수 없죠. 투닥투닥하며 투어도 직접 꾸리고 모터바이크를 빌려 궂은 날씨 아랑곳하지 않고 하고 싶은 대로, 가고 싶은 대로 해버렸어요. 니콜라스와의 제멋대로 여행은 능동적이라 생각했지만 사실은 수동적이었던 지난날의 제 여행을 돌아보게 만들었어요. 필리핀의 따뜻한 폭우 속에서, 밤길 소떼와 산을 넘으며, 논두렁에서 길도 잃어 보고, 어둠 속 마피아 아저씨들의 협박을 이겨내면서… 아, 하루는 제가 그만 니콜라스 여권도 빨았네요.
그러나 여행 영웅담은 아니니 걱정 마세요. 여행 교훈서도 아니에요. 감성 충만도 아니고요. 스포츠 선글라스를 고르는 남자 친구에게 좌절하기도 하고, 바다 위에 뜬 내 선크림에 경악하기도 하고, 지나가는 행인 1의 바지 품평도 하고, 술 마시다 어릴 적 트라우마가 ‘갑툭튀’해 펑펑 울기도 하고요. 장소만 열대지 옆집에서 일어난 거나 다름없는 이야기이기도 해요. 사람 사는 이야기니까요. 그런데 이런 작은 경험들이 모여 삶이 넓어진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어요. 옆집에서 일어날 법한 일도 다른 나라에서 하는 것이 필요할 때가 있는 법이니까요. 여행 덕분에 얻은 게 많아요. 다른 관점을 지지하는 전혀 다른 세계의 사람과 함께 해서 더욱이요. 진지한 인생 성찰하지 않기로 한 여행에서 인생을 돌아보고야 말았습니다! 무얼 얻었을지, 자세한 이야기는 책에서 읽어주세요.
저자 소개
프롤로그
요즘 글이 뜸해 기다리셨던 분이 계셨을까요? (계셨다고 해주세요 엉엉)
저는 잠시 한국에 들어와서 편집일을 하며 바쁘게 지냈어요
와중에, 지난 1월 연재를 시작했던 <서른 여행자>가 1년 만에
책 『별것 아닌 것』으로 나오게 되었답니다
출간은 1월 25일, (오늘이네요!)
온라인 오프라인 서점에 모두 입고되었습니다
부끄럽기도 하고, 또 좋기도 하고,
책 순위에 기분이 왔다 갔다 하는 것이 기분이 이상해요
출판사에서 글은 거의 건드리지 않으셨고 배려도 굉장히 많이 해주셨어요
늘어지는 에피소드는 과감히 뺐고
남은 에피소드들의 내용도 스스로 초교를 보면서 숭덩숭덩 쳐냈습니다
호흡이 브런치 호흡이라, 스크롤하며 읽는 것과 넘기며 읽는 것은 (당연히) 또 다른 느낌이더군요,
물론 아까운 내용도 있었지만 덜어내고 보니 훨씬 읽기 편안해졌어요
사실 마감하면서 좌충우돌 괴로웠거든요
제가 잘 쓰고 있는 건지 매일이 혼란스러웠고요
다 쓴 글을 스스로 보면서 제 글이 어떤 부분이 좋고, 어떤 부분이 문제인지 적나라하게 알 수 있었답니다
(물론 제가 끝까지 마감할 수 있었던 힘 중 하나는 적은 수나마 응원해 주는 브런치 독자분들의 댓글이었어요 정말 고맙습니다)
음, 결국, 지나고 보니
앞으로는 조금 더 잘 쓸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자신감도 많이 생겼고요
그렇게 무섭던 글쓰기가 이제는 조금 편안해진 것 같아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귀한 경험을 했습니다
연두출판사에 다시 한 번 감사합니다
표지는 처음부터 밝은 노랑으로 정했답니다
색깔이 예쁘게 잘 나왔어요 대표님이 인쇄소에서 감리 보며 고생하셨다는 후문-
근데 중요한 건, 책이 재밌다는 겁니다!! ㅋㅋㅋ
지인들에게 책 주러 만났다가 제가 읽느라 재밌어서 못 줬다는??!!!!ㅋㅋㅋㅋㅋㅋ
시집 안 간 딸내미가 외국인 남자 친구랑 여행 다니는 이야기 쓴다고 걱정하시던 엄마도
(친구들에게 절대 추천 못해준다던 우리 어머니....) 어제 책 읽느라 밤을 새우셨다네요???!!
만약 제 책을 사신다면 후회는 없으실 거예요, 하하하!
많은 관심 부탁 드려요 (하트)